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요리
라타투유, 파에야, 부타가쿠니 등 값싸고 손쉽게 도전해보는 세계의 가정식 요리 만들기
우리에게는 영화 <라따뚜이>로 잘 알려진 라타투유는 프랑스 음식이다. 까다로운 프랑스 음식과 달리 라타투유는 소박하고 조리가 간단한 편이다. 영화는 실제 미국의 유명 셰프 토머스 켈러의 추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연말 가정에서 준비하는 송년회나 크리스마스 파티에 라타투유만한 것도 없다.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데다 이색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손님들을 흥겨운 만찬의 세계에 푹 담근다.
삼겹살 선호 치우친 한국과 달리
유럽에선 등심 안심 요리 다양
등심 위에 프로슈토만 올려도
파티 분위기 물씬한 별미 완성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10년 넘게 ‘요리 선생님’으로 활동한 이난우씨가 프랑스식인 라타투유를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식 송년만찬을 준비했다. 그는 특별한 만찬에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정했다. “우리는 삼겹살을 즐겨 먹지만 유럽 등에서는 아니다. 등심이나 안심 같은 부위로 요리를 많이 하는데, 맛도 좋고 영양소도 풍부하다.” 돼지고기 안심, 등심, 앞다리 살, 뒷다리 살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넉넉하다. 등심은 지방이 적어 서양에서는 스테이크 재료로 사용한다. 안심은 등심보다 더 부드러운데, 지방이 적기는 마찬가지다. 이씨는 “돼지고기 안심은 부드럽고 살코기여서 스테이크뿐만 아니라 두껍게 말아서 하는 요리에도 적당하다. 잘 익는다. 지방이 있어야 잘 익을 거라는 것은 오해다”라고 조언한다. 쇠고기보다 훨씬 싼 값으로 근사한 파티 요리를 차려낼 수 있다는 게 지갑 얇은 소비자에게는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라타투유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향토음식으로 가지, 토마토, 피망, 양파, 호박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스튜다. 이씨는 돌돌 만 돼지고기 안심 구이와 곁들여 먹도록 볶았다. 라타투유 같은 소박한 향토음식은 20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불기 시작한 ‘누벨퀴진’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 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20세기 이전에 대세였던 ‘오트 퀴진’(정찬식으로 구성된 고급 프랑스 음식)에 반기를 든 젊은 셰프들이 단순한 조리법,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자는 철학을 내세워 일으킨 바람이다. 돼지고기 무릎 살을 활용한 ‘슈크루트’, 돼지의 위장을 재료로 쓴 ‘앙두예트’ 등 프랑스인들은 돼지고기를 사랑한다.
우리 혀에는 조금 짜게 느껴지는 이탈리아 햄 프로슈토를 돼지고기 등심에 올린 이씨의 두 번째 음식, ‘허브로 향을 낸 돼지고기 등심 구이와 버섯볶음’은 언뜻 보기에는 산적 같다. 이탈리아는 넉넉한 식재료와 활달한 그들의 성정이 만나 편안한 분위기의 정찬이 발달했다. “돼지고기 등심에 프로슈토 간이 적절히 배 따로 간을 할 필요가 없다.” 한때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서울 거리를 꽉꽉 채운 적이 있다. 조리법이 프랑스 등과 비교해 수월하고 성정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평이 많아서인지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고기요리가 발달한 북부, 해산물이 풍부한 남부, 퉁명스럽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한 이탈리아 사람들, 되는 일도 없지만 안 되는 일도 없는 이탈리아의 경험을 쫀득한 고기요리에 살렸다.
돼지고기 뒷다리가 없으면 못 사는 이들이 스페인 사람들이다. 우리네 김치 같은 존재인 하몬은 스페인 햄인데, 소금에 절여 몇달 동안 매달아 말려 만든다. 돼지고기 뒷다리 살이 재료다. 초리소 같은 소시지도 돼지고기를 훈제한 것이다. 스페인 거리의 상점마다 주렁주렁 커다란 하몬 덩어리가 달려 있다. 최근 들어 경제사정이 나빠져 예전만 못하지만 느긋한 스페인 사람들은 점심을 2~4시간씩 즐긴다. 꽉 찬 배가 허기질 때쯤 저녁식사를 시작하는데, 그 시간이 보통 밤 9시다. 부엉이 민족이라고 여길 정도로 밤 생활을 즐긴다.
서양식 만찬이라고 하나 밥이 빠지면 섭섭하다. 이씨가 준비한 밥 요리는 스페인 정통음식 파에야다. 납작한 냄비에 쌀과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익힌 파에야는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재료를 골라 조리한다. 간을 연하게 해 우리식 볶음밥에 가깝다. 파에야 전용 냄비가 없는 이들은 난감하다. 스페인 여행길에 무거운 파에야 냄비를 아예 몇 개씩 사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가 없다. 이씨는 “스테인리스 팬을 활용하면 된다. 뚝배기에 해도 운치가 있다”는 조언을 한다. 요리는 미켈란젤로의 창작에 버금가는 창의적인 활동이다.
가정에서 잔치, 만찬 하면 제일 먼저 손에 꼽는 메뉴로는 갈비찜이 있다. 이씨는 건강식으로 유명한 일본식 고기찜을 들고나왔다. 돼지고기 찜 요리인 ‘부타가쿠니’. 일본 규슈지방의 음식으로 중국의 동파육과 비슷해 보인다. “한국식 찜요리와 유사해 오래전부터 명절에 잘 해 먹은 음식이다.” 비싼 식당의 음식을 애써 먹으면서 길거리에서 방황할 필요가 없다. 만들기 편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세계의 가정식 만찬으로 화기애애한 크리스마스 저녁을 만들면 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건자두를 넣은 돼지고기롤과 라타투유
프랑스 <건자두를 넣은 돼지고기롤과 라타투유>
▲ 재료 : 돼지고기롤(돼지 안심 400~500g, 건자두 10개, 애플민트나 타임 등 허브 종류 약간, 버터 약간, 레드와인 2큰술, 데미글라스소스 5큰술), 라타투유(토마토 1/2개, 양파 1/4개, 청피망 1/4개, 홍피망 1/4개, 호박 1/4개, 가지 1/2개,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 만들기 : 돼지고기롤 (1) 돼지고기 안심은 포를 뜬 후 애플민트 등 허브를 놓고 건자두를 나란히 올리고 돌돌 말아준다. 실로 묶어준다. (2) 버터 두른 팬에 굴려가면서 뚜껑 덮어서 약불로 20분 구워준다. 중간에 소금·후추 뿌려준다. (3) 2가 구워지면 꺼내 포일로 덮어 10분 정도 그대로 둔 뒤 실을 풀고 적당히 잘라준다. (4) 고기 구운 팬에 레드와인을 넣고, 데미글라스소스를 넣고 끓인다. 최종 소스를 만든다. / 라타투유 (1) 토마토를 제외한 모든 채소는 1×1㎝로 썰어 올리브유에 소금·후추 뿌리고 굽는다. (2) 물을 약간 넣고, 토마토와 월계수잎을 넣고 자작하게 익힌다. 소금·후추로 간한다. (3) 채소를 적당히 자른 후 올리브유에 굽는다. 토마토를 넣고 은근하게 끓여준다. 소금·후추 간한다. / 접시에 돼지고기롤과 라타투유를 얹고 최종 소스를 뿌린다.
» 허브로 향을 낸 돼지고기 등심 구이와 버섯볶음
이탈리아 <허브로 향을 낸 돼지고기 등심 구이와 버섯볶음>
▲ 재료 : 등심 400g, 프로슈토 3장, 로즈메리 약간, 밀가루, 올리브유, 레몬즙 약간, 여러 가지 버섯 100g, 발사믹식초 1큰술, 올리브유 1큰술, 소금·후추 약간, 방울토마토 10개, 올리브유 1큰술, 식초 1큰술, 꿀 1작은술, 바질 다진 것 약간
▲ 만들기 : (1) 등심은 0.8㎝ 두께로 썬 뒤 프로슈토를 올린다. 고기망치로 두들겨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면서 프로슈토를 붙인다. 밀가루를 가볍게 묻힌 뒤 로즈메리를 올려서 올리브유에 앞뒤로 구워준다. (2) 1에 물 1/2컵과 레몬즙 약간을 넣고 조린다. (3) 버섯을 적당히 자른 뒤 올리브유, 소금, 후추 넣고 볶다가 발사믹식초를 넣어 조린다. (4) 방울토마토는 4등분한 후 올리브유, 식초, 꿀, 바질 다진 것을 넣고 버무린다.
» 돼지고기 파에야
스페인 <돼지고기 파에야>
▲ 재료 : 돼지고기 삼겹살 100g, 쌀 1컵, 올리브유 2큰술, 쌀 1컵, 마늘 1개, 양파 1/4개, 청·홍피망 1/4개씩, 토마토 1개, 월계수잎 1장, 블랙올리브·파슬리 약간
▲ 만들기 : (1) 돼지고기는 굵게 채 썰어 팬에 소금·후추 뿌리고 노릇하게 구워 꺼낸다. (2) 고기 꺼낸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다져넣고 볶는다. 청·홍피망도 다져서 넣고, 쌀도 넣어 볶는다. (3) 물 2컵을 넣고, 씨 제거한 토마토를 굵게 다지고, 월계수잎 넣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뚜껑 덮고 15분 정도 끓인다. (4) 블랙올리브와 파슬리를 다져서 올린다.
» 부타가쿠니
일본 <부타가쿠니>
▲ 재료 : 통삼겹살 600g, 생강 1톨, 양파 1/2개, 통후추 5알, 물 3컵, 정종 1컵, 간장 5큰술, 미림 4큰술, 설탕 3큰술, 파채 조금
▲ 만들기 : (1) 통삼겹살을 5~6등분한 뒤 팬에 겉면만 노릇하게 굽는다. (2) 1이 잠길 정도의 물에 생강, 양파, 통후추 넣고 30분간 익힌다. (3) 삼겹살은 건져내고, 나머지는 버린다. 물 2컵, 정종, 간장, 미림, 설탕을 넣고 중불에서 자작하게 조린다. (4) 파채를 곁들인다.
(*한겨레 신문 2014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