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매거진 esc] 스타일
직장인 이아무개(32)씨의 가방에 삐죽 털실이 나와 있다. 주말 아닌 평일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에요. 아무리 흥미로운 취미여도 몇달을 못 갔는데, 이번엔 달라요.” 그는 손뜨개질 도구를 모두 가방에 넣고 다닌다. 일터에서도 점심을 먹고 난 뒤 자투리 시간이 있으면 뜨개질을 한다. 이씨가 뜨개질을 하게 된 계기는 소박했다.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는 제3세계 아기들의 사연을 듣고 난 뒤였다. 털실로 짠 작은 모자가 첫 작품이었다. 들쭉날쭉 못난이 모자였지만, 첫 작품을 완성한 뒤 뿌듯함과 성취감은 그 어떤 때보다 컸다. 그리고 이씨는 뜨개질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저체온증 신생아 돕기모자 뜨기 캠페인
뜨개질에 대한 관심 높여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목도리 뜨개질을 가르쳐 주고 있는 이해옥 대표. 뜨개질로 만든 장식품과 어린이옷들. |
세로토닌 활성화 도움
학술지에서도 명상효과 인정일단, 1층에서 목도리 하나를 뜰 수 있는 키트를 샀다. 키트의 구성은 간단하다. 털실 4뭉치와 뜨개바늘. 2층 니트 카페로 올라가 포장을 뜯으니, 덜컥 겁이 난다. 고명인 강사는 “어렸을 때 한번 해봤다면 금세 익숙해질 거예요. 자전거 한번 제대로 배워놓으면 잊어버리지 않듯이 뜨개질도 그렇다니까요”라고 안심시킨다. 하지만 역시나 목도리 뜨기의 첫 단계인 코잡기는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고 강사의 도움으로 코잡기를 한 뒤 본격 뜨개질이 시작됐다.마주 앉은 이해옥 대표가 “마지막에서 두번째 코는 안뜨기 방식으로 바늘만 빼고, 마지막 코는 원래 하던 겉뜨기로 마무리하세요”라고 알려주지만, 이 문장 자체가 암호일 뿐이다. 6번에 걸친 안내 뒤에야 비로소 스스로 한 줄 뜨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갈 길은 구만리였다. “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네. 멋진 뜨개질 자세 잡을 생각일랑 말고 천천히 시작해봐요.” 이 대표는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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