혹시 나중에 기억할까?

조회수 2760 추천수 0 2014.06.30 05:23:38

사랑하는 민재야

 

엄마가 갑자기 이러한 편지를 써서 놀랐지? 글 솜씨도 없고 감정표현이 서툴러서 아빠에게도 편지를 잘 안 쓰는데 지난 1년과 지금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추억해 보고자 이렇게 펜을 들어.

 

네가 엄마인 나에게 너의 존재를 알려온 건 작년 무더운 여름 아빠의 생신 날이었단다. 초음파 사진을 찍었을 때 넌 시력이 좋아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점 하나였어. 혹시 그 때 눈치챘을까? 가족들 모두 축복이라며 기뻐하고 있을 때,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이 엄마에겐 그 작은 점 하나가 어찌나 크게 느껴지던지 두려움이 앞섰다는 것을.

 

우리 민재가 '달콩이'라고 불리며 엄마 뱃속에서 지냈던 264일동안 엄마는 그 점 하나가 콩닥콩닥 뛰면서 온전히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을 지켜 보며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단다. 너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들려줘도 부족한데 회사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태교는커녕 야근과 불규칙한 식사를 반복해 왔거든. 아기들은 태아 때의 일을 기억 하기도 한다던데 그 긴 기간 동안 엄마의 보살핌이 없어 네가 서운하거나 힘들진 않았을까? 민재 네가 엄마한테 와준 것, 그리고 건강하게 태어나준 것을 생각만 하면 엄마가 미안하고도 눈물 나게 고마워

 

민재야, 요즘 엄마가 많이 답답하지? 기저귀가 축축해서 불편함을 표시하거나 배고픔에 우는 신호조차도 구분하지 못하는 서툰 엄마라서 말이야. 네가 울기만 하면 인터넷에서 비슷한 현상이 있는지 찾느라 정신 없고 너를 안은 채 발을 동동 구르며 하루에도 몇 번을  "엄마가 초보라서 미안해"라고 되뇌는지 모른단다.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잘해내리라 마음 먹었는데 네가 태어난 뒤 온전한 엄마만의 시간이 없어지고 밤낮이 바뀐 네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 참 힘들더라. 그런데 문뜩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 내가 엄마인 어른의 관점으로 아기인 너를 바라보고 있었구나.’ 하고 말이야. 더욱이 앞으로 누구보다도 먼저 민재 마음을 헤아려주고 응원해 주며 격려해주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엄마인 나라고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강해져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힘이 생기더라. 이런 게 엄마의 힘인가 봐

 

하지만, 지금 엄마 마음과는 달리 아마도 나중에 민재가 조금 더 크면 "이거 해라, 하지 말아라, 씻어라, 치우렴" 등등 잔소리 아줌마가 엄마도 모르게 나타날 지도 모르겠어. 그러면 엄마는 지금 이순간을 기억하고 우리 민재를 이해하며 따스하게 보듬어 주려고 노력할게. 엄마가 우리 민재에게 많이 부족한 엄마가 되더라도 이해해 줄 거지?

 

엄마는 지금도 행복하지만 앞으로 민재와 지낼 많은 날들이 더 기대가 돼. 따스한 봄날 엄마의 품 안으로 온 천사 민재야, 지금처럼만 아프지 말고 건강히만 자라주렴.

 

언젠가 네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을 때 우리 엄마도 이러셨겠구나하고 떠올리는 날이 있겠지? 매 순간을 함께 추억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이만 줄일게.

 

2014년 6월 30일 너의 영원한 응원군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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