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른 작가 오소희씨의 블로그에선
요즘 육아를 둘러싼 수다판(?)이 한창 펼쳐지고 있더군요.
'오마이육아'라는 카테고리에 워킹맘, 사교육, 잠안자는아기 등등
작가가 제안하는 글도 좋지만, 주옥같은 댓글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어요.
이제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구경가 보세요.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눈물이 찔끔나기도 하고, 읽으면서 정리가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뜨겁고 사랑스러운 엄마들이 세상엔 참 많구나 싶어, 마음이 놓인답니다.
읽으면서 좋았던 대목들 몇 부분을 소개하자면,
- 육아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때는
내가 아이와 관련된 책이 아니라
나와 관련된 책을 봐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육아보다 더 큰, 내 생활의, 삶의 구조를 살펴야 할 때이기 때문이죠.
- 영유아기의 아이를 둔 엄마의 덕목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허허, 나는 당분간 젖만 있고 뇌가 없다네' 하는 관대한 인내가 가장 필요해요.
- 죽을만큼 힘든 시간도 반드시 끝은 있어요.
'적어도'란 부분이 늘어요.
아기는 매일 변하고 엄마가 잘 따라오고 있나 테스트하는 것 같아요.
- 너무 똑똑하고 예민한 아기들은 잠을 못 자기도 한대요.
잘 못 먹고 잘 못 자는 아기들 중에 천재가 많대요.
... 이 글에 대한 작가의 댓글이 또 빵 터져요.
- 저희집 아들.
안 먹고 안 잤지만 천재가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저희집 경우도 덧붙이자면,
안먹고 안자고 안싸기까지 했던 딸도 천재가 아님이 명백하게 밝혀졌습니다.ㅋㅋㅋ
아! 문제해결을 하려고 이런 판을 벌인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자기 얘기를 하고 또 고민을 상담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각자가 찾아가는 것, 정리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요.
함께 책읽기 프로젝트 했던 때처럼, 그렇게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판을 벌이는 기회를 베이비트리에서도 해보고 싶은데, 이노무 시간이 웬쑤네요! 2학기 시작되자마자 아이들 학교에서 일이 좀 생겼거든요. 그럭저럭 잘 정리되긴 했는데 숙제는 여전히 많네요.
생생육아의 '오디션프로와 육아' 글에 썼던, '나타난다'는 말은
윤종신이 했던 말이랍니다.
이번에 마음이 많이 힘들 때 그의 <오르막길>을 들으면서 위로가 많이 되었어요.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이 한 구절이 저의 육아를 압축해서 표현해주는 것 같았죠.
아이가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아이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이란 가사가 꼭 우리 얘기같더라구요.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서로 손 꼭 잡고 한걸음 한걸음
오르막길 오르듯. 그렇게 함께 걷자. 마음 다잡을 수 있었어요.
참 신기한 것은,
못 견디게 힘들다가도 고비를 하나 넘고 날 때마다
뭔가 사방이 환..해지고 그동안 안 보였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고 깨달아지더라구요.
알고 나니 어떻해야 하는지 알 것 같고,
더 힘든 게 와도 견딜 수 있겠다 싶고.
<오르막길>은 정인이 부른 것도 좋고, 윤종신이 부른 것도 괜찮고,
김준수가 6년만에 방송출연해서 울면서 부른 것도- 아마 자기 처지랑 비슷해서인거 같은데, 저는 이들 셋의 상황이 한국사회의 갑을관계의 무서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 한번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분석글을 올려볼께요.ㅋ - 애절하니 좋네요.
아직 들어보신 적이 없다면, 취향에 맞춰 가수를 골라 한번 들어보세요.
산 하나를 오르면서 겪는 드라마틱한 내면과
나의 육아를 돌아보며 용기를 내게 해 줄거예요.
요즘 저희집 딸이 음악에 빠졌답니다.
열세살짜리 친구들 7명이랑 레인보우 걸스를 결성했다나 뭐라나-
아이 취미에 편승해 저도 좋은 노래 많이 듣고, 그리 나쁠 건 없네요^^
이런거저런거 다 동원해서 육아의 오르막길, 무사히 걸어내길 바래요.
엄마들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