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5.23~6.3 11일간
5일간 달콤한 여행의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 세 아이들은 묵은 피로를 풀듯 벌써 곤히 잠을 청했다. 봄볕에 조는 병아리마냥 졸다말고 끄적여본다.
지난 수요일 저녁 가족 모두가 시끌벅적하게 짐꾸려 갑작스레 길을 나섰다. 집나설때면 몇주전부터 목록을 적어가면 꼼꼼히 챙기는데에 비하면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수준으로 짐을 챙겼다.
집 나서기전에 며칠전부터 시름시름 앓던 거위를 그이와 현,준이가 동물병원엘 다녀오는것부터 했다.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는듯 해 이제 집안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마당 어귀 거위집에 생활할수있으리라. 다행히 동네 어르신께서 거위사료며 물 넉넉히 챙겨주신다며 한 달이고 나들이 다녀오라신다. 넉넉한 인심에 눈물이 난다. 고맙다.
결국 내려간 다음날 앞집 아주머니 전화가 걸려왔다. 머리를 땅에다 묻고 숨을 쉬지않았단다. 내 집에 생명을 가진 짐승을 쉽게 저버리다니. 며칠 집안에 들려놓고 보살피며 보듬었던것이 하루 아침에 숨을 거두었다니. 슬펐다.
현이를 낳아 잘 자라던 식물들이 하나씩 시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땐 몰랐다. 세 아이 거두면서 남은 두마리 잘 보살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하다.
남은 음식들이며 냉장고정리하며
저녁차려 먹고, 어제 배달 온 수박, 참외며 있던 과일담아 차 안 가득 실었다.
작년 서울 모터쇼에 다녀와 인상깊게 본 현이는 언제부터
부산 모터쇼엘 다녀오고싶다며 고대했다. 그이 출장 따라 현이 혼자 다녀올까 그이와 나는 여러날을 두고 고민했다. 지난 설연휴 남산골 공연을
그이와 현 둘만 다녀왔다. 만삭에 화상까지 입어 함께 할 수없었거니와 준이까지 그이 혼자 감당하기 수월치않다해서 엄마 곁에 있었던 준이가
그날부터 속상했다며 하소연한것이 여러날을 되풀이했다.
그 이후, 가족 모두가 늘 함께함에 더욱 대단한 가치를 두고있다. 과연 이제 석달 된 민이가 장거리여행을 잘 견디어 줄까.
2011년 일산 킨텍스 모터쇼에서 아우디와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몇 시간이고 발길을 멈추고 보고 또 보았던 두현이였다. 그 날 챙겨온 책자들은 아직도 두현이의 손길을 받고 있을 만큼 애정을 보인다. 우리는 여태 플라스틱 자동차 놀이감 하나 사 본 일이 없었다. 차 이름을 줄줄 외는 아이들이 부러운듯 시어른께서 며느리에게 압박을 가해도 고집불통 며느리이다.
어제만 해도 서울가는 길 트럭의 크기에 따라 타이어 갯수며 장착된 모습들을 꼼꼼히 이야기하는 현이다. 자동차 회사 고유의 로그를 비교하느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두현이였다. 네살 민준이 역시 저 형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 앵무새마냥 재잘거리며 지겹울 틈없이 서울엘 다녀왔다.
애미라 욕심을 부려보고 싶었다. 내 본심이였다. 여섯살 두현이는 늘 집에서 엄마, 동생 둘과 뒹굴거리며 놀고 있다. 내공을 닦을 만큼 닦았으니. 그 실력을 밑바탕으로 더 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놓칠 수 없다! 동물병원 다녀오는 사이에 결심했다. 아는 만큼 보이다는 생각을 도저히 떨칠 수 없었다.
그날 따라 현, 준이 옷방에서 배낭들고 나와 놀더니 결국 그들 둘은 짐 쌌다!
영동고속도로를 빠져 나가는 동안 성민이는 잠을 못 이루어 한 시간남짓 카시트에 꽁꽁 묶여 울며 잠들어 자정이 되어서야 편한 방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내려간 첫째날은 그이만 모터쇼를 다녀왔다.
좋아하는 이모가 있어 좋은건 잠시 갓난 아이가 둘이나 있는 공간, 게다가 아래 층 층간 소음, 좁은 공간....
다행히도 책들이 있어 오전은 그럭저럭 시간을 보냈다. 내가 갑갑할 정도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매일 흙범벅하고 뛰어 놀았던 현, 준인데다 갓난 아이가 둘이나 있으니 조용하기까지 해라는 말들이.
오후 늦게가 되어서 그이가 왔다. 오전 내내 눈 여겨 본 놀이터로 곧장 달려갔다. 짧은 30분 모래범벅에 땀범벅이 되어 돌아온 현, 준이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둘째날 아침. 저 먹을 간식이며 물병 챙기며 외출 준비를 했다. 갓난 성민이를 고생시킬수 없어 셋이서 가기로 했다.
모터쇼에서 세시간을 해운대 아쿠아리움에서 세시간을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놀았단다. 집에 갈 생각조차 하질 않고 졸리운 눈을 비비며 다녔다며 그이가 손들었다.
이년전 준이 업고 갔었던 아쿠아리움이였는데 그때 한권 사주고 싶었던 책자를 그이에게 대신 부탁했다.
일주일이 넘도록 아쿠아리움에서 마련한 책자를 끼고 살고 있다. 늘 물고기에 대한 책이 필요하다는 현이였다. 이 책 한 권으로 또다른 세상을 보리라.
월요일에는 현,준이와 머리 맞대고 하루 종일 아쿠아리움에서 마련한 책 봤다. 한편, 나도 같이 갔으면 한달꼬박 걸려 했던 5대양 6대주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그날 나는 나와 비슷하게 출산한 여동생이라 내 코가 석잔데도 성민이 업고 한시간 남짓 장을 봤다. 성민이가 모빌보며 놀 때 재빨리 생선 구워 점심상 차려 동생과 오봇하게 먹었다. 첫 아이를 낳아 얼마나 고생할까. 나 힘듬은 모르고 동생 힘듬에 내 마음이 애가 탔다. 이런 저런 살림살이며 잔소리꾼 언니다.
조카에게 젖 물리며 저도 한 숨 자기에, 얼른 저녁때 먹을 육개장 팔팔팔 끓였다. 뭐라도 해서 먹여야지 하는 내 마음였다. 나도 서툴고 없는 솜씨지만 동생 보니 안쓰러웠다.
세아이 데리고 온 집 안을 뒤죽박죽 만들어 미안함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세 아이이 잠들자 마자 여동생 젖 마사지며 제부에게 젖 마사지 설명해 주며 알뜰히 챙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한 언니가 보내준 ucc 김창옥의 소통에 대한 강의도 여동생과 오봇하게 보았다.
BY. 네이버 블로그 초록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