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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끈적한 장마철을 보송하게 날려준 멋진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한겨레미디어에서 주최하고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엑스레이맨 - 닉 베세이'전 입니다.


아주 오래전, 사랑니를 치료하기 위해 칫과에 갔다가 잇몸 속의 사랑니 모습을 담은

제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홀딱 반한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그냥 아프고 부은 잇몸

뿐인데 속에는 너무나도 완전한 이빨이 비스듬이 누워 있더라고요. 그 섬세한

이빨 뿌리의 모습은 책에서 본 것과 똑같았습니다. 아픈것도 잊고 내 몸 속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마주친 흥분과 신기함에 정신없이 빠져들었습니다.

공항에 가서 엑스레이 검색대 위에 소지품을 올려놓으면 그 속의 물건까지 고스란히

비쳐보이죠. 남들 가방 속을 훔쳐보며 한참을 서 있던 기억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엑스레이 사진은 언제나 제겐 참 신기한 대상입니다.

그런데 그런 엑스레이를 예술로 가져와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있다니

이건 정말 너무나 궁금하고 설레이는 전시잖아요.

어른인 나도 이렇게 신기한데 여덟살, 열한 살, 열 다서살 세 아이는 오죽했을까요.

가기 전부터 신문에 난 전시회 광고를 보며 잔뜩 들떠 있었습니다.


엑스레이맨 포스터.png


닉 베세이는 미술을 한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상업사진작가 였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엑스레이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사물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엑스레이 사진에 매료되어

엑스레이 기법을 이용한 예술분야를 개척하는데 열정을 바치게 됩니다.

작가는 엑스레이야 말로 사물의 정수와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치라고 얘기합니다.

엑스레이를 이용한 에술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납으로 만든 특수한 공간과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정교한 과정 및 원하는 작품을 얻기위한 오랜 시간의 숙고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닉 베세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엑스레이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겉으로 보이는 것은 화려한 외형이지만 그 속에 드러나지 않는 많은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그의 엑스레이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평범한 사물안에 얼마나 비범하고 특별한

풍경들이 숨겨져 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엑스레이맨2.jpg


한창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크 아이는 자동차를 찍은 엑스레이 작품앞에서 오래

서 있었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실제 인간 모델을 쓸 경우 방사선에

오래 노출되기 때문에 해골을 이용해 연출했다고 해요.


엑스레이맨3.jpg


꽃과 같은 식물로 작업한 작품은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답고 정교한 내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꽃을 오랜 시간에 걸쳐 엑스레이로 촬영한 후 컴퓨터를 이용해

색을 입혔다는데 마치 심해의 물고기를 보는 것 같은 신기하고 아름다왔습니다.


엑스레이맨4.jpg


꽃 속에 이렇게 섬세한 구조가 숨어 있었구나.... 감탄하며 보았습니다.


엑스레이맨5.jpg


케리어를 끌고 가는 할머니를 찍은 이 작품에서 가장 제 눈에 띈 것은

할머니 고관절에 박혀있는 커다란 금속 조각 이었습니다.

아마도 큰 수술을 받으면서 인공관절을 끼웠거나 금속을 이용해 뼈들을

고정시킨 듯 합니다.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유골속에서도 커다란 쇳조각들이 나왔었지요.

골절된 대퇴부를 연결하기 위해 저렇게 커다란 장치가 들어갔었구나..

새삼 놀라고 가슴아팠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처럼 엑스레이 작품들은 숨겨진 대상의 이야기들을 전해줍니다.


엑스레이맨11.jpg


특히 저는 일상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의존하고 있는 스마트폰 내부를 찍은 작품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작은 기계가 그토록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늘

궁금했는데 매끈한 내면에는 이렇게 섬세한 부속들이 정교하게 자리잡고 있었네요.


엑스레이맨6.jpg


이전 전시회에는 영국의 유명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수십년 된 귀한

의복들을 엑스레이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데 매우 특별한 이미지들을

볼 수 가 있었습니다.

색상이나 디자인 같이 것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 이면에 디자이너의 고뇌와

정성이 담겨있는 수많은 손길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냅니다.


엑스레이맨7.jpg


중간 중간 작품들의 제작 과정에 대한 흥미로운 영상을 보여주는 코너가 있습니다.

작품보다 더 흥미진진한 제작 이야기를 꼭 챙겨보세요. 과정을 알게 되면

작품 하나하나의 특별함이 한층 커 집니다.


엑스레이맨9.jpg


전시회를 다 보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기념품 코너로 이어집니다.

특별한 전시회인 만큼 엑스레이 기법을 이용하 다양한 기념품들과 신기한

아이템들이 그득했습니다.

열다섯 아들은 자기 방에 붙여 놓겠다고 기어코 저 '위험' 방사능 표시 스티커를

골랐습니다. 저는 작품 사진이 모두 실려있는 도록을 샀습니다.

집에 와서 찬찬히 살펴보며 오래 오래 즐기려구요. ^^


엑스레이맨12.jpg


이 전시회는 지루하지 않습니다.

여덟살, 열한 살, 열다섯살 세 아이는 각자의 눈높이대로 재미난 전시회를 즐겼습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도 흥미롭고, 주로 의학이나 검색대에서만 쓰이는 엑스레이가 예술품으로

어떻게 재탄생 하는지, 엑스레이를 이용해 보는 사물들의 속 모습은 어떤지 살펴보다보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풍성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 모두 아주 재미있었다고 좋아했어요.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한 즐거운 외출을 만들어주신 한겨레 문화사업무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곧 방학을 맞이할 자녀들과 즐거운 관람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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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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