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차를 쓰고 집에서 누워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누워있다 엄마 사랑이 항상 고픈 15개월 둘째 민규와 좀 놀아주고 장보고 이제야 베이비트리에 들어옵니다.

월차 중에도 베이비트리 걱정을 하는 걸 보면 제가 정말 베이비트리를 사랑하나봅니다. ^^

 

어제는 제가 너무 사랑하는 동기가 회사를 그만둬 마지막 송별회를 한 날이었습니다.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시고, 서울역에서 대구로 향하는 기차에 그녀를 떠나 보냈습니다.

떠나기 전 그녀와 저는 그저 말없이 꽉 부둥켜 안았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를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히 10년 전 <한겨레> 입사시험을 볼 때 함께 했던 동기였습니다.

한겨레 입사 전 시험전형에서 합숙평가를 하는데 합숙할 때 그녀와 저는 한 방을 썼었죠.

(그때 우리는 자신의 이름도 학교도 그 어떤 것도 말하지 않고 별명으로만 서로를 불렀는데 그녀 별명은  `밥통' 저는 `번개'였어요)
합숙평가를 할 때 심사위원(선배기자들)들과 참여자들은
저녁에 모여 폭탄주와 각종 술을 마시는데

그녀와 저는 같은 조는 아니였지만 제일 늦게까지 심사위원들과 남아 술을 마시고

방에 들어와 서로를 끌어안으며 그런 얘기를 했었지요.  

"정말 한겨레 사람들 너무 멋지지 않아요? 밥통씨."
"그렇죠? 난 이번 시험 떨어져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번개씨 "
"저두요. 정말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신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떨어진다면 다시 도전할거예요."
"저두요"

그런 얘기를 나누며 술에 취해 너무 덥다며
저희 둘은 모두 기본적인 속옷(?)만 달랑 입고 맨살을 드러내고 잠을 잤지요.
그녀와 전 입사하기전부터 속을 훤히 내다보이고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는 사이가 됐었죠.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 두 사람은 모두 합격자 명단에 있었고 같이 합격해서 기뻐했었어요.

기자로서 느끼는 한계, 한겨레 지면에 대한 고민, 한겨레 조직에 대한 고민, 기자로서 나아가야 할 길, 여자로서 일하는 문제, 엄마로서 살아가기 등등에 대해서는 그녀와 함께 했었어요.

비록 그가 대구에 있지만 회사 생활 힘들 때, 몸과 마음이 아플 때, 내 스스로가 못났다고 생각될 때, 혼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그냥 누군가의 힘이 필요할 때 전화해서 마음을 털어놓던 동기였습니다. 그때마다 그 동기는 누구보다 저를 격려해줬고 용기를 줬고 힘을 줬지요. 항상 그렇게 의지했던 동기였습니다. 그런 동기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니 마음 한 켠이 텅 빈 것 같습니다.

 

멋진 동기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용기 있고 투사 같고 열정으로 가득찬 동기였어요.

어제 술을 마시고 백만년 만에 간 노래방에서 목이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은의 "언제가는"을 목이 터져라 불렀습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되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린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언제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지금은 잠시 그 동기가 개인적 이유로 회사라는 공간을 떠나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어떤 모습으로든.

 

어제 그녀와의 송별회에 그녀보다 먼저 떠난 동기가 함께 해주었습니다. 기자를 그만두고 로스쿨로 들어갔는데, 금요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주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 동기 와서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기자만큼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직업도, 한겨레 만큼 멋진 직장도 없더라. 그것을 떠나보니 알겠더라. 그리고 난 아직도 한겨레 주변을 멤돌고 있고,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고요...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백만 가지의 감정이 드는 밤이었습니다.

그렇게 12월의 어느날 밤을 보냈습니다.

 

입사 10년, 동기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떠났고,

저는 베이비트리를 시작했습니다.

<한겨레> 베이비트리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또 앞으로 베이비트리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요?

 

베이비트리를 운영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제가

오늘은 이렇게 여러분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수많은 독자분들이 들어오시는데 이 게시판에는 아무도 글을 쓰지 않아

이렇게 제 얘기를 하면서 말을 걸어봅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일상은 어떻고, 또 여러분은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사세요?

또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미래를 꿈꾸며, 어떤 삶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보다 많은 독자분들과 베이비트리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보다 많은 독자분들에게 베이비트리가 사랑받는 사이트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그런 베이트리가 될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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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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