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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팔경 중 제1경인 도담삼봉의 이른 아침 풍경. 물길 건너 도담리 주민이 배를 타고 건너오고 있다.



















도담삼봉 넘어 날자 날자꾸나 눈부신 설원 위로

[한겨레 매거진 esc] 여행
초겨울 눈 덮인 단양팔경의 색다른 정취와 온달산성·두산활공장 설경 전망

도담삼봉·석문·구담봉·옥순봉…, 단양의 여덟 경치(단양팔경)도, 온달 장군 이야기 전해오는 산성도 흰 눈에 덮여 고요하다. 눈 시리게 반짝이는 눈빛에, 차고 맑은 하늘 아래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 물길도 한결 깊어져 짙푸르다. 드물게 ‘11월의 큰 눈’이 내렸던 지난주, 볼거리 많은 충북 단양의 산과 들도 눈으로 하얬다. 눈빛에 취한 초겨울 나들이객들은 이미 제철을 만났다.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미끄러운 눈길 헤쳐 산성길을 걷고, 활공장의 상승 기류에 몸을 맡긴 채 설경을 즐긴다. 눈에 씻겨 해맑아진 하늘 아래 더 도드라지게 드러난 단양의 산길·물길을 만나보고 왔다.

녹음 우거진 여름과 달리 
절제미 내뿜는 겨울 온달산성 
남문 터 부근 고지대 성곽길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으뜸이다

고구려 평원왕·영양왕 때의 장군 온달. 평원왕의 딸 평강 공주와의 사랑 이야기로 더 유명한 장군이다. 단양군 영춘면 남한강변의 온달산성은, 한반도 중원 땅을 차지하기 위해 고구려와 신라가 치열하게 다투던 시기에 온달이 쌓았다는, 그리고 신라군과 격전을 치르던 그가 신라군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둔 곳으로 전해오는 산성이다.

둘레 682m(외벽)의 작은 석성이지만, 우아하게 굽이치는 성곽의 자태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남한강 물줄기와 어우러져 빼어난 전망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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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산성 동문 주변 성곽 모습.
산성은 온달관광지에서 30분쯤 급경사 산길을 오르면 되지만, 미끄러운 눈길을 피하고 초겨울 눈 덮인 산길을 산책할 겸 최가동 쪽으로 차를 몰고 오른 뒤, 아이젠을 착용하고 ‘화전민촌’ 갈림길 지나 산길을 에돌아 산성 북문 쪽으로 걸어 올랐다. 이 산길은 소백산 둘레를 한바퀴 도는 소백산자락길(단양·영주·봉화·영월 12구간 총 142㎞)의 일부이자, 단양군에서 이름붙인 ‘온달·평강 로맨스길’(고드너머재~방터 화전민촌~온달산성~온달관광지~영춘면사무소 13.8㎞ 3시간30분 소요)의 한 구간이다.

겨울 온달산성은 녹음 우거진 여름 풍경과는 또다른, 절제된 매력을 내뿜는다. 가파른 북문 터를 지나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성곽을 돌아 동문 터로 내려오는 동안, 경사진 산자락에 만들어진 반달형의 산성은 장소와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근사한 눈경치를 펼쳐보였다. 그중에서도 남문 터 부근의 고지대 성곽길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으뜸이다. 북문 터에서 남문 터로 둥글게 휘어져 튀어나온 석성과 그 아래로 아득하게 펼쳐지는 남한강 물줄기의 조화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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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활공장에서 이륙한 패러글라이더.
온달 장군과 고구려 병사들도 이 아득한 남한강 물을 내려다보며 신라군과 맞섰으리라. 성벽의 어느 성돌 하나 화살 안 맞고 피땀 얼룩지지 않은 곳이 있을까. 지나칠 정도로 반듯하게 복원된 성곽 모습이 되레 안쓰럽다.

성 안엔 1960년대까지 우물과 경작지 등이 남아 있었으나 사라지고, 경작을 막기 위해 심었다는 소나무들이 남서쪽 고지대에 숲을 이루고 있다. 가장 낮은 지역인 성곽의 북문·남문 터 사이 성벽 밑에선 배수구로 추정되는 구멍이 나 있다. 성곽길 한바퀴 도는 데 20여분. 한겨울 눈 덮인 옛 석성의 매력을 감상하기 위해선 두꺼운 방한복과 스패츠·아이젠 등 겨울 산행장비 준비가 필수다. 폭설 땐 산성 탐방을 제한한다.

온달산성 들머리 온달관광지에 있는 평강 공주가 사랑하는 남편 바보 온달을 어떻게 맹장으로 키워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전시관 온달관과, 온달이 무술을 연마했다고 전해오는 석회암 동굴 온달동굴(천연기념물 261호)에 들러볼 만하다. 온달동굴(영춘 남굴)은 고생대 석회암층에 10만년 전쯤 형성된 석회동굴로 다양한 모양의 종류석·석순 등이 장관을 이뤄, 주변의 고수동굴·천동동굴 등과 함께 관광 인파가 몰려드는 천연동굴이다. 온달·평강 로맨스길에 있는 화전민촌은 옛 화전민의 주거지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봄~가을에만 숙박체험 시설로 운영한다.

탁 트인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또다른 곳이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사철 몸을 날리는 활공장(이륙장)이다. 단양엔 양방산(664m)과 두산(700m) 2곳에, 단양읍내와 주변 산줄기들을 발아래 두고 날아다닐 수 있는 활공장이 있다. 두 곳 모두 차량으로 오를 수 있지만, 산길이 가팔라 폭설 땐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단양읍내 전망이 빼어난 양방산 산길은 눈으로 길이 통제돼, 두산마을(해발 550m 지점)에 차를 두고 20분이면 걸어오를 수 있는 두산활공장으로 향했다. 두산은 가곡면 사평2리 두산마을의 뒷산이다.

희끗희끗 눈 덮인 산줄기들과 산자락을 안고 굽이쳐 흐르는 남한강 물길이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두산 활공장엔 영하의 날씨 속에 수시로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30대 여성이 “평소 꼭 한번 하늘을 날아보고 싶었다”며 체험비행(탠덤비행)에 나섰다. 두산활공장 운영자 장선영씨는 “폭설, 강풍 때가 아니면 한겨울에도 이륙이 가능하다”며 “설원을 굽어보며 하늘을 난다는 매력 때문에 겨울에도 체험객들이 적지 않게 찾아온다”고 말했다.


맞바람을 타고, 여성 체험자의 오랜 꿈이 활짝 펼쳐지며 이륙에 성공한 패러글라이더가 푸른 하늘과 눈 쌓인 산줄기들을 넘나들며 하강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다시 등산화끈을 조여매고 두산 정상으로 향했다. 30분쯤 눈 덮인 산길을 오르자, 탁 트인 눈밭 너머로 줄달음치는 산줄기가 거대한 장벽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해발 700m의 두산이 소백산 발치의 한 작은 봉우리 중 하나라는 게 뚜렷이 느껴진다. 왼쪽(북동쪽) 멀리서부터 형제봉(1178m)과 신선봉(1420m), 국망봉(1421m),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1439m), 연화봉(1394m)과 소백산천문대, 제2연화봉(1357m) 등 눈 덮인 소백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두산 정상은 두산활공장의 보조 이륙장으로 쓰인다. 패러글라이딩은 맞바람을 받아야 이륙할 수 있는데, 주 이륙장과 보조 이륙장의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장쾌한 산 전망을 즐긴 뒤엔 남한강 물길을 따라 차를 몰며 단양팔경(도담삼봉·석문·구담봉·옥순봉·사인암·하선암·중선암·상선암) 등 경치와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만하다. 과거 단양읍이 자리했던 단성면에서부터 현재 단양읍내 지나 영춘면까지, 상·중·하선암, 단양향교와 신라적성비, 수양개 선사유적지, 도담삼봉, 석문 등 볼거리들이 깔려 있다.


물길 가운데 솟은 세 봉우리 도담삼봉은 해 뜰 무렵의 경치가 특히 아름다워 새벽부터 사진가들이 물가로 몰려든다. 도담삼봉에서 상류 쪽으로 300m 떨어진 강변 절벽엔 거대한 문처럼 구멍이 뚫린 석문이 있다. 석회암 용식 지형으로, 무지개 모양의 돌문에 남한강 푸른 물길이 그림처럼 담겨 있다.

이밖에 단양읍내에 있는 국내 최대의 민물고기 전시관인 다누리 아쿠아리움과 읍내 전통시장인 구경시장(1, 6일장)도 여행길에 들러볼 만한 곳이다.

단양/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 단양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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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수도권~원주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안동 방향~북단양나들목~5번 국도~단양읍내. 영춘면 온달산성은 읍내에서 59번 국도 타고 가다 군간교 건너서 우회전 522번 지방도 이용해 영춘교 건너 우회전해 온달관광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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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곳 단양읍 상진리의 성원마늘약선요리(043-421-8777) 정식 1만5000원, 평일 점심특선 1만원. 단양읍 상진리 다원(043-423-8050) 마늘떡갈비(사진) 1인 1만3000원. 단양읍 도전리 경주식당(043-423-4367) 복매운탕 1인 8000원, 다슬기국 7000원. 단양읍 별곡리 멍석갈비(043-423-5171) 동태우거지찜 1만5000원(2인분), 갈비살 200g 3만원.

묵을 곳 단양읍내에 그리다모텔(043-421-4120, 평일 5만원) 등 모텔과 단양관광호텔(043-423-7070, 베니키아 체인점, 평일 2인 기준 6만9000원부터), 그리고 대명리조트(043-420-8311)가 있다.

문의 단양군청 문화관광과 (043)420-2555, 단양군관광안내소 (043)422-1146, 충주호유람선(장회나루) (043)422-1188.

(*한겨레신문 2013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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