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과 가평 사이에 솟은 마유산(일명 유명산) 자락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의 이른 아침 풍경. 막피기 시작한 억새 무리가 산자락에 깔려 있다.

[한겨레 esc/여행]
유명산으로 알려진 양평 마유산 산자락에 흩뿌려놓은 듯한 억새밭 장관

단풍이 한바탕 불타오르고 사그라질 무렵, 비로소 억새 무리는 능선으로 산비탈로 자욱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이나 해가 기우는 오후, 역광의 햇살 아래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 무리의 눈부신 춤이야말로 감동적인 가을 본색이라 할 만하다. 포천 명성산, 가평 명지산 등 수도권에는 가을 억새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산이 많지만, 유명세를 덜 탄 억새산도 있다. 양평군 옥천면과 가평군 설악면 사이에 솟은 마유산(유명산·864m)이 그런 곳이다.

배너미재 중산간에서 
영화 ‘관상’ 촬영지 거쳐 
활공장 3㎞ 억새밭 산책할 만 
패러글라이딩 체험비행도 인기

마유산 억새밭은 산 정상에서 좀 떨어진 남쪽 자락 경사면에 흩어져 있어, 찾는 이가 많지 않다. 그 흔한 억새 축제도 없이, 정돈되지 않은 산자락에 흩뿌려놓은 듯 자라는 억새들이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최근 뜬 영화 <관상>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요즘은 유명산이란 이름으로 유명해졌지만, 이 산의 본디 이름은 마유산(馬遊山)이다. 조선시대 말을 놓아기른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그런데 1970년대 초 이 산에 들른 한 산악회 회원들이, ‘이름 없는 산’이라 하여 일행 중 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하니, 이른바 ‘이름 모를 들꽃’에 제멋대로 엉뚱한 새 이름을 갖다붙인 것과 같은 꼴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해동지도> <양근읍지>(양평읍지) 등에 마유산이라 표기돼 있다(양평문화원 자료). 지금도 옥천면 신복리 ‘마골’과 서종면의 ‘마현’ 등 주변엔 말과 관련된 지명이 남아 있다. 말이 노닐던 산으로 이젠 단풍·억새 산행꾼이 찾아와 거닐고 패러글라이딩꾼들이 날아다닌다.

이 산의 산행 코스는 대략 세 가지다. 산 북쪽 유명산자연휴양림에서 짧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긴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휴양림 코스(3시간30분), 산 서쪽의 고개인 농다치나 선어치(서너치)에서 소구니산(800m)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휴양림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3시간30분), 산 동남쪽 배너미재(배내미재·600m)에서 완만한 임도를 따라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거쳐 정상에 다녀오는 코스(3시간) 등이다.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의 고찰 사나사.

지난 주말 배너미재에서 올라 활공장 주변의 억새 무리를 만난 뒤, 다시 농다치에서 올라 소구니산~정상~계곡~휴양림 코스를 둘러봤다. 계곡의 단풍은 지난주가 절정이어서 이제 사그라지는 분위기고, 활공장 주변과 <관상> 촬영지 주변의 억새밭은 이제 막 화려한 은빛 군무를 펼치는 중이다. 산에서의 전망은 정상보다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쓰이는 대부산(743m) 쪽이 빼어나고 일대에 펼쳐진 억새 무리도 아름답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휴양림 쪽에서 올라와 정상 부근에 머물다 하산하므로, 활공장 쪽 경사면에 펼쳐진 억새밭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부산과 마유산 정상은 15분 거리다. 산자락에 굽이치며 뻗은 임도 좌우로 억새밭이 펼쳐지는데, 대부산 활공장 주변 소나무들이 모여 선 지점의 풍경이 볼만하다. 본디 소나무 아홉 그루가 우거져 멋진 경치를 이뤘지만, 태풍으로 쓰러져 다섯 그루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코앞에선 은빛 억새들이, 멀리로는 산줄기·강줄기들이 어우러져 가을색을 내뿜는다. 동쪽으로는 병풍처럼 막아선 용문산(1157m) 산줄기와 그 산줄기 옆으로 뾰족하게 솟은 백운봉(940m)의 자태가 아름답고, 남쪽으론 연무 속으로 아득하게 굽이치는 남한강 물줄기와 교량들이 눈에 잡힌다.

억새 우거진 산비탈은 조선시대 말 방목지로 쓰인 데 이어 20여년 전까지는 고랭지 채소밭으로 이용됐다. 요즘 사륜구동차량(ATV) 오프로드 체험코스로 이용되는 비포장길 역시 농산물을 실어나르는 농로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억새 무리와 함께 감상할 만한 것이, 색색의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짙푸른 가을 하늘을 수놓는 패러글라이더들이다. 패러글라이딩 교육·체험비행을 진행하는 김천하(47)씨는 “이맘때가 비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며 “바람이 잔잔한 날이면 억새밭 위로 날아올라 점점이 떠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고 말했다.

대부산 활공장에서 비포장길을 한동안 내려가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또다른 억새밭 경치가 열린다. 영화 <관상> 촬영세트장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용문산의 웅장한 산줄기들과 남한강 물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세트장 못미처 도로변에서 내려다보이는, 잔잔히 물결치며 반짝이는 비탈진 억새밭과 떡갈나무 한 그루가 도드라지게 서 있는 언덕 풍경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억새밭을 둘러보기 위한 산행이라면, 설매재자연휴양림 쪽으로 올라 배너미재 주변에 차를 대고 차량차단기가 설치된 비포장길로 걸어오르면 된다. 마유산(유명산) 정상까지는 3.5㎞쯤 되지만, 2㎞쯤부터 억새밭이 펼쳐진다. 중간에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촬영세트장 쪽으로 오를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비행과 함께 억새를 즐겨도 좋겠다. 양평 쪽에 있는 3곳의 체험비행 업체 쪽에 미리 연락하면 차량을 이용해 대부산 활공장까지 오를 수 있다.

농다치 쪽이나 휴양림 쪽에서 오를 경우 모두 산 정상까지 1시간30분 이상을 잡아야 한다. 농다치~소구니산~정상 코스는 급경사와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코스이고, 휴양림 쪽에서 오르는 길은 가파른 산길의 연속으로 어느 쪽이든 쉬엄쉬엄 여유있게 시간을 잡는 게 좋다.

배너미재 오르내리는 길에 용천리의 아담하고 소박한 절 사나사에 들러볼 만하다. 사나사계곡 단풍은 특별할 것이 없으나, 절 안팎에 서서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노랗고 붉은 나무들이 나뭇잎을 흩뿌리며 탐방객들을 맞아준다. 신라 때 창건돼 고려 때 융성한 사나사는, 임진왜란으로 불탄 뒤 일제강점기 전후에 의병 근거지라 하여 다시 일제가 불태웠고, 한국전쟁 때 또 불타 옛 건물은 없다. 고려 말 고승 원증국사 보우의 부도인 원증국사탑과 원증국사석종비, 용천리삼층석탑 등이 남아 있다.

마유산(유명산)/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마유산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6번 국도 타고 구리~양수리 지나 양평읍 쪽으로 가다 옥천면 고읍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옥천냉면마을 지나 직진, 설매재자연휴양림에서 좀더 오르면 배너미재에 이른다. 농다치는 앞서 옥천냉면마을 지나 백현사거리에서 한화리조트 쪽으로 좌회전해 37번 국도 따라 가평 설악면 방향으로 가다 중미산삼거리 못미처에 있다.

먹을 곳 한화리조트양평 안 뜨락(031-772-3811 내선 8239)의 곤드레돌솥밥·뜨락정식 등, 옥천리 황해식당(031-772-9693)의 냉면과 돼지고기완자 등.

즐길거리 마유산(유명산) 들머리의 한화리조트 양평은 최근 자연 속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영화 감상과 캠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무비 글램핑 빌리지(사진)’를 선보였다. 메가박스의 최신 영화와 빈폴의 글램핑 장비, 한화리조트의 식음료를 결합한 이색 캠핑 체험 프로그램이다. 11월 말까지 오후 4시~저녁 8시 운영. 심플패키지(금·토) 4인 기준 5만원, 바비큐패키지(금·토) 4인 13만원. 일~목요일 캠핑장비만 이용할 경우 4인 3만원. (031)772-3811.

양평 여행문의 양평군청 관광진흥과 (031)773-5101, 용문산관광안내소 (031)775-2074.


(*한겨레신문사 2013년 10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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