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엄마 되기’ 그 고단함을 위로받다

 

00406691701_20111008.jpg » ‘엄마가 달라졌어요’의 한 장면. 교육방송 제공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보다 젓가락질을 가르치는 게 훨씬 어려웠다. 빠르고 효과적인 한글 교육을 위한 교재와 교구는 얼마든지 있지만, 젓가락질은 언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가 생겼다고 저절로 엄마가 되는 게 아니었다. ‘좋은 엄마’가 아니라 ‘평범한 엄마’가 목표인데도 그렇다. 이런 엄마 노릇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고단함을 위로해 준 것은, 뜻밖에도 교육방송 <다큐 프라임>(월~목 밤 9시50분)이다.

첫 시작은 2008년 방송된 <아이의 사생활>이었다. ‘도덕성’ ‘자아존중감’ ‘다중지능’ 등을 주제로 인간의 발달을 뇌 과학과 심리학 측면에서 살펴본 이 다큐멘터리는, 육아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으려던 내게 오히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교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 <초등생활 보고서>(2008년 7월)나 질풍노도 십대들의 머릿속을 들여다 본 <성장보고서>(2010년)가 내 어린 시절에 견줘 요즘 아이들을 함부로 단정짓던 나의 버릇을 고쳐줬다면, <마더 쇼크>(2011년)나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2011년)는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신화에 갇혀 ‘만능 엄마’가 되려고 동동거리던 내게 성찰과 격려의 시간을 제공했다.

매주 4편의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다큐 프라임>은 환경, 문명, 우주 같은 교육 다큐멘터리 분야의 익숙한 소재도 물론 다룬다. 하지만 내게 더 흥미로운 건 나와 다른 이의 차이를 깨닫고 공감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더 나은 역할을 고민하게 만드는 아이템들이다. 이런 소재를 다룰 때 <다큐 프라임> 제작진은 의미심장한 사례에 카메라를 비춘 뒤 멀찌감치 물러서는, 보통의 다큐멘터리 제작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작은 실천 방법을 귀띔하면서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북돋운다. <초등생활 보고서>에서 ‘왕따’ 문제를 다룰 때, 제작진은 반 아이들을 절반으로 나눠 이틀간 각각 부당한 이유로 차별받게 한 뒤 사흘째 되는 날 아이들의 솔직한 심경을 들어보는 ‘차별실험’을 했다.


올 들어 매주 금요일 밤에 방송 중인 <엄마가 달라졌어요>와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남편이 달라졌어요> 시리즈에선 제작진이 그동안 쌓은 ‘내공’이 십분 발휘된다.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교사는 “선생님 수업은 졸리다”는 아이들의 고백에 충격을 받는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프지만 성장을 위한 첫걸음이다. 아이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치려면 내 젓가락질 방법이 바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것을, 나는 <다큐 프라임>에서 배웠다.

 

이미경/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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