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단어가 주는 설렘이 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긴 후 설렘 보다는 스트레스가 앞서는 게
현실이다.
남편에게서 "사랑한다"는 말보다 "떠나자"는 말을 더 듣기가 어렵다 보니,
1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한 여행은 계획 단계부터 내겐 큰 짐이
되었다.
이 책을 처음 펼치면서 그러니까 여행을 통한 육아가 좋다는
거지?
그 좋은 경험을 아이가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잘 이끌어야
한다는 거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면서 내가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다 ‘두 번째
원칙 : 내 아이가 이끄는 여행’을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올 여름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왔는데, 글을 읽기 시작한 아이가 숙소 로비에 진열된 여행안내서 중 ‘공룡랜드’ 팜플렛을 들고 와서는 가 보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못이기는 척 아이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는데, 공룡랜드에 전시된 공룡이 조금 부실해도 비가 조금 내려도 아이는 신이 나서 여기 저기를 구경하고 즐거워했다.
나름 괜찮은 볼거리와 체험코스도 있고 경치도 좋아서 우리부부도
만족스러웠기에 “네 덕택에 좋은데 왔다”는 인사를 건네자
아이는 더 없이 좋아했다.
회사 동료의 지인 중에 초등학생 아이에게 가족여행 기획을
맡기는 가족이 있다.
부모가 예산과 일정만 아이에게 알려주면 어디로 갈 것인지
포함 모든 세부일정을 아이가 계획하는데, 우천에 대비한 Plan B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궁금하면서도 막연히 우리 아이도 그렇게 자랐으면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지금부터 차근차근 여행경험을 쌓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이 책은 읽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데, 저자 ‘봉쌤’의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교실이나 학원이 아닌 곳에서 그렇게 많은 아이들과
그렇게 많은 시간을 그것도 여행을 하면서 보낸 어른이 얼마나 될까?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같이 여행을 떠나보라 하지 않았던 가.
아이들과 10년간
여행을 다닌 저자는 아이를 사랑하는 좋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교육을 이야기할 때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 기대지 마세요. 가장 먼저 지금 내 앞에 있는 내 아이의 얼굴부터
똑바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를 웃음 짓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아이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여러분 마음속 그 뜨거운 사랑에게
묻고 답을 구하길 빌겠습니다.’
라는 저자의 마지막 당부는 아직 단단하게 중심을 잡지 못한 내겐 큰 울림이 되었다.
책 사이 사이 <봉쌤의
알짜 팁!> 코너도 있는데,
‘아이와 이야기할 때도 아들은 옆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딸은 마주 보고 이야기 하는 게 좋습니다. 아들은 마주 보고 이야기하면 잔소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딸은 마주보지 않으면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는 식의 진짜 알찬 꿀팁이다.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