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6, 태희와 엄마가 만날 날이었어.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세상 밖으로, 우리 곁으로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거야.

하루하루 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널 맞이할 준비를 다 해두었는데,..

그래서 엄만 유도분만을 예약하고 5일 뒤 9시간의 진통과 제왕수술로 널 만났지.

오들오들 떨면서 엄마가 내뱉은 첫마디가 뭐였는지 아니?

우리 아기 건강해요?” 였단다. 사실 엄만 마취가 다 풀리지 않아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빠가 이야기해주셨지.

 

맞벌이 하는 엄마는 100일 된 너를 아이돌보미 선생님께 맡기고 직장으로 복직하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73일 되던 날이었지. 엄마가 아닌 타인의 품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게 될 널 생각하면서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을 숨길수가 없어서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또 네 사진을 보면서 위안을 삼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을 대신하고 싶어서 네가 이유식을 시작하고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네 이유식을 엄마 손으로 만들고 먹이면서 맛있게 먹는 너의 모습에서 행복함을 느꼈지.

...이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구나. 엄마가 되는 것이구나...라고 말이야.

누군가에게 엄마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느꼈어.

 

동생이 태어날 때 27개월 인 너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에게 엄마가 아프면 속상해라며

엄마를 오히려 위로하며 투정도 부리지 않고 아빠와 단둘이 씩씩하게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더구나. 대견하고 기특하면서도 엄마는 또 가슴이 뭉클했지.

동생을 집으로 데리고 간 첫 날, 태희는 동생 옆에 누워서 노래도 불러주고 안아주겠다고 이야기도 하고...물론 요즘 돌이 지난 동생과 함께 모든 것을 나누어 놀다 보니 가끔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동생을 잘 돌보아 주는 다섯 살 언니 김태희. 정말 멋지다!

 

일하느라 육아하느라 게다가 동생까지 있어서 엄마가 늘 언니인 태희를 야단치고 양보하라고 그러지. 밤에 잘 때 하루를 돌아보면 가장 미안하고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야.

매일 난 엄마를 많이 사랑해요. 엄마는?” 하고 확인하는 널 보면서 사랑한다고 늘 먼저 말해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사랑을 확인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기도 해.

며칠 전 잠을 청할 때 태희야, 엄마가 어떻게 할 때 가장 속상해?” 라고 물었을 때,

엄마가 화낼 때요.”라고 조용히 이야기 했던거 기억나?

엄마가 태희에게 얼마나 화를 냈으면 네가 그렇게 대답을 했을까...괴로웠다.

화를 내면서 괴물같은 모습으로 윽박지르지는 않았는지...그런 엄마의 모습에서 태희가 어떤 감정이 들었을지...

하지만 한 가지 정확한 것은, 엄마가 태희를 싫어해서 화를 내거나 야단치는 것은 아니라는 거야. 이것 한 가지는 꼭 알아주었으면 해.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태희야. 네 이름은 크고 빛나는 마음결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지었단다. 네 자신을 아끼는 마음을 시작으로 동생과 가족, 친구들을 사랑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길 늘 바란다. 42개월 간 너와 나눈 이야기들이 이 편지 속에 다 담을 수 는 없지만

순간 순간을 기억하며 우리 지금처럼 건강하게 서로에게 좋은 벗이 되어주자. 사랑한다.

 

널 키우면서 적어두었던 글이 있어서 함께 적어놓는다.

 

" 내 딸 태희야, 넌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 꿈도 한가지씩 더 많아지길 바란다.

  철들어야 한다고 번듯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그래서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꿈을 한가지씩 접는 게 아니라 꼭 이루진 못하더라도  할머니가 된 그때에도

  꿈을 꾸며 사는 사람이 되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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