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 햇님​이 안녕?

요즘 나라지키느라 바쁘지?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한민국 중2들 때문에 못쳐들어 온다고 하던데,

널보면? 정말 그말이 맞는 것 같애...

우리 딸, 또  울엄마 시작이네...하겠다.

그런데 오늘은 걱정 안해도 돼.

오늘의 주제는 엄마가 미안해~~거든.

자, 이제 엄마가 실토를 한 번 해볼까?​

우선, 저번에 엄마가 저녁 준비중일 때, 전화벨이 그렇게 울리는데도 안받고, 손에 핸폰을 든채로 아무 대꾸도 없는 너한테 너무 화가나서,너 같이 네가지 없는 건 필요없다고 한거..미안해...

또 학교갔다와서 오후내내 놀다가 밤 11시 50분에 파워포인트로 과제 내야한다며 컴퓨터 앞에 앉는 너,뒤통수를 확 후려친 거...미안해...

가장 최근에...하도 속상해서 나도 수연이 엄마처럼 죽어버리면 너가 정신차릴꺼냐고...정말 해서는 안될 막말한거...미안해...

궁극적으로... 결국 후회할 걸 알면서도 이런 편지까지 쓰고 있는 엄마가 미안해....

생각해보면 우리 햇님인 세상의 모든 새끼들이 그렇겠지만,엄마의 햇님이었어..

다른 사람들은 다 뻥이라고 말하지만, 엄만 정말 분만실에서 너의 보조개를 똑똑히 봤거든!

탯줄까지도 붙어있는 너의 얼굴에, 선명한 보조개라니.... 그 때, 시쳇말로, 난 너한테 반었어. 니가 앞으로 어떤 잘못을 해도 난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운명처럼 느꼈다고 할까?

그런데,엄마가 얼마전에 본 책 중에서 '만들어진 모성'라는 책이 있었는데, 내가 널 보고 반하고, 사랑하고, 화내고, 또 어느정도 포기하고,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모성은 정말로 '계발'되어진 '연애'가 아닌가 싶어.

즉 무슨말이냐면 아무리 첫눈에 반한 사람이라도 나한테 서운하게 하면, 순간 미워지는 것처럼, 난 너를 너무 사랑하지만...음....본능적인 건 아닌걸 알겠어. 솔직히 가끔, 더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자주 미워질때도 있거든.

나보다 이제 덩치도 크고, 얼굴에 여드름도 나고, 하루만 머리를 안감아도 냄새가 나는 널보고, 그저 바라만 봐도 좋아~~라고 말하는 건 쫌 오글거리지? 너가 정말 "엄마"라는 말을 처음 내게 들려준 그 때 그시절이 아닌 이상, 눈에 넣으면 아픈 건 맞는 것 같애.

그래, 가끔은 서운하고 애정이 식었다고 인정하자.

부모와 자식간에도 밀당이란 걸 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래서 말인데...그래도 결국엔 내가 너한테 '미안함'을 느끼는 건 너에게서 받는 즐거움, 웃음, 유머, 행복함의 총량이 '미움'의 총량보다 많아서 이겠지? 참으로 계발되어진 모성 답지?

얼마전, 너의 친구랑 억지로 갔던 인문학 수업에서 그래도 항상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엄만 백만분의 일만큼 놀랬어. 그리고 함께갔던 친구가 의외로 좋아하더라는 말을 듣고도 만분의 일쯤 기뻤고.. 학교에서 쬐끔 나쁜짓하는 친구의 이름을 내가 물어봤을 때, '노코멘트'라고 쏘쿨하게 말하는 너가 천분의 일만큼 예뻤어. 물론 너한테는 엄마한테도 비밀이냐고 역정은 냈지만서도, 너 쫌 멋졌어! 살짝 치매인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서도 귀엽게 말해줘서 고마웠고, 수업시간에 배운 칸트이야기를 저녁 식사 시간에 재미나게 들려줘서 백분의 일만큼 좋았어. 마지막으로, 수연이 엄마가 하늘나라로 간 날, 엄마가 하루종일 우울했던 날, 모른 척 해줘서 고마웠고, 저녁 늦게 "엄마 괜찮으세요?"해줘서, 내가 너의 엄마라는 게 온전히 마음을 다해,눈물이 날 만큼 행복하고 벅찼었어.

햇님아.

정말, 소소하게 넌 참 좋은 아이네...

엄마가 우리딸을 잘 키웠나봐, 아님 어는 노래 가사 처럼, 엄마가 뭔가 착한일을 많이 해서 널 만난 걸까?

이제 너와나에게 남은 숙제는 이거네.

항상 행복함의 총량이 미움의 총량을 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조금 더 마음을 쓴다면,

너와 나뿐만이 아닌 우리의 행복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

알지? 엄마의 '우리'는 초록별지구까지 포함인거...

햇님이의 '우리'는 어디까지일까?

저기 보일까말까하는 엑소플래닛까지 포함이구나?

그래,좋아..​너네 오빠들 행성까지 포함시켜 줄께.

안드로메다 너머까지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미안함을 뼈속 깊이 새길께.

​마지막으로 쫌 많이 오글거리더라도 이 말은 할래.

"나보다 이제 덩치도 크고, 얼굴에 여드름도 나고, 하루만 머리를 안감아도 냄새가 나는 너지만, 그저 바라만 봐도 좋아~~너가 정말 "엄마"라는 말을 처음 내게 들려준 그 때 그시절은 훨씬 지났지만,눈에 넣어도 안 아파!  사랑해, 엄마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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