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의사의 고백’과 나의 체험

조회수 13663 추천수 0 2010.07.31 10:47:25

906fce9916115afd895f715c4d538426.저는 얼마전 이 책을 접하고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 지금은 건강한 21개월이 되어가는 아들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이 아이를 얻기까지 얼마나 고된 시간이 있었는지요.



저 말고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엄마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저는 여러 글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는 병원주도적인 지금의 출산문화와 과연 무관할 것인가 의문을 품어보게 되었지요.



그래서 적어도 아이를 낳기 전 많은 엄마들이 한 번쯤은 고민하고 더 알것은 알아



자신의 몸과 아이를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책에 대한 제 리뷰를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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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범이를 낳기 한 해 전 이미 출산 경험이 있다.



예정일을 한 달 반 가량 남기고 낳았으니 조산이었다.



그 아이는 낳은지 두 달만에 우리를 떠났고 그 아이를 낳은 날이 바로 이 무렵 7월 31일이었으니 내일인 셈이다.



남편은 아이가 떠난 10월쯤이면 깊은 슬픔에 잠긴다.



나 역시 가을 노란 은행잎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련해지곤하지만 또 아이를 낳은 이무렵만 되면



몸이 기억하는 것일까.



어떤 식으로든 그 아이와 만나게 된다.



나는 올 여름 이 책을 만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수많은 산부인과 처치들은 1980년대인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아이를 낳아 본 엄마들이라면 2010년 현재라고 생각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익숙하다.



그래서 난 이 책의 독후감을



내 결혼부터 지금까지 산부인과 의사들이 내게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나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할까 한다.



내경험을 회상하며 그 경험 중에 이 책에서 언급한 처치들을 짚어볼 것이다.



결혼을 한 달도 안남겼을 당시 나는 산부인과 진료를 한 번 받아 볼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일산에 사는 친구가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겸하고 있는 여성전문병원에서 아이 예방접종을 한다고 하길래



산부인과를 혼자 가는 것보다는 친구도 만날 겸 같이 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여 시간을 맞춰 같이 갔다.



그렇게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초음파검사를 해 보더니 자궁에 작은 혹이 있다고 했다.



나는 겁났다.



아가씨로 처음가는 산부인과도 낮설었거니와 질초음파를 했던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 기분나쁜 감촉에 예민하게 된 상태에서 반갑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니 겁부터 났다.



의사는 많은 혹들이 생겼다 없어졌다하기도 하고 생리가 지나고나면 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니 다음 생리가 지나고 다시 보자고 했다.



걱정만 안고 돌아온 나는 다른 곳에서도 진료를 받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방배역의 한 개인 산부인과를 방문했던 난 같은 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중년의 여의사는 아주 히스테릭하게



'이거 복강경 수술해야겠네. 배 뚫고 수술하는거야. 결혼한다고요? 아이는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시어머님께는 말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줄 알면 누가 좋아하겠나? 나같으면 아주 화가 날 것 같은데. 뭐 사기결혼이나 마찬가지네. 내가 종합병원 복강경 수술 잘하는 선생님에게 의뢰서 써 줄테니 결혼하고 좀 지나서 수술받을 생각해요.'



나는 놀랐고 몸과 정신에 상처를 몹시 받았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금의 남편에게 울면서 전화했다.



남편은 나를 달래며



'그런 의사 말은 신경 쓰지 마요. 그리고 만약 그렇다해도 당신과 나 둘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더 속이 상해서 엉엉 울었다.



그 의사는 나를 망쳤다.



그리고 내가 나를 망쳤다.



나는 나의 몸이 가진 여성의 힘을 믿지 못했고 그런 결과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한 그 의사를 만났으니



마음만 아플 뿐.



그 때 내가 나를 믿고 나를 치유하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성숙한 사람으로 결혼을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가끔 아쉽게 생각한다.



이 책의 의사는 이런 산전검사가 임신을 축복이라기보다 무섭고 겁나는 일로 만들려는



의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하나의 신성으로 자리잡은 것이라 한다.



그러니 반드시 산전검사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의 잘못이라기보다



여성들의 몸을 믿지 못하게 한 병원시스템에 문제라고 말한다.



게다가 내가 두 번째 만난 의사는 자연적인 몸의 치유에는 관심이 없는 브로커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결혼 날짜를 잡을 무렵 친정 엄마가 5월 마지막주 일요일과 6월 둘째주 주말로 날을 받아와서



어떤 날로 하고 싶으냐고 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서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두 말도 필요없이 더 빠른 날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따져보니 그 즈음이 생리기간과 겹쳤다.



신혼여행과 겹쳐질 것이어서 처음 갔던 산부인과에서 아마도 경구피임약을 처방받아 신혼여행 전부터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의 저자는 경구피임약에 대해서 대단히 심각하게 인체에 해로운 약이라고 경고한다.



'의사들의 장려에 힘입어 여성들은 20년에 걸쳐 경구 피임약을 복용해왔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경구 피임약이 인체에 안전하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의사들은 자기네 환자들에게서 계속 나타나는 역효과의 사례들과 더불어 수많은 질병과 셀 수 없는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과학 잡지에 발표된 다수의 증거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구 피임약을 처방한다. 산아 제한 약이 소개된 지 얼마 후부터 의사들은 그 약에 포함된 합성 에스트로겐이 유발한 위험하고, 심지어 치명적일 수도 있는 광범위한 영향을 목격하기 시작했다.'



'경구 피임약이 호르몬의 균형을 바꾸어 생리적인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여성들이 알게 된다면 복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물론 몰랐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처방해줬고 나는 의사라는 목숨을 다루는 사람을 믿었기에 기꺼이 복용했다.



여의사라는 사람이 이정도 수준인 것이다. 그러니 여의사라고 여자들에게 호의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결혼 후 나에게 혹독한 말을 해대던 의사의 말이 몹시 신경쓰였다.



'아이는 낳을 수 있나?'하는 무책임한 의사의 말이 나를 계속 위축되게했다.



나는 그럴수록 더 아이를 가지고 싶었고 결혼하고 두 달 쯤 뒤에 임신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한 후



자궁 속에 있다던 혹은 어떻게 되었을까 뒤늦게 걱정을 했다.



다음날 병원에 가니 아이가 자리를 잘 잡았다는 이야기뿐이다.



그래서 결혼 전 산전검사에서 자궁에 혹이 있다던데하며 의사에게 물으니 혹은 없단다.



그냥 사라진 것이다.



아이가 잘 있다는 말에 기쁘기도 했고 동시에 무책임한 의사의 태도에 걱정으로 보냈던 몇 달을 생각하며 분노도 일었다.



이후 의사는 2주 후에 오라고 했다.



아이의 심박동 소리가 잘 들리는지 알아야 되니 조심하고 2주 후에 보자고 했다.



의사의 말과 당시 읽었던 임신서적에서 임신초기의 잘못될 가능성을 읽으며 잘못되면 어쩌지 걱정걱정하다가



2주 후에 찾아간 병원에서 아이가 자연유산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을 읽은 지금 생각하는 것이지만



내 처음 임신이 잘 못 된 것에 경구피임약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사회 전반에 깔린 임신이 두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때문에 갖게 된



내 심리적인 불안감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임신 초기 초음파 검사가 과연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의사들은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나?



과연 의사들은 여성의 몸을 생명을 잉태할 거룩한 모체로 생각하기는 하는걸까?



나는 자꾸 고개를 젓게 된다.



그 후 나는 마음을 편히 갖지 못했고 내 몸이 임신을 유지하기에 건강치 못한 것은 아닌가 전보다 더한 걱정을 안고 살았다.



임신서적에는 또 의사의 말이 한 번 유산이 임신이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몸이 약하다는 것이고 만약 세 번 이상 자연유산을 하게 되면 임신을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고 있었으니, 내가 한 번의 자연유산으로 그것도 여성으로의 내몸을 믿게 지지해 줄 사회적 기반이 없던 상태에서 그 많은 정보들을 접했던 것을 생각하면 내가 또 유산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을 지니고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게 3개월 후에 나는 다시 임신을 했고 조마조마한 상태에서 임신 초기를 보냈다.



임신 초기 약간의 피가 비쳐 병원에서 유산방지주사라를 맞았는데



아마도 호르몬제를 주사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이것도 꺼림칙하다.



병원에서는 불안한 산모를 정성어린 상담으로 진정시켜주는 대신 늘 주사나 약물로 쉽게 해결하려하니



이것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본다.



산모가 주사나 약을 안 주면 불안해하여 주사나 약을 주는 병원을 찾을 때까지 병원을 옮겨다니므로



산모가 원해서라는 변명은 이 책에서는 의사들이 아주 흔하게 쓰는 비겁한 변명이라고 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주사나 약물이 아무런 유해함이 없다고 확신한다면 모를까



큰 지장은 없었으니 당장에 잘못되는 것은 아니니 또는 잘못될 여지의 연구결과는 언제나 있는 것이니



슬쩍 외면하는 식으로 처방한다면 지금 의료시스템은 문제가 있어도 보통심각한 것이겠는가.



전국의 의료시스템이 장사치가 아니라 양심있는 의사들이 전부라면



다른 어떤 곳을 가도 조금의 위험 가능성이 있는 주사나 약물을 처방하지 않을텐데



산모가 병원을 전전하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간신히 간신히 임신 기간을 보내고 30주가 넘어가는데 7월이 가까워지자 내 몸은 자주 열이 나고 아팠다.



그저 몸살이나 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7월 셋째주 쯤 배가 몹시 아파 다니는 병원에 갔더니



수액 하나를 맞고 퇴원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에서 알아서 처방해주는 것이겠거나하고 수액을 맞고 기진맥진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일주일을 앓다시피하다가 7월 30일 아침부터 배가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아팠다.



예정일은 아직 한참 남았으므로 진통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그저 견뎠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그 간격이 규칙적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시간을 봤더니 7분으로 떨어진다.



병원에 급히 연락을 하고 그 때도 진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을버스타고 병원에 갔다.



누운 자세에서 전자태아감시장치를 한 채 지켜보니 그 수축 간격이 매우 일정하여 분만 진통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조산이니 위험할 수 있다하여 바로 옆 삼성병원으로 진통을 겪어가며 혼자 택시로 이동했다.



혼자 분만을 위해 처음 간 삼성병원은 너무도 낮설었다.



나를 위로하는 의사도 간호사도 없었다.



그저 몇가지 검사를 하고 진통실에 누워있는 내게 이 병원에서 진료를 계속 받지 않았으니



혹시 아이가 미숙아로 나와 긴급한 처치를 해야 할 때 이 병원에서 책임지지 못 할 수도 있으니 알아두라고만 했다.



나는 여기서 묻고 싶다.



조산임을 안지 얼마 되지 않은 초산인 임부가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위로가 터무니 없는 것인가?



그렇게 불안한 임부에게 내 아이가 안전한 처치를 받을 수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하는 것이 과연



생명윤리를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병원에서 할 소리인가?



내가 지금 분노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보이는가?



나는 의사들의 처치를 당연히 여기는 모두에게 또 의료진들에게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때 바보같이 속으로 생각했다.



'큰 병원에서 처음부터 진료 받을걸. 만약 병원에서 안 봐 준다고 하면 어쩌지?'



병원에서는 아마도 이걸 노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생명의 소중함보다 병원의 가치를 높여 병원 소중한 줄 알게 하려는 일종의 마케팅.



그리고 이어지던 무지막지한 내진.



진통이 병원에 도착한 지 6시간이 지나자 나에게 무통을 권유했다.



나는 거부했다.



늦게 도착해 힘든 출산을 지켜보던 친정엄마가 나를 설득했다.



다들 한다더라.



나는 또 거부했다.



그저 그 진통을 다 겪어야만 하는 줄 알고 있었던 초산 임부였고



상식적으로 마취제가 뱃속의 아이에게 득이 될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엄마는 내가 너무 안타까워 또 설득했다.



나는 흔들렸고 들락거리는 의사가운을 입은 레지던트들이던가 학생들이던가 모를 사람들에게



무통을 하면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가 물었다.



내 기억으로는 '할 만해요. 많이들 하고 크게 나쁜 것은 없어요'와 같은 애매한 대답뿐이었다.



길어지는 진통에 그런 정확치 못한 정보는 내 판단력을 흐리게했고 밤 12시에 결국 무통을 결정했다.



그 후로 찾아온 무감각.



나는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무통 좋구나 생각했다.



진통은 아마도 그 때문에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이고 새벽 6시가 되자 의사들은 아이를 기다리지 못해



터지지 않은 양막을 손으로 찢어서 터트렸다.



그리고 이어졌던 출산.



나는 후회한다.



그 아이는 태어나 한동안 반응이 무뎠다.



잘 빨지 못해 빨대를 코로 꼽아 아이 위에 억지로 넣었다.



이제 나는 무통이 아이를 한동안 반응이 무디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약물이 산모를 조용하게 만들어주고, 무한대로 개입이 가능하게 해 주고, 의사에게 가장 편리한 시간에 아기를 분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많은 의사들이 "이 약물은 아기한테까지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하는 거짓말로 엄마를 안심시키지만, 모든 의사들은 산모에게 투여하는 거의 모든 약들이 태반을 통과해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기들은 독성 물질을 대사 처리하는 간과 처리된 물질을 배출하는 신장이 완전히 발달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른들처럼 효율적으로 제 기능을 다 발휘할 수 없다.'



산부인과 의사들이여 여기에 당신들이 어떤 말을 할 수 있나?



나에게 당시 이런 정보가 있었다면 나는 내 목숨을 걸고 마취제를 거부했을 것이다.



병원은 산모에게 생명의 지장이 없는 한 적어도 건강한 신생아들도 견디기 힘든 모체를 통해 들어오는 약물로부터



신체기관이 채 완성되지 못한 채 조산으로 세상에 나오게 될 미숙아들에게는 더 조심스럽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적어도 엄마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줄 수는 있어야 한다.



내 아이는 태어난 지 두 달 후 황달로 병원에 가니 혈액 응고 수치가 믿을 수 없을만큼 높아 혈액 응고가 되지 않고 혈소판이 제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정상 혈액을 수혈받는 식의 임시방편 식의 처치를 받았다.



그러다가 대사이상검사를 다시 해 본다고 하더니 타이로신 혈증이라고 못을 박았다.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엄마아빠 유전자에서 열성 유전자만 받아 생기는 희귀병이라니



나와 남편이 받았던 죄책감과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 떠난후 병원에서 검사했던 유전자 검사를 보고 검사진이 한 말은



아이의 병증이 타이로신 혈증이라고 할만한 것을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가책없이 엄마의 몸에 무통 마취를 한 것과



낳은 후 신생아실에서 처치되었을 비타민 K가 내 아이의 간을 약하게 했고 신장 기능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한다.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기본적으로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 비타민 K를 투여한다. 왜냐하면 아기들이 혈액 응고 속도와 관계가 있는 이 비타민이 결핍된 상태로 태어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엄마가 영양 결핍이 아닌 이상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어쨌든 의사들은 배운 대로 시행해서 아기를 또 다른 위험에 노출시킨다. 신생아에게 비타민 K를 투여하면 황달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나.



소아과 의사들은 왜 이런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았나.



도대체 왜.



그리하여 오랜 황달로 난지 두 달만에 병원을 찾은 내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졌던 무지막지한 채혈과 그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장시간 단식을 해야만 할 수 있던



핵의학검사와 뇌파검사, 엑스레이까지 마구잡이로 병원에서 돌려졌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 선천성 대사이상이라니.



나는 이제 믿지 않는다.



내 아이가 선천성 대사이상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아이는 공격적인 병원 처치를 그 여린 몸이 견디지 못해 더 빨리 떠난 것이다.



물론 지금의 건강한 내 아이도 무통분만을 했다.



하지만 진통 시간은 3시간으로 짧았고 무통을 위한 마취제도 1시간도 채 들어가지 않았고



아이는 4kg에 가까운 튼튼한 체력으로 태어났다.



그러니 영향이 있었더라도 이겨냈을 것이다.



어쩌면 먼저 떠난 아이는 무정한 의료시스템이 만연한 시대에 태어나 그러한 처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조차 제 운명대로 살다간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어미로서 분명히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다.



또한 나와 내 남편이 우리의 유전적 잘 못으로 아이를 보낸 것이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의 좋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따지고 따져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딸들이 이런 무지막지한 출산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금의 의료시스템을 바꿀 의무가 있다.



지금 당장 우리가 그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지금의 무모한 산부인과적 처치에 내 딸들을 내 맡기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다.



의사들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이 바꿔야 한다.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그리고 애매한 답변은 당신이 그러고도 생명을 구하는 의사냐고 호통을 칠 수 있어야 한다.



내 말은 무조건 병원을 멀리하고 조산원을 찾으라는 말도 아니고 가정분만만이 최고다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내 몸과 내 아이의 생명을 일차로 지켜야할 책임있는 여성으로서



의사들을 변화시켜 정당한 분만을 위한 인도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진실이 극단으로 불린다면 기꺼이 극단적인 그 의견을 받아들이겠노라고 말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모든 일에 융통성을 가지라고 말한다.



적당히 절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생명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면 그래도 융통성을 갖고 절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겠는가?



나는 이 문제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이여 자연유산이 늘어나고 기형아가 많아지는 것을 전적으로 환경과 알 수 없는 세상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아마도 내 생각엔 당신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환경이 달라지고 척박해진 자연이 자연유산과 기형아의 비율을 늘게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 직접적인 당신들의 산모에 대한 약물투여가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와 같이 많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남은 이유는



여성의 몸의 신성한 에너지와 새생명이 갖는 경이로움이 그 모든 무자비한 처치들 속에서도 살아남아



인류를 이어나가게 하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리라.



'죽은 아이 나이세기'라는 말이 있다. 



이미 해 봤자 부질없는 일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내게 새로운 의미로 남는다.



죽은 아이 나이세기는 나에게는 그 아이와 살아가는 또다른 방법인 것이다.



나는 많은 엄마들이 엄마가 될 사람들이 나와같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길 바라지 않는다.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수긍이 갈만큼 정당하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더 많은 엄마아빠가 읽고 더불어 우리나라 산부인과와 소아과 의사들이 읽어



출산을 보다 행복한 일로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바람은 그것뿐이다.



마지막으로 내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이 지난 우리의 아픈 마음을 흔들어놓을 것이기에 내 글을 읽고 있을 남편이 이 글을 통해



어떤 마음을 갖게 될지 나는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또 믿고 싶다.



어떤 기회에 들여다보는 그 상처를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것이



이후에 우리가 맞이할 더 큰 구비구비 인생길을 의연하게 걸어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리라고



남편에게도 그러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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