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나의 증조할아버지 제사였다. 지난 6월에 친정부모님께서 우리집 근처로 이사오셔서, 처음 지내는 제사였다.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지도 거의 이십년 가까이 되고, 아버지 나이가 올해로 일흔둘, 생존해 계신 작은할아버지, 고모할머니들도 이제 너무 연로하셔서 작년부터인가 부모님 두분이 지내셨다고 한다.
정성담긴 제삿상이 차려지고, 네살 우주는 친가에서 여러번 차례와 제사를 지내본 경험으로,
오늘도 무난히 두번 절하였다. 호기심 많은 그녀는 제사지내는 내내 할아버지에게 술을 너무 많이 따르지 말라는 의견 제시, 할머니한테 왜 현관문을 열어놓냐는 궁금증을 끊임없이 풀고 있었다.
증조할아버지는 내가 여섯살 때 돌아가셨는데, 이제 내 자식이 네살이라니, 기분이 묘하다. 오랜만에 증조할아버지 장례를 치르던 때의 생생하고 생경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유세창~' 소리는 늘 들어도 고졸한 맛이 있다. 조상님을 부르고, 자신이 누군인지를 고하는 시작부분에, 본인을 칭하는 효손 OO 부분을 들을 때마다, 우리 아버지는 진짜 효손이다 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엄마가 간단히 준비했다고 게속말씀하셨지만, 있을 것은 다있어야 하는 제사를 혼자 준비하느라 고생하셨고, 남편이 그 마음을 헤아려 설거지 등 뒷정리를 해주어서 고마웠다.
우주의 기억 속에 오늘은 어떻게 남게 될까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의식이 사실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밤이다. 그리고 시댁 제사에 종종 참석했을 때, 결혼했을 때 이미 생존해 계시지 않았던 남편의 조상님들과 내가 겪었던 나의 증조할아버지의 제사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