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독서 모임 <센북>에 <세상에서 가장 큰집, 구본준>,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2권을
연달아 추천했는데 두 권 모두 ‘좋은 책 추천해주어 고맙다’, ‘덕택에
좋은 책 잘 읽었다’ 등 반응이 좋았다. 이에 자신감을 얻어 <바람이 숨결 될 때, 폴 칼라니티>을 추천했는데 평이 엇갈렸다. 아! 다른 멤버들이 책 추천을 왜 주저했는지 새삼 뒤늦게 깨달았다.
일단 책 추천의 어려움을 알고 나니 선뜻 추천하기가 쉽지 않아서 심사 숙고하여 작년에 읽었던 책 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기호>를 골랐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누군가는 짧은 이야기가 쭉~ 연결될 것이라 기대했다가 아니라서 아쉬웠다고 했는데 어제 마을 작은 도서관에 가 보니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이 있어 반갑게 들춰보니 이번에는 짧은 글이 이어지는 소설이었다. 표지에 ‘가족소설’이 눈에 띄는데 가족소설은 뭘까 궁금하기도 했다.
작가의 말을 읽고는 가슴이 찡했는데 2011년부터 한 월간지에 ‘유쾌한 기호씨네’라는 제목으로 삼십 년을 기약하고 시작한 글이었지만
사 년을 못 채우고 멈추었고 그간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둘째 아이의 생일이 4월 16일. 아이 입에 음식을 떠 넣어주며 TV뉴스를 보던 작가는 2014년
4월 이후 가족이야기를 더 이상 쓸 수 없었다고.
이 소설은 아내의 셋째 임신으로 시작되었는데 2017년 현재 그 셋째가 일곱
살. 처음 기획대로 삼십 년 동안 연재되었다면 그 셋째의 결혼과 임신 출산까지도 이어지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다.
소설인지 육아 일기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사랑스러우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현명해 보이는 아내와 세 아이 외 부모님 처가
부모님 그리고 조카들까지 다양한 가족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시큰하게 담고 있다.
더러는 소리 내어 웃게 되는데, 바로 책 제목과 동일한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가 그랬다. 옆에서 지켜보던 개똥이가 “엄마 왜 웃어요?”하고 물어봐서 웃게 된 대목과 이유를 설명해주니 녀석 또한 까르르 까르르 배를 잡고 웃는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짠하고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웃게
되면서도 울컥 뭉클하게 하는 소설.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다
읽고 책의 표지를 찬찬히 보니 ‘웃다가 찡 바람 잘 날 없는 식구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웃다 찡!
맞다.
에필로그에는 작가의 아이들 외 그 친구들도 나오는데, 이 집은 동네 아이들
아지트 같다. 아이 당사자는 없는데 현관문 비밀번호를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점령당하고 냉장고가
털린 작가의 집. 어수선하고 식비가 많이 들겠지만 요즘도 이런 집이 있구나. 정겹기 그지 없다.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