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서울에서는 퇴근하고,
마트가서 장을 보기도 하고 저녁을 먹기도하는 초저녁 시간대이지만
여기 서귀포 시골에서는 8시면 이미 모든 하루 일과가 끝이나고
마을 전체가 어둑해지고, 진정한 밤, 고요의 세계에 들어갑니다.
태풍이 오거나, 연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저녁8시가 되면 아이가 심심하다못해, 심술이 나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입이 이만큼이나 나와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특효약~!
아주 간단하고, 금방 뚝딱 만들수 있어요.
요즘 좋아하는 별모양을 프린트한다음 오려서, 나무젓가락에 붙입니다.
집에 있는 예쁜 초들을 꺼내고, 불을 꺼요.
밤에도 화려한 서울과 달리, 불을 끄면 고요하고 서늘한 가을밤이 됩니다.
촛불을 켜고 종일 별을 들면, 벽에 그림자 별이 반짝이죠.
초와 약간씩 멀어지거나, 가까워질때마다 그림자 별이 커지기도하고, 작아지죠.
종이별과 초, 가을밤만으로도 아이는 '신비의 세계'에 초대됩니다.
반짝이는 초와 그득한 어둠이
마냥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아들... 아~ 아들
마냥 가을밤과 초가 아름다워 어쩔줄 모르는 저와 달리
그새 공룡을 가져와서
초를 화산으로 삼고, 공룡놀이에 빠져드는 아들
'어째 이 낭만적인 초와 별들속에서 공룡이 웬말이냐...'
휘익 김이 빠지는 아들의 엄마...
언제가는, 나보다 키가 훌쩍 커버릴쯤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다르고, 또 치열하게 다툴테지.
엄마인, 내가 너와 '다른 것'에 대해서, 널 나무라지않고,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게 엄마의 몫이려니 싶습니다.
아들과 낭만... 이 공존할 수 없는 가을밤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공룡을 세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