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말로만 주는 올해의 영화상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청말띠’ 해인 2014년(갑오년)도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한국의 현실처럼, 영화계 흥행 온도계 역시 오르락내리락 하며 관객과 영화 관계자를 울리고 웃겼다. 지리산 족집게 점쟁이조차 예상못했을 엄청난 성공을 거둔 흥행작도, 팬들의 기대지수 100점을 받고도 흥행에 참패해 눈물을 삼켜야했던 망작도 있었다.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아트버스터까지 스크린을 점령한 장르도 다양했다. 한국영화가 다소 부진했지만 다행이 3년 연속 ‘관객 1억명’을 돌파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한겨레>가 올 한 해를 정리하며 영화계를 위해 조촐한 상을 준비했다. 이른바 ‘말로만 주는 상’. 상에 따른 특전은 없냐고? 아래 이메일로 연락하시라. 혹시 아나? 소박한 밥 한끼 대접할지.

안 보면 간첩상 ‘명량’ ‘겨울왕국’ ‘인터스텔라’…간첩도 봤을 ‘1천만’ 영화들

141933173691_20141224.JPG » 나란히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명량>,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2014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는 4900만명. 산술적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려면 국민 5명 중 1명이 봐야만 한다. 한 해 개봉영화가 1000여편에 이르니, 1000만 영화 확률은 훨씬 더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미 1000만 영화 두 편이 탄생했다.

올 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렛 잇 고~’를 외치게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왜 이런 영화에 관객이 몰리냐”는 의문도 일부 제기됐지만 어쨋든 1000만 관객 고지를 선점하며 영화계를 흥분시켰다.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외화로는 <아바타>에 이어 두번째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현재 993만여명을 동원해 ‘1천만 클럽 가입’을 눈 앞에 뒀다. ‘웜홀’, ‘중력장’ 등 머리에 쥐나는 과학용어가 넘쳐나지만 “자녀 교육에 좋다”는 입소문에 교육열이 폭발한 부모들은 아이의 손목을 부여잡고 앞다퉈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 두 작품에게도 ‘넘사벽’은 있었으니, 바로 ‘민족 영웅 이순신 장군’이다. 임진왜란 당시 12척의 배로 330여척의 왜군을 섬멸한 명량대첩을 다룬 사극 <명량>은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을 앞세워 무려 1760만명을 동원했다. 국민 3명당 1명 꼴로 영화를 본 셈이니 말 그대로 ‘안 보면 간첩’ 아닐까.

깜놀상 ‘님들아…’ 깜놀하지 마오…독립영화 240만명 봤다오

1419331660_00520521901_20141224.JPG » 독립영화 사상 최고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1000만 관객은 아니지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며 ‘잭팟’을 터뜨린 작은 영화도 많다. 미스터리 어드벤처라는 낯선 장르의 예술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77만여명을 모아 ‘아트버스터’(예술성을 갖춘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원스>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새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은 에스엔에스 입소문을 타고 ‘보고 또 보고’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330만명을 끌어모았다.

이렇게 쟁쟁한 후보를 누르고 올해의 ‘깜놀상’을 거머쥔 영화는 바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다. 90대 할아버지와 80대 할머니의 사랑과 이별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는 개봉 3주만에 240여만명을 동원했다. 그 기세와 스크린수 등을 고려할 때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인 <워낭소리>(293만여명)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개봉 시점에 186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던 <님아…>는 <호빗>, <국제시장> 등 연말 대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스크린수를 700여개로 늘리며 흥행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역시 세대를 초월한 흥행 키워드는 바로 ‘사랑’이었다.

안습상 100억과 장동건 투입했는데…‘우는 남자’ 60만 관객이 전부

1419331602_00506565705_20141224.JPG » 장동건을 투입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지만 영화 ‘우는 남자’는 흥행 면에서 참패했다. ‘안 보면 간첩’일 정도로 많은 관객을 동원하거나 예상치 못한 ‘깜짝 흥행’에 성공한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기자는 물론 영화팬의 안구에 습기를 가득 채우며 흥행 참패는 물론 혹평을 받은 영화도 넘쳐났다.

유난히 스타들의 복귀작이 많았던 한 해였지만, 많은 스타들이 흥행 보증수표가 아닌 부도수표로 전락했다. <역린>(380만명)의 현빈, <인간중독>(140만명)의 송승헌, <패션왕>(59만명)의 주원이 불운의 주인공이다. 쟁쟁한 스타들이지만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거나 간신히 턱걸이를 할 정도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이름값을 못했다.

가장 참혹한 망작은 <우는 남자>다. 100억원대의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꽃중년 장동건을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손익분기점인 250만명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60만명의 관객이 들었을 뿐이다. <우는 남자>의 흥행 참패는 ‘영화는 제목 따라간다’는 오랜 속설을 증명하는 사례로도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롤러코스터상 ‘7번방의 기적’ ‘변호인’ 배급사, ‘뉴’ 올 200만 넘은 영화가 없네

1419331550_00510773705_20141224.JPG » 작년 잇달아 대박을 터뜨렸던 영화배급사 ‘뉴’의 성적은 올해 그리 좋지 못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것이 인생의 진리라지만, 1년 사이 이렇게 천국과 지옥을 오갈수 있을까? 영화 배급사 ‘뉴(NEW>’이야기다.

뉴는 지난해 <7번방의 선물>(1281만명)과 <변호인>(1137만명) 등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배급했으며, <신세계>(468만명), <감시자들>(550만명), <몽타주>(209만명), <숨바꼭질>(560만명) 등으로 6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 1억1700만명 가운데 4000만명, 즉 3명 중 1명(29%)이 뉴가 배급한 영화를 봤을 정도다.

창립 5년 만에 ‘1위 배급사’로 올라섰던 뉴는 그러나 1년만에 곤두박질 치며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올해 뉴는 <남자가 사랑할 때>(197만명), <인간중독>(140만명), <해무>(147만명), <패션왕>(59만명) 등을 배급해 총 660만명을 동원했다. 산술적 수치만 봐도 지난해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올해 중국 투자 유치와 코스닥 상장 등으로 사업의 외연을 넓힌 만큼 내년에는 내실을 다져 롤러코스터처럼 다시 뛰어오르기를!

갑툭튀상 전지현도 30대, 20대 누구없소? 괜한 걱정 ‘한공주’ 천우희 있소

1419331502_00520920405_20141224.JPG » 영화 ‘한공주’, ‘카트’ 등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천우희. 최민식, 류승룡, 정우성, 이정재 등 40대 중년 배우들의 활약 속에 남녀 공히 20대 배우 기근 현상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배우가 있었다. 단연 천우희(27)가 눈에 띈다. 데뷔(2004· <신부수업> 단역)한 지 꽤 오래 된 ‘중고 신인’인 천우희는 <한공주>와 <카트>를 통해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고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남자배우 중에는 최우식이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특수사건전담반 TEN>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밝고 가벼운 이미지로 눈도장을 찍은 최우식은 올해 독립영화 <거인>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제2의 하정우’, ‘제2의 이제훈’이라는 호평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거머쥐었다. 이런 이유로 천우희와 최우식에게 올해의 ‘갑툭튀상’(갑자기 툭 튀어나온 놀라운 배우상)을 수여한다.


멀티유즈상 칩거하던 이경영 종횡무진…‘해적’ ‘군도’ 등 다작배우로

1419331448_00513521505_20141224.JPG » 올해 이경영은 여러 작품에서 명품 조연으로 활약했다. ‘명품조연’이란 말이 유행어가 아닌 영화계 일반용어가 된 지 오래다. 올해엔 유독 스크린에 낯익은 얼굴이 많이 등장했다. ‘다작배우’, 즉 ‘멀티유즈’가 가능한 배우가 많았던 셈이다.

이경영은 그 중 단연 으뜸이다. 그는 <또 하나의 약속>, <관능의 법칙>, <백프로>, <무명인>,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타짜-신의 손>, <제보자>, <패션왕> 등에서 크고 작은 배역을 맡아 활약했다. 충무로에서 올해 ‘한국 영화는 이경영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는 내년에도 <허삼관>, <은밀한 유혹>, <암살>, <협녀: 칼의 노래>, <소수의견>, <서부전선> 등에 잇따라 출연할 계획이어서 2년 연속 ‘멀티유즈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자배우는 라미란이 꼽힌다. 라미란은 올해 <피끓는 청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빅매치>, <국제시장>, <워킹걸> 등에 출연했다. 어떤 영화에서든 ‘미친 존재감’을 선보이는 두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도 곧 볼 수 있을까? 사뭇 기대가 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2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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