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창제원리인 천지인을 본떠 세운 국립한글박물관 건축물 ©권영임

한글창제원리인 천지인을 본떠 세운 국립한글박물관 건축물

한글, 금속활자, 온돌 등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발명품이 많지만 그 가운데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우선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 한글은 창제시기, 창제이유와 방법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유일한 문자이다.

소중한 우리 유산 한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한글박물관’이다. 2014년 10월 9일 한글날,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 사이에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했다. 다가오는 한글날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현재 전시중인 기획전 두 곳과 박물관 구석구석을 찾아가 보았다.

현재 한글박물관에선 덕온공주 한글자료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김윤경

현재 한글박물관에선 덕온공주 한글자료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한글을 통해 만나본 조선 마지막 공주의 혼례날

딸을 시집 보내는 마음은 세상 어느 어머니라도 같은 듯싶다. 조선 시대 유일하게 두 명의 왕을 수렴청정하며 안동 김씨 기반을 확고하게 만든 순원왕후도 딸 덕온공주의 혼례 앞에서는 보통 어머니였다. 김조순의 딸로 위풍당당한 그녀였지만, 남편 순조와 자식들의 연이은 죽음 후 하나 남은 막내딸을 시집 보낼 때 심정은 애달팠다.

국립한글박물관에는 기획 특별전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이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덕온공주의 혼례 및 혼인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책과 한글편지를 볼 수 있다. 마치 청첩장처럼 꾸며놓아 한눈에 봐도 덕온공주 혼례 전시장임을 알 수 있다. 전시장은 증강 현실(AR)을 이용해 표시한 곳에 팸플릿을 비추면 종이 위로 설명이 나타난다. 옛 편지를 전시한 곳에는 태블릿을 두어 현대 언어로 쉽게 풀어 이해를 돕는다.

180년 전 공주의 혼례날을 기록한 한글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시민들 ©김윤경

180년 전 공주의 혼례날을 기록한 한글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시민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속 효명세자 여동생이자 조선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는 16세 가을 윤의선과 혼인했다. 180년 전 그 날을 위해 어머니 순원왕후는 정성스럽게 혼례 준비를 마쳤다. 혼수 목록에는 노리개, 비녀, 댕기 등의 장신구부터 사발, 대접 등의 그릇과 가위, 인두 등 바느질 도구까지 보인다. 목록에 적힌 한글을 통해 19세기 당시 혼수품인 ‘단쵸(단추)’, ‘공ᄎᆡᆨ(공책)’, ‘ᄃᆡ접(대접)’, ‘쳔니경(천리경)’ 등 우리말 어휘를 확인 할 수 있다.

혼례 후 궁 출입이 어렵게 되자 모녀는 한글로 쓴 편지로 근황을 주고받았다. 이를 통해 공주의 혼인생활도 짐작할 수 있다. 병이 있는 딸을 걱정하며 사위에게 쓴 편지는 시대를 뛰어넘어 진열장 밖 마음을 적신다. 그토록 사랑했지만 어머니의 소망과 달리 공주는 불행한 운명을 맞는다. 큰 아이를 잃고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23세에 급체로 숨을 거둔다. 전시장 한편에는 슬픔에 빠진 왕후가 직접 적은 딸의 제사 음식 목록도 볼 수 있다.

덕온공주를 혼례를 기록한 한글자료 및 가구, 소품 등을 만날 수 있다. ©김윤경

덕온공주 혼례를 기록한 한글자료 및 가구, 소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비운의 조선 마지막 덕온공주, 막강한 권력과 달리 아픔 가득한 삶을 산 순원왕후. 그 사이에서 주고받은 애정 어린 한글편지들과 실제 혼례식 때 사용한 노리개, 비녀상자 등을 보며 누구보다도 부족함 없이 막내딸 혼례를 올려주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음을 느껴보자.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특별전은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12월 18일까지 이어진다.

어느 광고가 가장 떠오르나요? `광고 언어의 힘`

한국 광고의 역사와 자료를 볼 수 있는 ‘광고 언어의 힘’ 기획전ⓒ권영임

한국 광고의 역사와 자료를 볼 수 있는 ‘광고 언어의 힘’ 기획전

덕온공주 한글자료의 기획특별전을 보고 애잔함을 느꼈다면 이제는 또 다른 분위기를 경험해 보자. 바로 옆 전시실에서는 <광고 언어의 힘 : 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로잡혔다>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광고 언어의 주요 특징인 ‘말’과 ‘글’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준다. 개화기부터 현재까지 130여년 한국 광고의 역사를 우리말과 글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광고자료 357점과 시대별 대표적인 광고 문구 283점 등 총 640여점의 자료가 소개됐다. 단연 최대 규모다.

재미있는 광고노래를 들어보고 있는 시민들 ©권영임

재미있는 광고노래를 들어보고 있는 시민들

총 4부로 나뉘어 선보이는데 1부 ‘광고를 읽는 새로운 시각, 광고 언어’에서는 한성주보에 실린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광고 ‘덕상세창양행고백’도 볼 수 있다. 2부 ‘광고언어의 말맛’에서는 추억의 광고노래를 들을 수 있다. 가사도 재미있다. ‘복동이 엄마가 간장에 샘을 냈다’는 가사를 반복하여 회사이름을 부각시켰다.

3부 ‘광고언어의 글멋’에는 글자를 디자인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여기서 직접 타이포그라피를 체험해볼 수 있다.

4부 ‘광고언어, 우리들의 자화상’은 당시 말 뜻과 시대상을 보여준다. 가족 계획을 실시했던 1960년대 광고는 ‘우리집은 초만원’이 주 내용이다. 2000년에는 다문화 사회에 걸맞게 ‘옆집에 외국인이 살아요’가, 2010년엔 ‘내 나이가 어때서’와 같은 고령화 사회에 맞는 문구들이 주를 이룬다.

한글박물관 심하영 학예사는 “광고 언어 속 다양한 한글은 그 시대상과 생생한 표현을 담고 있으며 매체 속 많은 언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소비자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를 변화시키는 힘은 소비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며 모든 전시물이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독립신문에 나온 최초의 한글 광고를 보는 것을 추천했다.

세대를 넘어 예전 광고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광고 언어의 힘> 전시는 11월 27일까지이다. 매일 3회 11·15·17시에는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다. 외국어 해설(수요일 영어·목요일 중국어·금요일 일본어 13시)도 진행한다.

한글이 창제되기 전, 우리말을 표현한 수단들. ⓒ권영임

한글이 창제되기 전, 우리말을 표현한 수단들.

한글이 걸어온 길, 그와 함께한 우리의 얼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 외에도 상설전시, 한글놀이터, 한글배움터, 하늘정원 등도 모두 둘러보길 권한다.

상설전시장에서는 ‘한글이 걸어 온 길’이라는 주제로 한글 창제의 배경에서부터 한글이 대중에게 사랑받기 시작한 시기, 한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훈민정음 해설서, ‘혜례본’ ©권영임 (좌)  한글을 대중에게 전파한 일등공신, 개화기 시대 딱지본 소설 ©권영임 (우)

훈민정음 해설서, ‘혜례본’ (좌) 한글을 대중에게 전파한 일등공신, 개화기 시대 딱지본 소설 (우)

특히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에 담긴 간송 전형필 선생에 대한 일화가 인상적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446년 편찬한 훈민정음 해설서이다. 세종은 1443년에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바로 사용하게 한 것이 아니라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상문등의 집현전 학사들에게 해설서를 만들게 하였다.

현재 해례본 원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국보 70호로 지정되어 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 강점기인 1942년 훈민정음 해례본을 처음 제시 금액의 열 배인 만원을 주고 샀다고 한다. 당시 기와집 한 채가 천원이었다고 하니, 해례본의 가치를 알아보고 거금도 아끼지 않았던 간송 선생의 뜻을 헤아릴 수 있다.

전형필 선생은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광복이 되기 전까지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6.25 한국전쟁 피난길에서도 그가 수집한 많은 문화재 중에서 유일하게 훈민정음 해례본만을 가지고 떠나 낮에는 가슴에 품고 밤에는 나무상자에 넣어 베개로 베며 지켜내었다고 한다. 이런 숨은 전형필 선생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훈민정음의 과학적인 창제원리가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새싹이 피어나는 봄의 모습을 표현한 한글놀이터 ©권영임

새싹이 피어나는 봄의 모습을 표현한 한글놀이터

한글이랑 놀자, 배우자

어린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다면 3층 ‘한글놀이터’로 향해 보자. ‘한글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놀면서 한글의 의미를 터득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블록으로 글자 만들기, 몸으로 글자 만들기를 비롯해 동요를 통해 의성어, 의태어, 색체어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코너 등이 마련돼 있다.

어린이들이 한글과 친해질 수 있도록 꾸며진 한글놀이터 ©권영임

어린이들이 한글과 친해질 수 있도록 꾸며진 한글놀이터

‘한글배움터’는 한글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과 다문화 주민들이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체험 공간이다. 한글의 자음, 모음의 이름과 조합하는 원리, 발음방법을 익힐 수 있다.

박물관 내부뿐 아니라 야외 호수, 조형물 등 산책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한글모음의 제자원리인 천지인을 형상화한 건물의 형태가 특별하다.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570주년 한글날을 맞아 10월 8~9일 이틀간 ‘한글한마당축제’를 연다.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되는 한글 지식 겨루기와 글짓기 대회를 비롯해 어린이들이 좋아할 뽀로로 세종대왕 호위무사 크롱 등과 함께 하는 특별 행사도 열린다. 보다 자세한 축제 내용은 국립한글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모국의 언어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고 한다. 이 자랑스러운 한글박물관에서 한글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 보자.

■ 국립한글박물관 이용 안내
 – 이용시간 : 화~금,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문화가 있는 날(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휴관일
 – 관람료 : 무료 
 – 누리집 : www.hangeul.go.kr
<출처: 내 손안에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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