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의 비결

자유글 조회수 6408 추천수 0 2012.03.23 19:50:13

남편의 글은 불친절하다. 그냥 한 번 읽어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일독 난해, 이독 오해, 삼독 불가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렵기가 형법총론 교과서에 버금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글을 어느 신문의 독자 투고에 보냈으니 게재될 리가 만무하다. 아래는 몇 해 전 선거를 앞두고 투고했으나 당연히 실리지 않은 글이다.



제목 : 개운의 비결

  음양오행을 공부한다고 내 소개를 하면 대뜸 사주를 보아달라는 이들이 종종 있다. 잘 모른다고 아무리 거절해도 한사코 보아 달라는 사람에게는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 피해야 할 것과 조심해야 할 것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이때 나는 늘 같은 이야기를 한다. 바로 개운(開運)의 비결(秘訣)이다.

  ‘수많은 이순자 씨가 모두 영부인이 된 게 아니다. 성명학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남한에만도 같은 사주를 타고 난 사람이 50명 이상씩 있지만 도플갱어는커녕 비슷한 삶도 찾기 어렵다. 사주가 별 거 아니라는 뜻이다. 성형수술한 사람 많지만 그 덕에 백마 탄 왕자님 만났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세상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觀相不如心相-고 하지만 사람 마음[心]은 글자 모양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뒤집어지고 종잡을 수 없으니, 내 마음 나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인생을 좌우할까. 성명이나 사주나 관상보다 중요한 건 부모․친구․스승 등 좋은 사람을 때에 맞게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보다도 훨씬 더 영향력이 큰 것은 조직이니, 바로 좋은 나라에 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장애를 가진 채로 스칸디나비아에 태어난 것과 내전 중인 아프리카 국가에 태어난 경우를 비교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와 사주는 이미 타고난 것이니 바꿀 수 없다. 이름과 얼굴은 고쳐봤자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다. 하지만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바꿀 수 있다. 즉 나라를 바꾸는 게 개운의 비결이다. 그러니까 투표를 꼭 하라.’

  선거(選擧)의 선(選)은 손(巽)자에 쉬엄쉬엄 걸어갈 착(辶)자를 더한 것이다. 손(巽,☴)은 팔괘 중 바람[風]을 의미한다. 바람[風]은 생명의 표징이다. 살아있으면 움직이기 마련이고, 움직이면 바람이 일기 때문이다. 즉 투표장에 걸어가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선거다. 선거철만 되면 노인들이 큰절 받는 것도 바로 투표장에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분들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바람은 오행(五行)으로는 목(木)이다. 목(木)은 유형적 생명의 시작이니, 바로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움직여야만 하는 때가 선거일이다. 또한 목(木)은 수(水)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비상이니, 투표는 바로 청년의 기상이다.

  민주공화국에서 모든 권력의 원천인 주권자로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싶은가. 그러면 투표하라. 아이를 사랑하는가, 웅지를 펼칠 세상을 원하는가, 팔자를 고치고 싶은가. 그렇다면 투표하라.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794 [자유글] 드디어 도착했어요 ㅠㅠ imagefile [5] guk8415 2012-03-27 17180
793 [자유글] 베이비트리에 복귀 인사 드려요... ^^ imagefile [8] 김미영 2012-03-27 8064
792 [자유글] 엄마가 나를 두고 갔잖아! [5] kimharyun 2012-03-26 6114
791 [자유글] 아이에게 쏟는 관심 반만 떼어서! [14] 분홍구름 2012-03-25 5722
» [자유글] 개운의 비결 [6] rins 2012-03-23 6408
789 [나들이] 엄마나들이- 숲, 정원…자연과 친구 minkim613 2012-03-23 6252
788 [자유글] 부족한 아들, 부족한 엄마 그래도 행복하게~ imagefile [4] jsbyul 2012-03-23 5524
787 [요리] 나와 가족을 위한 먹거리 모임 minkim613 2012-03-23 6461
786 [책읽는부모] 두려움 없이 엄마되기-믿고, 기다려주기 [2] greenbhlee 2012-03-23 7354
785 [자유글] 김영훈 원장님 출연하신 EBS 부모 4부 image [2] jenifferbae 2012-03-23 5857
784 [책읽는부모] '사랑한다'고 속삭여주기 imagefile [10] bangl 2012-03-21 7622
783 [자유글] EBS 부모 김영훈 선생님 3부 image [2] jenifferbae 2012-03-20 6983
782 [책읽는부모] 두려움 없이 엄마되기- 우리의 삶이다.. [4] ubin25 2012-03-20 6452
781 [자유글] [궁금해요] 각 당의 보육정책 공약, 어떻게 생각하세요? [12] 양선아 2012-03-19 6474
780 [책읽는부모]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 책 [5] oodsky 2012-03-19 7186
779 [자유글] 일요일 출근하는 엄마덕택에 아빠랑 북카페 데이트 imagefile [9] 강모씨 2012-03-19 7259
778 [책읽는부모] 유태인 교육법 후기 [3] limpidhy 2012-03-18 6547
777 [자유글] 이거 다 봄인 탓입니다. [6] 분홍구름 2012-03-17 5659
776 [자유글] 햇님군 그림솜씨 자랑.. ㅋ imagefile [1] 전병희 2012-03-17 6616
775 [자유글] 서른다섯번째 생일, 감동의 도가니 남편의 미역국 imagefile [16] 양선아 2012-03-16 21562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