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힘든 일이 없었습니다. 세상에 모든 일들이 만만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감당할 만한 일이니까 이렇게 주시겠지 했는데, 이건 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입니다.
하루종일 아이 쫒아다니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어도 젖 주고 집안일하고 내 일하고 다 할 수 있는지 체력장이라도 하는 심정이고,
힘들어서 다 놔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참고 다 해야하니 불가마 속에 앉아 인내심 시험 받는 기분입니다.
거기에 쏟아지는 조언과 육아서적 속에서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꿋꿋하게 지켜나가야하니 지적인 판단력까지 시험 받다니 이건 뭐 입사면접보다 더하네요.
그래도 사실 이 모든 걸 이기게 하는 힘은 '고녀석'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고 귀여운 아이에게 엄마인 내가 시련을 줘야하다니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우리집은 자는 건 괜찮은데, 밥 먹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부스터에만 앉혀놓으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서럽게 우는 아들내미를 안아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유식 먹일 때마다 고민이였답니다. 하지만 결국 떼인 줄 알면서도 져줍니다. 저 화장실에서 볼일 보다가도 애가 울면 급하게 추스르고 나가는 자식에게 벌벌 기는 못난 엄마거든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줘야하는 건 알겠는데 꼭 시련을 줘야만 만들어지나 묻고 싶었답니다.
그러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애쓰다가 정작 중요한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가 기억이 나더군요.
책을 읽다보니 자식에게 사랑받으려고 애쓰다 자식을 버릴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신이가 커서 무엇이 되면 좋겠냐고 물을 때면 제가 늘 스티브잡스나 안철수처럼 자기 좋은 일에 꽂힐 수 있는 열정과 끈기가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데 사실 그 사람들은 친구들한테 따돌림 당하면서도 남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그냥 그런가보다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거잖아요.
내일부터 이유식 먹이기 전쟁에 돌입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