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트리에서 내가 육아보다 정치 이야기를 더 많이 했구나
이 책을 받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었다. 이 숨기지 못하는 감정을 어찌할까. 정치 얘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촉이 선다. 학교 다닐 때 국사는 좋아했지만 정치과목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치가 생활이고 정치가 모여 역사가 되는데 학교 때 배운 정치는 좀 다르게 와닿았나부다 싶다. 게다가 뭔가 고통 받는 삶에 끼여들어 알고 싶어하고 그건 왜 그래, 왜 안돼 따지기 좋아했던 내가 교과서만 보던 그 때의 세계와 삶의 현장이 다름에 충격이 컸던 탓일까. 아무렴 어떠랴. 내 열정을 확인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는 것을 말이다.
특강 책을 보면서 머릿 속에 어렴풋했던 것들이 다시 또렸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많이 들었던 뉴라이트가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것인지 몰랐었는데 조금 알게 되었다. 간첩? 간첩하면 인혁당을 비롯해 최근 뉴스에 나온 검찰의 전교조 이적조사까지 가슴 답답하게 만드는 일이 많았다. 함량 미달의 간첩이 조작되는 웃지못할 일들이 지금도 진행중이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 정부 건국강령과 제헌헌법에 담긴 공공 정신을 읽을 때는 오히려 시대가 역행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 시대의 지성인들이 새삼 더 대단해 보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무지함에 부끄럽고 그 숭고함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것 같아 또 한번 부끄럽다.
잠깐, 작년 대선을 치르고 든 생각이 있다. 대선을 치르고나서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바른 목소리를 냈던 분들이 정말 많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부모 자식간에 사회를 바라보는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예외도 있지만 자라면서 갖게 된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52:48, 이는 이 정부에서 나올 수 있었던 최고의 한계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들이 이 땅에 버젓이 남아있고 독립을 위해, 민주화를 위해 온 몸을 던진 이들은 빨갱이라는 빨간 붓으로 칠해져 왔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삶의 터전에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카키마사오를 알았겠으며, 민간인 사찰이 진행되었다고, 내곡동 사저가 문제가 있음에도 탄핵은 커녕 큰 일이 아닌 듯 조심조심 다루는 높으신 분들, 이를 비춰주는 언론의 상황과 여대야소의 정치판, 몸을 사리는 야당, 작년 대선판은 야권에 좋지 않았고 야권의 큰 이슈였던 단일화는 그렇게 아름답지 못했다. 국정원 여직원 개입, 개표 과정의 부정이 확실히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얻어낸 48%는 실망을 주는 득표율이 아니었다. 더 얻을 수 있었는데 아쉬움은 크지만 희망을 접을 필요는 없다.
장엄한 역사의 7년 주기를 읽으면서 우리 현대사에 큰 저항이 7년을 주기로 일어났다하니 생각보다 주기가 짧았다. 그 만큼 탄압의 강도가 강했다고 본다면 가슴이 아프지만 역동적인 대한민국인의 빨리빨리 근성이 싫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이렇게 되면 2015년 쯤이 되는 것인가, 이건 기대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쓸데없는 걱정은 버려야겠다.
괴담이야기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재밌었다. 역시 사회를 보는 안목이 넓어야만 알 수 있는 괴담의 역사와 괴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앞으로 새로 생겨날 괴담을 바라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백골단, 직접 시위 현장에서 마주쳤던 그 이름을 다시 접하니 씁쓸했다. 시위현장에서 시위를 하는 이와 이를 막는 이는 이 사회의 약자들이다. 전의경 없어도 최고 수준인 치안이라는 말에 그래도 우리나라가 살기 좋지라고 위로 받기도 했다. 경찰의 중립화를 강력히 요구하시며 경찰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식견을 나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역사책을 보고 사회를 알아갈수록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커져간다. 작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단일 후보로 나왔던 이수호 후보의 득표율은 나의 예상보다 낮았다. 전교조의 이미지가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언론이 전교조를 빨갱이 몰 듯 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 이미지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특강에서는 전교조 내부의 변화를 요구하셨는데 그렇지 하면서도 뭔가 뾰족한 묘안은 없어보였다. 학문의 진정한 자유가 있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우리 교육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진정한 사상의 자유까지 있을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해석되는 국가보안법으로 걸고 넘어지는데 얼마나 자유롭게 학문의 자유를 펼칠 수 있을까. 애매한 법조항도 손보아야 하고 시험을 잘보는 방법보다 각 학문분야의 주요 개념들을 더 철저히 가르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그래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도 길러지고 쏟아지는 정보에서 오류도 제대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서 불현듯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쓰는 단어는 없는지 더 철저히 체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전을 찾고 매사에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함을 느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 편씩 여덟편의 특강을 읽으면서 '맞아. 그 땐 그랬구나' 맞장구를 치면서 읽다보니 다 읽고 나서 후기로 뭘 써야하나 막연했다. 책을 다 읽고 글은 올려야하는데 며칠 전 글을 쓰려고 두 시간 가량 낑낑대다가 자야지하고 손을 놓은 적이 있다. 이러다가는 더 글이 안 써질 것 같아 맘 먹은 김에 끝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짜내고 짜내다보니 글을 쓰는 와중에 새삼스레 다가오는 단어들이 생겼다. 관심, 관찰, 개념, 사전이다. 지난 대선을 나름대로 분석해야지했었는데 이제서야 글로 조금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주에 비해 신문을 보는데 느슨해진 내 생활을 반성하며 조갑제, 김문수, 김지하와 같은 분들이 왜 달라지셨을까, 그들의 생각을 변하게 만든 계기를 찾아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