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 승주와
주원이에게
난생 처음 너희들에게 공개 편지 쓰게 되어 무척 쑥스럽구나!
이번 기회에 엄마가 자주 하는 혼잣말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
싶어 이렇게 용기를 내본다.
승주는 11년, 주원이는 6년 - 정말 오랫동안 엄마랑 룸메이트를 해왔지? 거실 TV와 소파를 사랑하는 아빠를 위해 밤 9시면 우리끼리만 취침 모드에 들곤 했잖아. 집안일 마치고 안방에 가보면 머리 닿기 무섭게 곯아떨어진 두 천사 모습에 ‘참 평화롭다’ 느낄 때도 여러 번. 하지만 곁을 누운 엄만 너희들처럼 쉽게 잠이 오지 않는 구나. 낮 시간에 놓쳤던 생각들을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엄마도 꿈나라로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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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승주, 주원이를
보며 드는 생각들
-도대체 이 녀석들,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날 찾아온 걸까? 돌이켜보면 비교적 ‘이기적 인간’이었던 엄마인데 삼신 할머니는 인심이 정말 후한 분인 것 같다. 혹시 아이 키우며 ‘이타적 인간’이 한 번 되어 보라는 게 할머니의 진짜 속마음은 아니었을까?
- 해준 거라곤 시간과 공간, 생각을 나눈 게 전부인데 너무나 멋지게 성장 중인 승주와 주원이,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매일 그렇게 자라기 힘들지는
않니?
리라 굳게 결심해 본다.
오늘도 건강하게 살아준 엄마 몸에게 감사를
‘매일 아침 눈 뜨는 게 기적’이라는 말, 엄마에겐 참 남다르단다. 5년 전 주원이 낳으러 병원 갔던 거, 기억하지? 마취 사고로 엄마 혼자만 ‘아주 멀리’ 떠날 뻔 했던 그 일, 이젠 우리 집 전설로만 남은 바로 그 일
말이야. 하느님이 그렇게 다시 기회를 주신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게 엄마 생각이야. 밤마다 하느님의 ‘미션’이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본단다.
잠들기 전 아빠에게 깊은 사랑을-
엄마와 사랑 - 이 두 단어는 사전을 찾아봐도 소용없단다. 왜냐면 가슴으로만 알 수 있는 ‘느낌’들이거든. 그
‘감’을 파악하기까지 너희들의 아빠가 보여준 우직한 외조는 정말 필수 조건이었단다. 오늘도 우리 집
세 여자들의
쾌적한 문명 생활을 위해 퇴근도 못 한다고 생각하면 엄마는 뜨거운 동지애가 왈칵 솟아오른단다. (엄마가
아빠를 깊이 사랑한다는 뜻이야!)
엄마 글이 꽤 어수선하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그래도 이런 느낌은 알 것 같은데?
아! 우리 가족은 서로를 아끼고 진심으로 사랑하구나!
엄마가 결혼해 보지 않았다면, 아기를 낳아보지 않았다면, 또 직접 키워보지 못했다면 이런 생각과
감정들, 아마 평생 느껴보지 못했을 거야.
승주야, 주원아, 엄마와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할 기회를 줘서 더 더 고맙구.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더 많다는 사실, 날마다 느끼며 산단다. 서툴고 어리석은 엄마지만 너희들 키우며 조금씩
훌륭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믿음, 어쩐지 자꾸 커져만 간다.
하느님의 미션이란 것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매일 느끼고 깨닫고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