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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바캉스 여행지

icon_han21.gif 무계획으로 떠나도 안심

옛말은 틀린 게 없었다. 놀아본 사람이 더 잘 놀듯, 찬 바람 가시기 도 전에 여름휴가 예약 끝낸 이들에게만 즐거운 바캉스 계절이 왔다. 맘 편히 놀기도 복잡한 이 더러운 세상! 다가오는 휴가 날짜를 보며 자신의 ‘결정장애’를 탓하고 있을 ‘무계획족’을 위해 <한겨레21>이 ‘무 작정 바캉스 처방전’을 준비했다. 각 분야의 여행 전문가에게 저렴하 고 무계획적으로 떠나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여행 후보지를 추천받 아 8가지로 묶었다. 부디 손에 꼭 쥐고 스트레스 없는 여름휴가 떠나 시길. 8가지 보기가 너무 많아 망설여진다면, 무조건 과감하게 찍으 시라. 여름휴가의 막은 이미 올랐으니.

1. 세 치 혀로 날름 떠나는 동남아 바캉스

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 다문화음식거리·서울 혜화동 필리핀 벼룩시장

출발 시간: 주중·주말 해 지기 전

‘탈한국 휴가’를 꿈만 꾸고 있을 이들을 위한 처방이다. 당일치기 로 해외여행의 착시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선 지하철 4호선 안산역 으로 가 ‘안산다문화음식거리’로 발걸음을 옮기자. 베트남·타이·인 도네시아 등 여러 문화권 출신의 이주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동남아 음식점이 즐비하다. 아예 다국적 먹거리 축제가 안산시 주최로 열리 기도 한다. 음식 맛도 서울에서 맛보는 동남아 식당과 다르다. 베트남 쌀국수 국물에도 한국인 입맛에 길들여진 맛이 아닌 현지의 맛이 살 아 있다. 현지에 다녀온 이들은 여행의 추억을, 안 가본 이들은 미각 오리엔테이션을 거칠 수 있다. 여러 문화권의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 도 흥미롭다. 대낮에 가면 일반적인 선입견과 달리 안전하고 재밌다.

서울 안에서는 매주 일요일 혜화동성당 주변에서 열리는 ‘필리핀 벼룩시장’을 찾을 만하다. 매주 한 번 열리는 필리핀어 미사 덕에 생 긴 벼룩시장이다. 200m 거리에 좌판이 깔리고 즉석 음식 테이블도 등장한다. 낮 12시 성당의 필리핀어 미사까지 보면 확실한 착시효과 를 느낄 수 있다! 신예희 <여행자의 밥> 지은이

2.첨벙첨벙 퇴계 대 우암 계곡 배틀

충북 괴산군 청천면 선유동계곡~화양계곡

출발 시간: 주중·주말 아침

걷기·트레킹 전문 여행작가로서 여러 번 가본 곳이라도 걷는 방식 을 바꿔서 새로움을 얻는 처방을 내리고 싶다. 걷는 방법은 계절에 따라서도 달리 해볼 수 있는 맛이 있다. 여름에 가장 좋은 걷기는 계 곡의 적당한 장소를 물길 따라서 첨벙첨벙 걷는 것이다. 말 그대로 ‘피서’다(물론 아쿠아 슈즈 정도는 있어야 한다). 올여름 ‘첨벙첨벙 걷 기’의 최고 추천지는 충북 괴산군의 선유동계곡과 화양계곡이다. 핵 심은 두 계곡의 특징을 비교하며 걸어야 한다는 점! 선유동계곡은 퇴계 이황이 ‘구곡’이라 이름을 붙였고, 화양계곡은 우암 송시열이 암 서재를 짓고 머물 정도로 사랑했던 곳이다. 부드러움과 아기자기함, 그리고 굵직하고 대찬 느낌 등 이른바 ‘계곡미’로 두 인물의 스타일을 짐작하면서 걸어가면 좋다. 게다가 선유동 휴게소 넘어 걷다보면 두 계곡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하루 종일 걷는 것. 물길 따라 하루 종일 걷다보면 어느새 풍경과 가까워질 수 있다. 계곡을 걷다가 작은 물웅 덩이 안에 막걸리잔 띄워놓고 퍼마시면… 그 맛이 캬~! 진우석 <사계절 주말마다 떠나는 걷기 좋은 산길 55>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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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여행지 8곳

3. 서울 속 사방 뚫린 펜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 캠핑장

출발 시간: 주중 해 진 뒤

‘무작정 바캉스’라고?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는 문제’다. 극심한 휴가철에 떠나는 여행이 결국 숙박 예약과의 처절한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같은 도심 안에서 는 어차피 열대야가 있다. 합법적으로 잘 수 있는 야외 잠자리를 찾 아보면 꽤 많다. 난지도, 중랑천…. 다 있지만 문제는 자리 얻기다. 그 늘이 멋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안 캠핑장도 주말에는 자리 얻기 가 하늘의 별 따기니 말이다. 그래도 한강변과 맞닿아 있고 멋진 서 울 야경이 펼쳐지는 곳은 노을공원 캠핑장이다. 평일 저녁을 선택한 다면 자리를 얻을 수 있다(사실 주중에는 캠핑장이 꽉 차는 경우가 드물다). 어차피 그늘 없는 공원이니 평일 해 질 녘부터 휴가를 시작해야 한다. 평일 오후 늦게 집을 나서 하늘공원 옆 수산시장에 들른 뒤 회 한 접시를 뜨자. 누우면 펼쳐지는 서울 야경을 보며 맥주 한잔 마시다 스르르 잠드는 서울의 하룻밤. 달콤한 휴가 아닐까. 김산환 캠핑 전문가·꿈의지도출판사 대표

4. 작고 상큼한 꽃섬 여행 어때

경남 통영시 연대도

출발 시간: 아무 때나

통영은 휴가철 여행지로 유명하다. 그리고 서울에서 멀다. 통영항 에 들러 충무김밥을 먹고 소매물도로 건너가는 게 잘 알려진 통영 여행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생소한 통영 연대도를 가면, 계획 없 이 떠나는 알찬 1박2일 여행을 할 수 있다. 연대도는 통영항에서 배 를 타고 20분이면 도착하는 뭍과 가까운 섬이다. 자그마한 섬에 내 리면 여름에도 다랭이·양귀비 등을 가득 볼 수 있다. 꽃길 사이로 트 레킹을 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다녔다는 ‘지겟길’ 코 스 한 바퀴는 계획 없이 가서 돌기 딱 좋다. 게다가 섬 전체가 탄소 청 정지역인 ‘에코마을’이다. 아기자기한 구경거리도 많다. 연대도 마을 에 가면 집마다 문패가 달려 있는데 자세한 집안 내력을 적어놨다. “이 마을에서 제일 오래 사신 할머니 사는 집인데, 여전히 건강하십 니다.” “여기는 회를 잘 뜨는 이장이 사는 집입니다.” “섬에서 달리기 가 제일 빠른 할머니가 사십니다.” 섬 곳곳에 숨은 재미가 많다. 마을 에서 민박하고, 마을 할머니에게 얘기 잘하면 연대도 가정식을 즐길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노중훈 여행 칼럼니스트

5. 강화도는 두 바퀴로 떠나야

인천 강화도

출발 시간: 아무 때나

‘무계획족’을 구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작정 바캉스 장소를 묻는 질문 자체가 여행작가에게도 허를 찔리는 느낌인 듯하다. 우선, 계획 없이 떠나는 곳이라면 최대한 만족을 끌어내야 한다는 단서가 따라 오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강화도만큼 경쟁력을 갖는 여행지는 없 을 듯하다.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는 매력과, 섬 곳곳에 유적이 풍부하다는 점을 보면 말이다. 고려시대 유물도 가득해 역사도 생각 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을 데려간다면 좋지 않을까. 물론 풍경도 다 른 곳보다 빼어나다. 마이산을 오르는 것도 아름다움을 즐기는 방법 이지만, 강화도 안에서 하루를 머물며 석모도 뒤로 넘어가는 해를 지켜보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다. 교통체증이 심한 강화도로 향하는 도로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한강에서부터 강화도까지 잘 닦여 있는 자전거도로로 가는 여정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섬에서도 자전거를 타며 돌아보면 수많은 풍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백상현 <유럽 같은 국내 여행지> 지은이

6. 경주 남산, 쉽게 올라 어렵게 내려오자

경북 경주시 탑동 남산

출발 시간: 아무 때나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남이 모르는 여행 장소를 꼽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에 가장 걸맞 은 건, 예전에 갔지만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도시를 여행하는 것 이라고 본다. 그게 바로 ‘무작정 바캉스’의 맛이다! 그 점에서 천년고 도 경주의 남산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사람들이 불국사~석굴암은 잘 알아도 남산은 제대로 모른다. 다녀왔다고 해도 어떻게 올라가느 냐에 따라 경주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추천 코스는 북쪽 등산로로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산을 오를 때는 경사인지도 모르 게 아주 완만하게 올라간 뒤, 하산할 때는 머리카락이 쭈뼛 설 수준 의 급경사 바윗길이 이어진다. 올라가면서 경주 시내의 전경을 보면, 말 그대로 슬로시티의 전형을 볼 수 있다. 9부 능선에서 보는 경주가 가장 아름답다. 남산을 어렵게 내려온 뒤, 왕릉 쪽으로 향하면 그때 에야 경주가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진다. 아무 계획 없이 남 산만 찾아도 경주를 담아갈 수 있는 셈이다. 유지성 오지레이서·런액스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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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으로 떠나도 성공 가능성 높다

7. 항공기는 버스처럼 타야 제맛이지

서울 공항동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 시간: 주중 낮

당일치기 무작정 바캉스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은 항공기 다. 차를 가지고 무작정 떠나다보면 막히고 시간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갑자기 제주도로 떠나보자. 지난달 무작정 밤에 제주도로 출발 해 다음날 점심에 서울로 돌아왔다. 주중 한낮에 서울역에서 30분 만에 김포공항까지 가는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1시간 뒤 출발하는 제주행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면 3만원 안팎에 표를 살 수 있다. 부산 가는 KTX보다 싸다. 제주에 가서도 특별히 뭘 하지 말고 짧게 있다가 와도 좋다. 제주에서 먹고 싶던 음식을 찾아가 맛보거나 그냥 바다를 보는 건 어떨지. 항공기를 버스처럼 타고 떠나는 맛을 즐길 수 있다. 가끔은 해외여행도 무작정 출발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목요일에 표 사서 토요일에 일본 후쿠오카에 간 경험이 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그 지역 안에서 볼거리가 많아 라오스 루앙 프라방, 타이 빠이도 항공권 한 장으로 떠나는 무작정 해외여행지로 한 표~. 채지형 <인생을 바꾸는 여행의 힘> 지은이

8. 섬사람만 아는 해변이 있수꽈?

제주 애월읍 곽지해수욕장

출발 시간: 아무 때나

제주에 사니, 제주에서 무작정 찾아가기 좋은 숨은 여행지를 처방 전으로 제시하겠다. 항공기로 제주도에 내리면 가장 가까운 행정구 역이 애월읍이다. 제주도의 북서쪽 지역이다. 애월읍 곽지리에 가면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곽지해수욕장이 나온다. 관광객이 찾아 오는 이곳을 지나 한담 해안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주 작은 해수 욕장이 줄지어 등장한다. 두세 가족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작은 해 수욕장이다. 이 동네 주민들이 가는 해수욕장이다. 낮은 해변이 길 게 이어지는 해수욕장에서 가족이 오붓하게 조용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제주도 전체를 지나는 올레길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 관광객도 많이 마주치지 않는다. 별 계획 없이 지낼 수 있는 여행지다. 제주에 온 지 2년이 넘었는데, 우리 가족은 따로 바캉스가 없다. 집이 곽지 리 근처라 아이가 어린이집을 마치면 함께 해수욕장에 가서 물놀이 한다. 일상이자 휴가인 셈이다.이겸 제주도여행학교 대표·사진작가

정리 한겨레21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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