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요일 밤.
2박3일 여행 첫날. 자다가 퍽! 잠결에 내려친 개똥이의 손에 왼쪽 눈을 된통 맞았다. 눈에서는 불이 났지만 녀석은 세상 모르고 쿨쿨~ 아 이거 진짜 아프다 하면서 다시 잠이 들었다. 잠버릇이 고약한 녀석이 아닌데 낮에 신나게 물놀이를 하더니 피곤했나 보다.
#2 토요일.
아침에 눈에 통증을 느끼며 잠이 깼다. 거울을 보니 부어서 쌍꺼풀이 두꺼워지고 세 겹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안과에 갔는데 각막이 찢어졌다는 소견. “각막이 쫙~! 찢어졌네요. 어쩌다 이랬어요? 이 정도면 밤에 잠도 못 잤겠는데요?” 잠결에 아이 손에 맞았다고 하니 그렇다고 각막이 찢어지지는 않을 것이고 아마도 손톱에 손상된 것 같다고. 치료용 렌즈를 끼워주면서 5일 정도면 회복될 거라고 하는데 살짝 믿기지 않았다. 아무튼 렌즈를 끼고 나니 한결 나아져 살 것 같았다. ‘오비드’ 항생제를 2시간 마다 넣어주라는 처방도 지켰다.
#3 일요일.
잠시 살 것 같았던 눈은 빨갛게 충혈되고 제대로 뜨고 있기도 힘들었다. 시리고 아파서 빛을 감당할 수가 없다. 드라큘라가 된 기분이다. 눈을 떠도 감아도 계속되는 통증에 만사 귀찮고 고통스럽다.
#4 월요일.
동네 안과를 검색해서 제일 가까운 안과를 찾았다. 안과1은 11시가 되기 전인데 오전 진료 마감. 오후에나 오란다. 이런!!! 안과2를 찾았다. 각막이 찢어졌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토요일 안과에서는 각막사진을 보여주지 않은 관계로 비교 불가능했다. 아! 보여달라고 할걸. 쫙 찢어진 각막은 어떤 것인지. 치료용 렌즈를 착용한 것은 적절한 조치이나 각막이 부었다며 이것은 좋지 않은 신호이고 큰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고. 일단은 치료용 렌즈를 빼서 각막이 숨쉬게 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하여 렌즈를 빼고 나니 시원함이 느껴졌다. 따로 약을 먹을 필요는 없고 점안액 ‘히알산’을 처방 해 주며 수시로 넣으라고. 2~3일이면 회복이 될 거라는데 손상된 각막 사진을 봐서는 믿기 어려웠는데 오후가 되니 한결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5 화요일.
충혈된 눈도 많이 진정이 되고 약간의 이물감만 있을 뿐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진짜 살 것 같다. 안과에 가 보니 각막이 회복이 되었다면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전날 보았던 상처 부위에 약간의 흔적만 남아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아직 각막이 부어 있기는 하지만 많이 가라 앉았다며 2일 후에 다시 오란다. 시력은 아직 덜 회복된 상태. 뭐 원래도 좋은 시력은 아니지만.
#6 수요일.
수시로 넣어주던 점안액을 잊을 만큼 괜찮아졌다. 간사하다.
#7 목요일.
확인 차 안과에 갔는데 각막 정상 시력 정상. 만세.
찢어진 각막의 통증은 상상을 초월했고, 각막의 회복력도 그러했다.
아들아 우리 잠은 따로 자자. 너랑 자기 무섭다. ㅎㅎ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