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누릉지 한 숟가락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누릉지 두 숟가락
두 아이 모두 건강하고
누릉지 세 숟가락
일하고 먹는 점심
누릉지 네 숟가락
나도 건강하고
누릉지 다섯 숟가락
지금에 감사하자
감정에 휩쓸릴 뻔 했구나
기분에 취할뻔 했구나
그래서 체할뻔 했구나
천천히
지금 내 입으로 넘어가는
누릉지가 제일 맛있어
눈 크게 뜨고
초록색에 빨갛고 하얗고
앞에 놓인 반찬들을 본다
이리 괜찮아질 일을
이제 체하지 않겠구나
남은 누릉지 후루룩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반찬 남겨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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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든 오전을 보냈다. 어쩌다가 밥도 혼자 먹었다. 처음엔 막 서글퍼졌다. 그런데 누릉지를 떠 먹으면서 갑자기 '이게 제일 맛있어'라며 생각하다가 그 자리에서 폰 메모장에 글을 썼다. 아이의 모습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일을. 기존 방식으로 계속 보려는 나를 마주하면서 나마저 아이를 기존 방식으로 본다면 아이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시 마음을 다잡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