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택시 운전수가 저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 여자들은 너무 많이 배워서 걱정이에요. 많이 배웠으니 배운 값 한다고 집에서 남편 양말 빨고 하루종일 애 뒤치닥거리하겠어요? 심지어 우리 딸은 남편 양말 빠는 게 굴욕이라고 합디다. 자기가 뭐가 부족해서 집에서 이러고 있어야 하냐고."
그냥 그런 사람도 있나보다 했는데, 요즘 하루일과가 가사와 양육에 맞춰있다보니 시간이 나면 멍해지고 또 시간이 나면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생활하다 집에 있게 된 여성이라면 다들 이런 생각을 하겠지요. 아침에 회사 가는 남편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오늘 내 앞에 놓인 하루일과에 한숨도 살짝 나오고요.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왜 억울해하고 있을까.
모유수유를 안 하는 친구는 백일도 안 됐는데 살이 쪽쪽 빠져서 처녀 시절 몸매 그대로입니다. 임신했을 때 많이 찌지 않은 탓도 있지만 아기 낳자마자 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하더라고요. 3개월 안에 회복해야한다면서. 프랑스에선 다들 그런다고 하니 뭐 쩝쩝. 저는 부러울 뿐입니다. 그런데 저는 모유수유를 위해 정해진 칼로리를 채워 먹고 있습니다. 5대 영양소를 고루 챙겨 먹고 고기와 야채와 과일은 더 챙겨 먹고 수은 중독을 고려해 생선을 안 먹는 대신 DHA가 든 영양제도 먹습니다. 그렇게 먹는데 운동은 하지 않습니다. 숨쉬는 거, 아기 안는 거, 아기 목욕시키는 노동이 운동입니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설거지도 청소도 제 몫입니다. 아기 재우고 밥 먹고 9시쯤 되면 책상 앞에 앉아서 멍하게 쉽니다. 문화생활도 없고, 친구들과의 친목활동도 없습니다. 카톡으로 아기 사진이나 나누는 정도?
사실 모유수유를 결심했을 때는 비장했습니다. 엄마로서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주저없이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일곱번씩 아기에게 젖을 물리다보면 이따금씩 회의가 듭니다. 나는 젖 주는 사람인가 싶어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즐거운 일이 많았습니다. 딱히 사생활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도 있고 수다 떨 친구도 있고 데이트할 남편도 있고요. 유니세프 모유수유 권장 기간은 2년입니다. 처음 두 달 정도는 아기가 원할 때마다 수유를 해야 하고, 육개월까지는 하루에 서너시간에 한번씩 이후에는 하루에 서너번만 먹이면 됩니다. 이 말은 모유수유하는 엄마들은 육개월까지는 시내에 나가 영화보고 외식하는 데이트는 포기해야한다는 겁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포기해야할 게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