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동안 내내 반성했습니다.
제일 먼저 친정엄마께 죄송했고,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제가 졸린 아이를 제대로 안지도 못하고 어쩌지 못할때
친정엄마는 아이를 품에 끼고 단박에 재우시는 것을 보면서도
엄마가 권하는 방법은 무시했습니다.
 
포대기 사용법을 알려주시려 할때도
난 엄마처럼 잘 안된다고 미끄러져 내린다는 핑계로 외면했지만,
사실은 그 촌스러움이 싫었습니다.
아예 아이를 업는 것 조차 거부했습니다.
아이를 들쳐 업고 식사 준비하는 모냥 빠지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신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기 보다는
젊은 엄마들과 책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에도 아이를 보지 않고, 책을 읽었습니다.
 
수유 간격에 집착했고,
"아이가 원하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젖을 물렸다는 시누이의 경험담도 한귀로 흘렸습니다.
빌어먹을 수유 간격을 위해 수첩에 시간을 기록하는 일도 서슴치 않으며,
간격이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은 날이면 저녁에 남편을 붙잡고 한탄했습니다.
 
그때도 친정엄마는 침묵하셨습니다.
별스럽다 생각하셨겠지만, 일체의 간섭도 없으셨는데,
아마도 말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 생각하셨겠지요.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책에서 언급한대로 뒤늦게 제 안의 육아DNA에 손을 들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나라고 해서 시간 맞춰 밥 먹냐,
배 고프면 빨리 먹고 배 부르면 늦게 먹지.
수유 시간을 기록하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IMG_5535.jpg
- 수유 간격을 위해 시간을 기록한 수첩. R/L 심지어 어느쪽 젖 부터 먹였는지도 기록.
 
밤중 수유도 소파에 앉아서 했었으나, 체력이 고갈되어 아이를 옆에 끼고 자면서 젖을 물리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안업어서인가 업혀 있는 것을 갑갑해 하는 개똥이를 업고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잠든 녀석이 깰까봐 업고 재우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무엇을 인위적으로 하기 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흐르게 두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늦게라도 그렇게 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IMG_2763.jpg
- 엄마 등에 업혀서 곤히 자고 있는 10개월 무렵 개똥이.
 
개똥이 돌 무렵.
복직 직후 귀가하는 저를 개똥이가 본체만체 했습니다.
다들 별일 아니라는데 전 뭔가 잘못되었다고 직감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를 하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친구는 아이 입장에서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네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1. 하루에 최소 20분이상 놀아줘라. 저녁에 아이가 일찍 잔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놀아줘라.
2. 밤에는 꼭 같이 자라.
3. 일주일에 한번은 엄마인 네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라.
4. 아이에게 엄마는 일하러 갔다고 말해줘라. 못알아 듣는 다고 생각하지 말고, 반복해서.
 
2번 부터 실천했습니다.
밤에도 수시로 깨는 개똥이 때문에 잠을 설쳐 피곤했지만 그렇게 했습니다.
 
이 책도 그렇게 말합니다.
- 일하는 부모일수록 아이와 함께 자라
아이를 키우는 일은 힘들다. 마음대로 되지도 않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서너살도 안 된 꼬맹이를 키우는 사람은 아이를 키워 보지 못한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고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산처럼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는 곤히 잠든 천사 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 중략 >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 하루의 피로가 마무리된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자야 하는 이유는, 지친 엄마의 육아본능에는 반드시 잠든 아이가 부리는 마법이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요새 개똥이는 엄마 보다는 할머니 품에서 잠듭니다.
어제 저녁에는 친정엄마, 저, 개똥이 이렇게 셋이 누워 잠을 청하는데,
개똥이 녀석이 방문을 열며 엄마는 나가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개똥이 한테 쫓겨나, 더 일찍 쫓겨난 남편과 거실에서 맥주 한잔 청하는데 기분이 묘하더군요.
섭섭하지만, 녀석만 좋다면야 ...
흑흑흑.
 
- 강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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