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태완아! 얼마 전 유치원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어. 네가 같은 반 친구와 문제가 좀 있다는 거야. 그 친구는 너와 동갑이지만 키가 작고 올 해 유치원 생활이 처음이라서 또래보다 많이 어려 보인다는구나. 리더십이 강해서 아이들을 휘어잡기 좋아하는 너는 그 아이와 놀면 재미가 없다고 놀이에 잘 끼워주지 않았지. 그 바람에 그 친구는 한 달 동안 아침마다 태완이 때문에 유치원에 가기가 싫다고 했대. “남자아이끼리 자기들만의 그런 게 있는가 봐요.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이 걱정하는 엄마를 안심시키고자 이런 말씀도 하셨지만 엄마 마음은 무거워졌단다.
너도 어린이집에 처음 입소하고 한 달 동안 적응을 잘 못해서 엄마가 많이 속상했던 일이 있었거든. 그 때를 생각하니 그 아이 엄마한테 미안해지더구나.
또 한편으론 엄마도 몰랐던 너의 모습에 많이 놀랐단다. 평소에 너보고 대장을 하라고 한 적도 없고, 힘이 없는 아이는 함부로 해도 좋다는 말도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너에게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따끔하게 혼을 내자니 자존심이 강한 네게 반항심만 일으킬 것 같았거든. 평소 네 성격을 잘 아는 선생님이 절대로 심하게 다그치지는 말라고 하셔서 엄마는 더욱 자신이 없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아빠가 너의 대장 기질을 잘 이용해서 힘이 없는 친구도 잘 돌봐줘야 한다고 너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지. 대화를 하고 나오는 너와 아빠 표정이 모두 밝아 보여 일단 안심했단다.
며칠 후 둘이 예전보다 잘 지내고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엄마는 정말 감사했단다. 여전히 너는 유치원에서 돌아와서는 “누구 누구는 내 말도 안 듣고 재미가 없어!”하고 투정을 부리곤 하지만 그래도 아빠의 진지한 이야기를 듣고 너도 느끼는 바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는 미숙한 엄마라서 미안해.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겠다. 너의 기질도 살려주면서 훈육도 잘 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엄마는 네가 마냥 어린 아이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잘 커주어서 고마워. 다만, 네가 힘이 세다고 독불장군처럼 지내기보다는 친구들을 품어주는 따뜻한 아이로 자라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