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오늘 아침.

집집마다 아이들은 마법의 순간을 경험했겠지요?

싼타할아버지(라 쓰고 엄마아빠라고 읽는..)가 올해도 어김없이 애써주셨네요.

저희집은 아이들이 다 잠든 12시 즈음에 선물을 세팅하려고 주섬주섬 꺼내고 있는데

갑자기 둘째가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오지 뭐예요;;

눈은 감은 채 비틀거리면서 화장실을 가고 싶어하길래 쉬 하게 하고 다시 잠든 걸 확인하고서야

업무를 완수하는데, 정말 긴장되더라구요. 큰아이가 좀 크고 나니 눈치챌까봐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그래도 벌써 5학년이라 속으로는 알면서 모른척하는 거겠지 싶어, 저희 부부도 암말 안하고 있었는데 큰아이는 아직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건지,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을 허물고 싶지 않은건지 오늘 아침, 동생과 선물을 확인-열광-환호-엄마아빠에게 자랑,

하는 순서로 한바탕 마법을 즐기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싼타가 왔다간 증거를 발견했다는 거예요.

그럴리가.. 하면서도 저도 순간 긴장이 되서(혹시 남편이나 저의 흔적은 아닐까 싶어)

그게 뭐냐고 물으니,  작게 뭉쳐진 빨간 털 뭉치를 내미는 거 있죠!

이땐 저도 헉! 하며 순간적으로 헷갈렸는데 선물이 놓여있던 거실을 매의 눈으로 찬찬히 훑어보니

거실 한 쪽에 뜨게질하려고 사둔 빨간 털실 바구니가 보이더군요.

아이들이 발견한 빨간 털의 출처는 바로 그곳이었던 듯.

휴.. 아무튼 이렇게 올해 크리스마스도 무사히 넘겼네요.


이야기 둘.

늦가을 이후로 저에겐 좀 큰 걱정이 하나 찾아왔답니다.

아이 문제인데.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정확한 걸 알 수 있으니 아직은 저 자신도 이걸 적극적으로 걱정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일지, 시끄러운 주변의 이야기들 다 묻어두고 담담하게 있어도 되는건지, 

그 사이에서 많이 괴로웠어요. 가뜩이나 마음은 복잡한데 일상적인 일들은 끊임없이 쌓이고,  올해 학교임원을 같이 맡은 엄마랑 의견이 잘 안맞아서 사사건건 부딪히느라 심리적인 소모가 너무 많은 한 해였습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현재진행형으로 힘든 이야기는 쉽게 쓰기가 힘들더라구요. 생생육아에 하나 주제를 정해 쓰면서 마음을 정리해보자 싶기도 했는데, 속마음과는 달리 가볍고 편안한 이야기들을 올리며 요즘 좋았던 다른 분들의 여러 글들, 읽으며 위로를 받곤 했지요.

<우는 아이>라는 노래를 이제서야 듣게 됐는데, 그 가사가 딱 제 마음같았어요.


삶이 뜨거워진 어느날

나는 거리로 나왔죠

다 무너져가는 골목 어귀에

한 아이가 울고 있었죠

도대체 왜 저 아이는 홀로 나와

눈물을 흘리는 걸까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지쳐

어디론가 돌아갑니다.


아무리 어려도, 한 아이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필요한지요.

가끔은 내 아이가 저 노래 속, 다 무너져가는 골목 어귀에 서 있는 아이같기도 하고

삶과 세상에 지쳐 비틀거리는 제 모습같기도 하고.. 그랬네요.

어쨌든 정말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도 하루하루 저물어갑니다.

마음이 많이 힘들다가, 세월호로 아이를 잃은 분들이 크리스마스날 바다에 케이크를 한 조각씩

던져주었다는 소식 읽고는 아! 다시 정신차려야지. 싶더라구요. 요즘 세상이 너무 기가 차다보니

무기력과 우울이 시도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거 같아요. 일본은 텔레비젼만 틀면 한국의 재벌문화

와 땅콩항공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어서 아이들이랑 티비보기도 민망하구요.

쓰다보니 하소연만 한보따리네요. 쓰기시작하면 이럴것같아 속닥속닥에 들어오기가 겁났다는;^^


이야기 셋.

올 초에 진향님께서 신년회 제안해주신 이후로 천천히 저 혼자 준비한 게 있었어요.

크리스마스 전에 베이비트리 송년회를 하면, 그때 보내려고 틈날 때마다 하나씩 모았는데

DSCN3851.JPG
<배고픈 애벌레> 캐릭터의 천가방은 여름방학 때 만들어뒀던 거.
DSCN3865.JPG
<겨울왕국> 머리방울은 가을 바자회 때, 너무 싸서 몇 개 챙겨뒀던 거.
DSCN3848.JPG
일본은 이쁜 그림책 캐릭터 달력이 정말 다양하고 많거든요. 정숙님께도 둘째 출산 축하드리느라 한번 보낸 적이 있는데, 이것 말고도 생생육아에 경제교육 이야기 쓸 때 몇 개 준비해둔 키티 어린이통장커버나 사과따러 갔을 때, 시골 어린이서점에서 그림책 하나.. 뭐 이런 것들을
베이비트리 엄마들과도 나누고 싶어 준비해뒀는데.
운영국에서 이번에는 송년회를 못하게 되셨다는 연락이 왔었죠.

유통기한이 있는 물건들이 아니니^^
내년 신년회가 있다면 그때도 좋고, 더 나중에라도(온라인 신년회, 뭐 이런것도 생각해 봤어요)
기회가 있을테니 싶었는데, 제 일상과 머릿속이 복잡해지다보니 그런 생각이 진전이 안되더라구요.
얼마전 케이티님의 글쓰기로 맺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 읽고, 개인적으로 나누거나, 온라인 바자회? 온라인 크리스마스 파티?? 이런 걸로라도 제안해 볼까 망설이다 한 해가 끝나가네요.
이 나이가 되어도 미련하고 서툰 게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늘 벼르고 망설이고 그러고 삽니다.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은 알려주세요.
멀리 떨어져 있어 아쉬워만 하기보다 온라인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 즐겼으면 해요.

올해는 무엇보다 마음과 말이 통할 것 같은 베이비트리 친구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
그게 참 기뻤어요.
일일이 댓글 달 타이밍을 놓치다보면, 참 고맙게 읽은 글인데도 그냥 넘기게 되는 일도 많았는데,
그런 면에서 숲을거닐다님. 참 대단하세요. 베이비트리의 완소엄마셔요.ㅎ
미국 토토로네 엄마께서 외국에서 연말을 보내니 더 쓸쓸하고 허전하단 글, 읽으며 얼마나 공감했던지요. 외국에서 연말연시를 맞으시는 모든 분들. 또 한국에 계신 모든 분들.
올 한 해 정말 반갑고 고마웠어요.
2015년에는 더 가깝게 더 따뜻하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한비야 씨 얼마전 기사에서, '우리'의 범위를 조금씩 더 넓혀갔으면.. 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베이비트리에서도 '우리 아이'의 범위를 좀 더 넓혀갈 수 있는 새해가 되길..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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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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