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6개월 때입니다. 이때만 해도 많이 나아졌다고 좋아했는데 저 정도였습니다.
아이의 아토피는 100일 이후에 시작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얼굴만 빨긋 빨긋해져서 태열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얼굴 전체와 온 몸에 퍼지더군요. 4-5개월 쯤에는 정점에 이르러서 아침마다 애 아빠는 애기 얼굴을 보고 울면서 출근했습니다. 저는 애기 앞에서 울면 안될 것 같아서 꾹꾹 참았었구요.
병원에서 처방받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온 몸에 바르기에는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습니다. 한의원을 찾았고 따로 약을 먹지는 않고 아기침을 일주일에 두번씩 맞으면서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한의사 선생님이 많은 경우 아토피가 아주 심했던 아이라도 소화 능력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강화되면 완치가 된다며 관리를 잘 해주면서 아이를 믿고 기다려 보자고 했습니다.
밤에 잘 때마다 해 주는 손싸개 발싸개는 아침이 되면 피와 진물이 범벅이 되어 있고 말도 못하는 아가가 많이 괴로운지 낮잠 한 번 들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눕혀서 재우면 자꾸 얼굴을 긁어대서 재울 때는 업어서 재웠구요. 하루하루 어제보다 나빠졌나 나아졌나 비교하고 애기 몰래 울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사진보고 우시고... 정말 이게 낫는 병인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참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천천히 나아졌습니다. 이유식을 하면서 안맞는 음식을 먹으면 바로바로 반응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따로 약을 쓰지 않고 이유식에 적응된 아이에게 현미를 먹였습니다. 유기농 먹거리를 찾아 먹이구요. 그 동안 저희는 조금이라도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이사를 했습니다. 매일 밖에 나가서 놀기도 하구요. 햇빛과 좋은 공기, 좋은 음식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거라 믿었기 때문이었죠.
지금 22개월 된 우리 아이는 얼굴도 몸도 깨끗해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우유나 달걀은 못 먹습니다. 피부에만 닿아도 두드러기가 나더군요. 지나고 보니 어떻게 그 얼굴을 보고 견뎠나 싶습니다. 전에는 아이 얼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너무나 싫었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예쁜 아이를 왜 안 쳐다보나 그럽니다. 팔불출 엄마죠. -.-;;
아이의 아토피를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그 동안 많이 자랐습니다. 엄마 아빠가 아이를 안 보고 아이의 아토피만 보는 동안 아이는 앉고 기고 서고 걷고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알레르기를 다룬 EBS의 다큐에서도 그러더군요. 아이의 알레르기를 보지말고 아이를 보라고.
겪고 보니 그 말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리고 어떤 엄마가 그러더군요.자기 애기도 아토피가 굉장히 심해서 이것 저것 안 해 본게 없고 왜 우리애만 이런가 걱정하고 심란해 했었는데 애가 크면서 보니까 아토피가 엄마한테는 스승이었답니다. 좀 더 건강한 먹거리 찾게 되고 건강한 습관 길러 주도록 하고 하다보니 지금은 잔병 치레도 잘 안하고 오히려 다른 애들 보다 더 건강하다구요. 지금은 엄마 맘이 힘들고 괴롭겠지만 이 아이의 긴 인생에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니까 좀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라고 그러더군요.
다시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았으면, 우유도 달걀도 맘껏 먹을 수 있게 건강해 졌으면 하고 바라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제 아이의 아토피를 인정하고 만약 다른 알레르기가 생기면 또 그때그때 맞게 대처하면서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방법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미리 걱정만 하다가는 지금 정말 예쁘게 잘 커나가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다 놓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지금까지 잘 이겨낸 것처럼 앞으로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커나갈거라 믿습니다.
우리 아이, 형민이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