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사치
도서관에 들러 어렵게만 보였던
니체의 책을 손에 넣었다
한비자도 함께 빌렸다
대출 기간 내 다 읽을지는 모르겠다
두 권의 책을 보며 무엇을 먼저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책으로 두둑해진 가방을 메고
시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봄 내음이 가득한 후리지아 꽃이
스쳐지나간다
반찬가게에 들러 찬거리를 사고
다시
후리지아를 사러 길을 되돌아간다
2단에 3000원
나를 위해 쓰는 사치구나
내 얼굴과 내 마음 가득 들뜬다
오랜만에 마주친 이웃집 할머니와
날이 많이 풀렸다며 인사를 나눈다
단을 나누려고 꼬아준 철사줄에
상처난 줄기가 보인다
많이 아팠겠구나
그 아픔을 풀어주는 사람이 되어
따뜻한 마음으로 집으로 온다
버리려고 내놓은 패트병 윗부분을 잘라
후리지아 꽃병을 만든다
커피 한잔을 청하려고 물을 끓인다
꽃병에 꽂힌 꽃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식탁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본다
생각한 구도가 안나온다
옳거니! 그림으로 그려보자구나
후리지아를 앞에 두고
연필로 글를 쓰며
그림을 그린다
이보다 더한 사치가 어디 있으랴
커피를 홀짝이며 글을 쓰게 될 줄이야
후리지아 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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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 어느 날 끝내주는 엄마로 사치를 부려보았다.
후리지아 꽃향기를 맡으며 연필로 그림을 그리니
어쩜 그리 행복한지 몰랐다.
그 순간을 놓치기 싫어 글을 썼다.
생각나는대로 써보았다.
당신에게 삶의 중심은 누구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나'라고 대답할 수 있다.
아이가 아닌 '나'
내 아이도 그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래본다.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중 p.263
부모의 조바심, 과잉 보호 속에 탐구심과 호기심이 사장된다.
그 때 생긴 체험 그릇의 크기로 인생 항로가 시작된다.
자신감과 욕망이 있는 아이는 경험치부터 다르다.
앞으로 더욱 정서와 창의가 절실해지는 시대다.
그것도 경험치의 두께로 결정된다.
그 밑바닥에는 부모의 허용과 배려, 신뢰, 격려와 칭찬이
탄탄하게 깔려 있어야 한다. 어떤 비바람이 몰아쳐도
중무장한 배는 끄떡없다.
유유히 흘러갈 수 있는 유연함과 뚝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 힘의 원천이 부모의 재량에 달려 있다.
부모의 철학에 따라 아이가 길러지기 때문이다.
평소 부모 또한 자기 발전을 위해 자신을 먼저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