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늘 님들이 쓰신 글을 보며 위로를 받고 힘을 얻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저희 집 이야기도 나눠보려합니다.
영국 유학 첫 날 학교 도서관증을 만드려 줄을 서 있다 뒤에 서 있던 파란 눈에 금발의 영국 청년이 일본어로 '일본 사람이에요?' 라고 물어오는 걸 '아뇨, 한국 사람인데 일본어 조금 할 줄 알아요'로 받아친게 인연이 되어 5년 간의 길고 험한(제 부모님의 반대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연애 끝에 2008년 결혼에 성공, 벌써 21개월인 딸 리아와 함께 일본에 살고 있습니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살고 있는데요, 일본에 오기 전 중국에서 한 4년 정도 살면서는 싼 임금 덕분에 도우미 아줌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애 낳고 한 달 째 부터 일을 시작해 육아의 쓴맛 단맛은 샘플로만 맛보고 살다 일본에 오고나서는 도무지 감당이 안되는 육아 도우미 비용에 제가 버는 것보다 지출이 훨씬 심하겠다 싶어 풀타임 맘이 되었습니다.
어휴, 처음 몇 달의 제 삶은 굳이 글로 풀지 않아도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저 녀석은 나를 힘들게 하려 세상에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 만큼 제가 제 딸을 몰랐던 거 겠지요.
다행히 일본에는 각 구에서 운영하는 놀이방(꽤 넓은 방에 각종 장난감을 구비해 놓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오전 오후 두 번 외출을 하는 것으로 길 뻔 한 하루를 그나마 짧게 보내고 있습니다.
생긴 것만 비슷하지 말은 서툰데다 아이에게 한국어로 재잘재잘하고 있으니 일본 엄마들과 말트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이 나이나 이름을 물어도 대답만 할 뿐 제 아이에 대해 물어오지 않는 것에 상처를 받아 몇 번 시도하다 저 역시 친해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었지요 (나중에 그이도 엄마인 일본 친구한테 들었는데요, 소위 '공원 데뷔'라는 것도 있다더군요. 그냥 저처럼 무작정 들이대면 안되는 거였어요,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올릴게요)
그래도 제 아이의 생김새가 조금 달랐는지 몇 번 쯤 안면을 튼 엄마들이 '혹시 아이가 하프 (half)인가요?' 하며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 아이에게 관심을 갖어주고 제게 말을 걸어주는 것이 무척 기뻤지요. 그리고 일본에서는 혼혈을 칭하는 것이 '하프'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러기를 몇 번, 자꾸 반복되는 대화 패턴에 저는 조금씩 '하프'라는 단어에 딴지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다른 엄마가 '하프'냐고 물어오면 그렇다 대답하지요)
사람들 사이에 굳어져 버린 표현이라 전혀 이상할 것 없이 쓰이는 이것이 남들과 조금 다른 배경과 외모를 가진 이들을 언어로 먼저 단정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그래서 누가 또 물어보면 웃으면서 대답하려구요.
네, 한국 사람 반틈, 영국 사람 반틈 그래서 절반이 아닌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