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보면 갈수록 분노의 게이지가 상승하는 것을 느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분노의 게이지는 아이가 아니라, 내 마음이 채우는 것 같다.
요즘 우리 꼬맹이의 등 하원을 도보로 하고 있다.
전적으로 아이가 원했기 때문이다.
엄마와 어린이집 문앞에서 헤어지고, 헤어진 그대로 문앞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 이해가 되어, 매일매일이 귀찮을지라도 "그래, 그러마" 했다.
어린이집에서 버스비용 항목을 별도로 만들어 탈사람은 내고, 안탈사람은 안내도록 방침을 바꾸는 바람에 오늘 아침처럼 비가오고 바람도 많이 부는 날에도 도보 등원을 해야했다.
비도 오고 춥고 바람도 많이 불고.. 어서 어린이집에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앞서서 아이를 채근했다. 작은 횡단보도라고 무시하고 막 달려가는 차들 때문에 횡단보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야했는데, 느릿느릿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로 엉금엉금 기어오는 듯한 아이에게 드디어 화를 내고 말았다.
"여기서는 빨리 걸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하고 있니! 차 오잖아! 추우니까 제발 좀 빨리 걷자!"
내가 듣자해도 짜증스러울만큼 재촉해댄 거 같다.
아이의 눈은 이미 엄마의 히스테리에 겁을 먹었고, 기가 죽었다.
에코..아뿔싸...
42개월짜리 아이가 비 오는 날, 우산을 두 손으로 쥐고 아이가 빨리 걸을 수 있을리가 만무하지..
꼬맹이의 생각이나 행동은 나와 그 속도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엄마란 사람이 왜 그걸 보지 못하고 버럭~ 승질부터 내고마는 걸까..
나는 아직 엄마가 덜 되었다.
어제 놀러온 꼬맹이네 반 친구와 친구 엄마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엄마여놓고 --+
잠시 후 하원시간에 데리러 가서는 좀더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