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사 오면서 생긴 화단에 2년째 텃밭을 일구면서
키우는 재미가 솔솔하다.
메르스로 지친 하루지만 얘네들을 보면 잠시 행복에 젖는다.
올해 처음 심어본 오이 묘종 3개가 무럭무럭 크더니
지금은 10cm가 약간 넘는 오이를 달고 있다.
오이가 크면서 옆에 있는 토마토 잎과 줄기를 감고 올라가서
손으로 치워도 주고, 오이줄기가 타고 올라가도록 높은 곳으로 끈도 이어주고
오이를 처음 키워서일까 길게 자라고 있는 오이가 어쩜 이리도 신기할까.
2년차 텃밭을 일구면서 알게 된 게 있다.
토마토 순자르기이다.
작년 이맘 때 텃밭 사진을 올리면서 덩굴이 되어버린
토마토 모습을 보여주었다.
초기 대응?(메르스 때문에 불쑥 나온 말)
작년에는 초기에 순자르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또한 어디를 잘라주어야하는지 몰라서
토마토를 덩굴로 만들어버렸는데 올해는 그 부분을 해결하였다.
위 사진을 보면 토마토 줄기가 올라가다가 굵은 원줄기 옆(왼쪽으로)에
잎이 하나 나고 그 사이에 새순이 올라온다.
바로 요 새순을 잘라주면 된다. 사진에 잘린 자국이 보인다.
올해는 방울토마토도 몇 포기 심었다.
아직 익은 것은 없지만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 열매가
어찌나 탐스러운지 모르겠다.
직접 키워서일까, 하나 하나가 예쁘다.
아참, 5월 말쯤에 글을 올릴까 했다가 시기를 놓쳤는데
이번에 올려본다.
위 사진은 올 5월 말에 찍은 사진이다.
무슨 싹일까요?
이 싹들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이들과 과일을 하나 먹고 그 씨를 심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침이 묻으면 싹이 안 날 수도 있다는 누군가의 말에
아이들은 과일을 먹으면서 침이 묻은 씨와 그렇지 않은 씨로
정성껏 나눴다.
그런데 엄마가 그 씨들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깨끗이 씻어버렸다.
아이들의 원성을 좀 들었다.
젖은 씨를 잘 말렸다.
집에 버리지 않고 남겨놓았던 포트에
분양토를 넣고 아이들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한 포트에 3개씩 씨를 심었다.
포트마다 씨를 많이 심은 이유는 싹이 날거라고 기대를 안했기 때문이다.
개중에 몇 개가 날까?
혹시 싹이 몇 개는 나겠지?
하는정도의 기대만으로 심었다.
씨를 심고 2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그러고 며칠 더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마구 싹이 올라왔다.
이럴수가!
혼자 속으로 푸하하하하 참 많이 웃었다.
이 많은 싹을 어디에 심지?
작은 우리집 텃밭이 갑자기 수박밭이 되게 생겼다.
그랬다. 아이들과 심은 씨는 수박씨였다.
5월 말에야 싹이 났으니 추석이 지나서야 수박을 먹을수 있지 않을까?
또 웃음이 났다.
싹은 올라왔지만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잘 키워보자며 얘네들을 아이들과 텃밭으로 옮겨 심었다.
수박이 과연 달릴까?
올 가뭄이 심상치 않다.
그나마 우리집 텃밭 애들은 밥을 지을 때마다 생기는
쌀뜬물을 그 때마다 주어서 다행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릴 많은 농작물들이 가뭄에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다. 비가 좀 내려주어야 할텐데...
집에서 사용하는 물을 좀 아껴써야겠다.
우리집 텃밭은 나의 힐링 공간이다.
메르스로 가뭄으로 어렵지만 우리 같이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