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청풍호(충주호) 청풍문화재단지 안 호숫가 벚꽃 그늘 아래 앉은 연인 한쌍.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제천 청풍호(충주호) 청풍문화재단지 안 호숫가 벚꽃 그늘 아래 앉은 연인 한쌍.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산자락 골골이 파고든 청풍호의 도시 충북 제천 버스로 돌아보기

이병학 기자의 완행버스 여행
제천시내~청풍호~상천리

‘청풍호’는 제천 지역에서 부르는, 충주호의 다른 이름이다. 충주댐에 막혀 형성된 남한강 물줄기의 거대한 호수가 충북 제천시 금성·청풍·수산면 일대의 산자락을 적시며 골골이 파고든다. 해마다 4월 초중순 청풍호반은 벚꽃 천지다. 호숫가를 뒤덮을 듯 만개한 벚꽃과 산수유꽃·개나리·진달래 등 봄꽃들과 함께하는 완행버스(시내버스) 여행이다. 제천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옆 중앙교차로 부근 제천시민회관 앞 정류소(사람들은 ‘동산 앞’ 정류소라 부른다)에서 출발한다. 레저 체험시설 청풍랜드와 수몰지 문화재들을 한데 모아놓은 청풍문화재단지(또는 비봉산 모노레일)를 거쳐, 정방사 들머리 지나 산수유 마을 상천리까지 다녀오는 여정이다.

제천시민회관 앞(동산 앞) 버스정류소. 900번대 시내버스를 타면 금성·청풍·수산면으로 간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제천시민회관 앞(동산 앞) 버스정류소. 900번대 시내버스를 타면 금성·청풍·수산면으로 간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청풍행 40분~1시간마다, 상천행 하루 3회뿐

출발 전, 정류소의 노선·시간표(제천운수·제천교통)를 꼼꼼히 살펴보고 일정을 짜는 게 좋다. 900번대 시내버스가 시내와 금성·청풍·수산면 일대를 오가는 버스다. 청풍행은 40분~1시간 간격으로 다니지만, 상천리행(수산행·953번)은 하루 3회(아침·낮·오후)만 운행(제천 여행정보 참조)한다.

오전 10시30분 ‘동산 앞’을 출발하는 청풍행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소 뒤의 작은 언덕 ‘동산’(중앙공원)에 올랐다. 시민들은 동산이라 부르지만, 본디 이름은 아후봉이다. 의림지 남쪽에서 제천 시내에 걸쳐 북두칠성 형태로 솟은 7개의 작은 봉우리, 선인들이 신성시해온 이른바 ‘칠성봉’ 가운데 하나다. 조선시대 충주목 제천현 관아의 뒤쪽에 있어 아뒷산·아후봉(아사봉)으로 불렀다. 개나리·벚꽃 우거지고 나무데크 산책로와 운동시설·화장실 등이 설치된 시민 휴식처다. 얕은 봉우리여서 전망은 좋지 않다.

교통카드로 요금(제천시내 1300원)을 치르고 버스에 오르니, 승객은 이미 만원이다. 청풍호반 벚꽃 보러 가는 20대 남녀 세 쌍과 등산복 차림의 중년 부부 한 쌍을 제외하곤 모두 할머니·할아버지들이다. “병원 갔다 오시나배? 이리 와 앉어유.” 할머니들은 서로 자리 양보하며, 좌석 옆에도 기대앉고, 바닥에도 주저앉으신다. 버스는 제천역 앞 교차로를 거쳐 시내를 벗어나 금성면으로 접어든다.

청풍호반 벚꽃 이번 주말까지 일부 남을 듯

“여긴 응달쪽이라 그런가, 벚꽃이 덜 폈네. 아이구 청풍은 아주 박속같이 환해유.” 금성면에서 청풍면에 이르는 82번 지방도를 따라 벚꽃 터널이 이어진다. 청풍호반의 벚꽃 만개는 다른 지역보다 다소 늦어, 4월 초부터 중순까지 벚꽃을 볼 수 있다. 청풍벚꽃축제(4월8~15일·본행사는 8~10일)도 이때 열린다.

금강산 봉우리들을 닮은 기암괴석 무리 금월봉을 지나면서부터 도로변 벚꽃은 ‘박속같이’ 화사해졌다. 금월봉은 1990년대 초반 점토 채취장 언덕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위 무리로, 흙을 제거한 뒤 보존해 관광 명소가 된 곳이다.

청풍랜드에서 젊은 남녀 한 쌍이 내렸다. 청풍랜드는 청풍호를 향해 뛰어내리는 번지점프와 호수 일부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코스터 등 짜릿한 모험시설을 즐길 수 있는 레저단지다. 주변에 벚나무들로 빼곡한 산책로도 있고, 호수 전망도 좋다.

청풍문화재단지 안의 금병헌(충북 유형문화재). 옛 청풍부의 동헌이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청풍문화재단지 안의 금병헌(충북 유형문화재). 옛 청풍부의 동헌이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버스는 청풍대교를 건너 청풍문화재단지를 거쳐 청풍면소재지인 물태리에서 차를 돌려, 다시 청풍문화재단지 거쳐 청풍대교 건너 우회전해 상천리 쪽으로 향한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대개 청풍면소재지나 상천·수산 쪽으로 가시는 분들이다. 문화재단지에서 젊은 남녀 한 쌍과 내려 수몰지에서 옮겨온 문화재들을 둘러봤다. 고려 때 관아의 연회 장소였던 한벽루(보물)와 고려시대 석불인 청풍석조여래입상(보물)을 비롯해, 팔영루·금남루 등 옛 청풍현 관아 건물들이 볼만하지만, 옛터를 물속에 두고 떠나와 모여 있는 유산들의 처지가 안쓰럽기만 하다. 정상 누각인 망월루에 오르면 봄빛에 감싸인 청풍호 일부와 청풍대교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장료 3000원. 예약하면 문화유산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청풍면소재지(물태리)까지 걸어가 벚꽃 화사한 거리를 잠시 거닐다, 청풍의 명물 중 하나인 물태리빵집의 왕단팥빵을 하나 사먹으며 농협 앞 정류소에서 오후 1시20분에 출발하는 상천·수산행 953번 버스를 기다렸다. 하루 세 번, 제천시내에서 출발해 청풍을 거쳐 하천리·상천리 거쳐 수산면소재지까지 들어갔다 나오는 버스다.

박속같이 환한 벚꽃 터널 지나
호수 위에서 짜릿한 번지점프
수몰지 유산 보니 안쓰러운 마음도
절벽 밑 고찰 오르니 절경이 한눈에

비봉산 모노레일(청풍호 관광모노레일). 산 정상까지 4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비봉산 모노레일(청풍호 관광모노레일). 산 정상까지 4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비봉산 모노레일은 하루 전 예약해야

여기서, 호수 전망이 아주 빼어난 비봉산 정상(활공장)까지 오르는 모노레일을 타러 가고 싶었지만, 모노레일 탑승장까지의 버스편이 달랑 하루 2차례(아침·오후)뿐이어서 포기했다. 그마저 오후 버스는 물태리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다른 마을을 순환한다. 게다가 모노레일(4분마다 출발, 정상까지 23분 소요) 탑승은 전날까지 인터넷으로 예약(8000원)을 해야 한다(여유분이 있을 경우 선착순 현장 판매). 택시를 부르면, 편도 요금이 “한 돈 만원 할 것”이란다.

상천·수산행 버스는 역시 할머니·할아버지들로 만원이다. 다시 청풍대교 건너 우회전해 개나리·벚꽃 만발한 호반 굽잇길을 돌아, 클럽 이에스리조트(회원제) 입구, 얼음골·정방사 입구, 능강 솟대문화공간 지나 하천리로 달린다. 정방사 입구에서 내려 50분가량 시멘트길을 걸어오르면, 청풍호 전망이 매우 아름다운 절벽 밑 고찰 정방사에 이른다. 청풍호반을 따라 조성된 걷기코스 ‘자드락길’의 제2코스(2.5㎞)로, 왕복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타고 온 버스가 수산까지 갔다가 돌아나오기까지는 1시간 여유밖에 없으므로, 쉬엄쉬엄 둘러본 뒤 막차(상천리 방향 오후 5시30분, 제천시내 방향 오후 6시30분)를 기다려 타는 게 좋다.

봄기운에 휩싸인 산수유마을 상천리. 이곳 산수유꽃 절정기는 3월 말~4월 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봄기운에 휩싸인 산수유마을 상천리. 이곳 산수유꽃 절정기는 3월 말~4월 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산수유마을 상천리, 용담폭포도 볼만

‘산야초마을’로 알려진 농촌체험마을 하천리는 수몰지 이주민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다. 천연염색 체험, 약초캐기 체험 등을 할 수 있고, 농가민박·펜션·식당도 마련돼 있다. 여기서 2~3분 더 버스를 달리면 상천리 백운동(상천휴게소)이다. 상천리 백운동은 마을 전체가 산수유나무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마을을 덮은 노란 산수유꽃은 지난주 현재 절정기를 막 지나고 있었다. 봄빛 한창인 마을길을 한 바퀴 거닐어볼 만하다.

이 마을의 자랑거리는 금수산 자락에 걸린 높이 30m의 용담폭포다. 지금은 수량이 적어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마을에서 1㎞쯤 거리에 있으므로 산책을 겸해 다녀올 만하다.

버스는 상천리 백운동(상천휴게소)에서 초경동까지 올라갔다가 돌아나와 옥순대교 건너 수산면소재지로 향한다. 버스가 수산까지 갔다 다시 돌아나오기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여유있게 마을을 둘러보고, 용담폭포 탐방까지 하려면, 2시20분에 돌아나오는 차는 보내고, 6시20분에 돌아나오는 막차를 타는 게 좋다. 2시20분 차는 청풍까지만 가므로, 제천시내로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막차는 제천시내로 곧바로 들어간다. 상천리 민박·펜션에서 하루 묵은 뒤 첫차(평일 오전 7시, 주말 8시10분)를 타고 나가면서, 정방사 탐방을 하고 다음 차를 타고 청풍으로 향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제천 완행버스 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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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천 고속버스 서울 강남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에서 각각 30분 간격으로 제천행 고속버스가 출발한다. 강남~제천 2시간 소요. 우등고속 1만4300원(대학생 1만1500원), 일반고속 9800원(대학생 8000원). 동서울~제천 2시간10분 소요. 1만800원.

제천 시내버스 금성면·청풍면·수산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제천운수·제천교통 900번대 버스가 금용아파트를 기점으로 중앙교차로(제천버스터미널 부근) 옆 시민회관 앞(동산 앞) 정류소를 거쳐 간다. 청풍까지는 40분~1시간 간격으로 오간다. 청풍을 거쳐 수산면 상천리와 옥순대교 지나 수산면소재지(수산리)로 가는 버스는 하루 세 번 있다. 동산 앞 정류소 기준 출발시각은 평일 아침 5시45분(휴일엔 6시45분), 낮 12시25분, 오후 4시25분이다. 먼저 40분~1시간 간격의 청풍행 버스를 타고 가며 청풍호 일대를 둘러본 뒤, 청풍농협 앞에서 상천·수산행 버스를 타고 상천리 쪽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먹을 곳 금성면소재지인 구룡리 묵고을촌두부(도토리묵과 두부를 직접 만드는 집)의 도토리묵밥·두부전골·비지찌개, 금성매운탕의 민물매운탕·다슬기탕, 청풍면 신리 ‘약채락’(제천시 한식 브랜드 식당) 예촌의 약채정식·약채떡갈비 등.

묵을 곳 수산면 상천리 백운동·하천리에 펜션·민박집들이 많다. 청풍면 교리 호숫가에 청풍리조트·레이크호텔이 있다. 제천시내엔 제천역 앞 교차로 주변에 모텔이 많다. 역전교차로 영천동 골목의 ‘VIP모텔’은 오래됐지만 청결한 모텔. 대실 영업을 하지 않고, 침대·이불 커버도 매일 교체한다.

좀더 가볼 곳 여행 시기가 6~12월이라면 제천시티투어 버스를 탈 만하다. 의림지·한방티테라피체험장·청풍문화재단지·유람선·솟대문화공간 코스. 주 4회(수·금·토·일) 운영. 8시간 소요. 1만3000원.

여행 문의 제천시청 (043)641-5114, 제천 관광정보센터 (043)641-6731, 제천고속버스터미널 (043)648-3182, 제천운수 (043)646-2955, 제천교통 (043)643-8601, 청풍호 콜택시 (043)645-1004.

(*위 내용은 2016년 4월13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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