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 생신입니다.
저희 친정은 지방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안막혀야 4시간 거리.
지난달에 이미 친정에 다녀온 뒤라 조금 꾀가 났습니다.
혹시라도 엄마가 먼저 "막히는 길 주말에 길바닥에서 보내지 말고, 다음에 한가할때 내려오렴" 하는 배려를 기대하고 일주일 동안 엄마의 전화를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
껄끄러운 기분으로 금욜 아침 전화를 걸었습니다.
짧은 주말에 막히는 길 뚫고 가서 밥만 달랑 먹고 와야 하는 복잡함을 이유로 들어,
그리고 친정가면 시댁에도 들러야 하니 더욱 바쁠거라는 핑계를 대며 "다음에 갈께" 하였더니..
"니 얼굴만 보냐. 손주랑 이쁜 사위 얼굴도 좀 봐야지. 할 수 없지. 알았다"
급다운된 톤. 섭섭함을 감추려 하였으나 하나도 감춰지지도 않고 그대로 묻어나오는 목소리..
못가겠노라고 단단히 맘 먹구 넘어가보려던 야속한 딸래미의 맘이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에효... 평일도 아니고 주말에 생신인데 가보자! 하고
100% 찜찜한 마음 때문에 친정으로 출발!
아이는 신났고, 남편은 피곤해하고, 길은 막히고...!!
도리는 해야하는지라 시댁에 들렀다가 케잌하나 사들고 친정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다 되었네요.
하지만 친정 부모님은 못온다던 딸자식 가족이 들이닥치니 너무너무 반가워하십니다.
시댁부모님도 마찬가지.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으니 더욱 기분 좋아합니다..
바쁘게 외식하고, 바쁘게 생일상 차리고, 바쁘게 다시 서울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니,
우리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쏟는 관심의 반! 아니 반의 반만 쏟아도 기뻐하는 부모님들 이시네요.
나중에 내 아이가 다 자라서를 생각해보니
비록 몸은 힘들고 정신없었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부모님께도 작은 관심 더 떼어서 생각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