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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림이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가득하다. 하원시간에 데릴러 가도 싱글벙글이다. 원을 나오는 엘리베이트 안에서도 원에서의 짧은 하루생활에 대해 쉴새없이 조잘댄다. 묻지 않아도 누구랑 놀았고 누구랑 함께 뭘 했고 요리활동을 했는데 잠깐 다녀온사이에 만든 컵케익이 없어졌다는 등등 술술 잘도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집에와서도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가방만 벗어 던지고 뭔가 바쁘다. 옷이라도 갈아입고서 하라고 하면 자기는 지금 너무너무 바쁘다면서 옷은 나중에 갈아입는다고 한다. 이 방 저 방을 오가면서 보물 이라도  꼭 꼭 숨겨 놓았는지 작은 뭔가를 하나둘씩 잘도 찾아 나온다. 그러고는

"엄마, 내일 00랑 인형 가져가서 함께 놀기로 약속했는데?"

"엄마, 00는 토끼를 좋아해서 토끼인형을 가지고 온다는데, 나는 뭘 가져갈까?

자기도 사실 토끼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친구에게 양보를 하는 마음인지 잡았던 토끼를 놓아버리고 다른 인형 앞에서 고민을 한다.

결국 생일때 받은 향기나는 강아지 한마리를 품에 꼭 안고서

"내일 강아지 가져갈래요. 좋은 향기도 나니. 00도 좋아하겠죠?"

하며 가방에 챙겨넣는다.

다섯살 꼬맹이들, 정말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는 딱이다. 놀이가 최고이기에 놀이에 필요한 뭔가를 가져오는것.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친구와의 약속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루는..밤 늦은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자리에 누웠다 또 다시 일어나 달그락거린다. 작은 통 속에 카드도 넣고 딱지도 넣고 장난감도 한가득 채운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괜히 딸아이의 행복한 마음에 생채기를 낼까봐..피곤함이 몰려와서 눈꺼풀이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지만 그래도 주섬주섬 챙겨넣는다. 작은 통 뚜껑이 겨우겨우 닫혔다.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책상 한켠에 놓아두고 잠이든다.

 

다음날 아침..책상으로 쪼르르 가서 통속에 담긴 친구와의 약속을 먼저 확인한다. 그런데 뭔가 잘못되었는지 작은 입술이 삐죽거린다.

"엄마, 그런데요. 이거말고 다른거 가지고 가면 안돼요?"

하며 묻는다. 밤새 잠을 자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나보다. 친구와의 약속은 지켜야겠고 친구와 함께 재미있게 놀고 싶은데 전날 담아놓은 장난감들이 마음에 또 들지 않았나보다. 다른걸 챙겨가도 된다고 하니 금새 표정이 변한다. 역시 아이는 아이다. 순간순간 감정이 달라지니...다섯살 자기네들만의 비밀인양 가방 주머니속에 뭔가를 얼른 넣어버린다. 궁금해서 살짝 물어보니 비밀이라며 웃음만 보인다.

 

어쩌면 이러한 작은 약속들로 아이들의 원생활이 즐거울수도 있겠다. 아이들만의 세상에서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담임교사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런 재미도 추억도 없을텐데..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더니 선생님이 점심 먹고 쉬는시간에만 놀아도 된다고 했다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시계는 가지고 오면 손목에 차고 있으래하며 덧붙인다. 역시나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선생님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유림이 역시 이런 의외의 모습에 참 많이 자랐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다. 몇달전만해도 이런 모습이 없었으니. 계획안에 적힌대로 생활하는 꼭 필요한 준비물만 담아가는 아이였는데..활발해졌고 서로 어울릴줄알고 배려할줄 아는 아이로 자라고 있음에 감사하고 내심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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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아침도 분주하다. 색색깔의 촌스러운 플라스틱 반지들을 찾아 나온다. 자기 손에도 끼워보고 이건 누가 좋아하겠고 이건 누가 좋아하겠다면서 혼자 챙기는 모습이 마치 연애하는 모습같다. 어제 늦은 시간에 또 밥을 먹어서 얼굴은 달처럼 환하다.^^ 행복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에 유림이의 얼굴은 더 보름달같다.

등원하는 발걸음도 가볍다.

오늘은 또 어떤 약속을 담고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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