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4월이 되면 저절로 눈이 가는 일이 있다. 다름아닌 텃밭.

내 안에는 경작본능이 숨겨 있는지 매 년 육아와 바쁜 일상에 쫓겨 허덕이면서도 텃밭에서 흙만지며 아이들과 야채를 심고 거둬들이는 꿈을 꾼다. 나의 아주 오래된 로망이랄까.

 

올해도 봄바람은 나의 본능을 자극했다. 아파트 텃밭분양에 도전했고 운좋게도 추첨을 통과해 자투리 땅을 받게 되었다.

상추며 가지 방울토마토 모종을 사다가 심을 때 아이들도 나도 참 신났었는데, 모종을 심으며  입안에서 터지는 방울토마토의 시원함과 가지찜나물의 청량한 맛을 떠올리며 행복했었는데,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성공할 줄 알았는데,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을 다니려다보니 잡초 뽑을 잠시의 짬도 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텃밭을 가기도 안 가기도 어정쩡한 상황이 되었고 결국 윗집 할아버지에게 밭을 내 드리고 말았다.

 

그런데 기적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여름에 남편의 직장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집 앞에 텃밭이 딸려 있었던 거다.

이 얼빠진 도시 촌놈은 가을 농사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밭을 그냥 놀려두다가 옆집에서 배추모종을 심는 걸 보고 부랴부랴  김장채소 모종과 씨를 구해다 심게 되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고 살림과 육아에만 전념하기로 마음먹은 바, 이번에는 꼭 결실을 맺으리라 다짐해본다. 함께 김장을 담글 친정언니에게 '이번 김장 무는 내가 책임지겠다'며 호언장담을 해 둔 터였다. 다행히 가을 농사는 잡초가 별로 없다니 초보가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오늘 아침 들여다 본 밭 위로 올라온 무순이 가을하늘과 어울어져 참 싱그러워보였다.

'시작이 반'이니, 이미 반은 이루어진 셈.

내가 수확한 배추와 무를 쓱싹쓱싹 고추가루에 버무려 겨우내 맛나게 먹을 것을 꿈꾸며 오늘도 밭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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