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프리즘]

1411290904_141129089302_20140922.JPG » 안선희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후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집주인이 내년 봄에 월세로 바꾸겠대요. 반전세로 해서 적어도 100만원 이상은 받아야겠다고 하네요.” 집주인은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월세 내고 나면 언제 돈 모으냐”며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라는 ‘친절한’ 조언까지 해주었단다. 전세로 몇년 더 살며 차근차근 돈을 모아 되도록 빚을 덜 끼고 집을 사려고 했던 후배의 계획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100만원을 월세로 내면 저축은 물 건너가는 거죠.”

주택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전세금 받아봤자 ‘굴릴 데’도 없고, 집값이 오를 가능성도 옛날 같지 않으니 집주인으로서는 월세 전환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정부 역시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태도다.

‘어쩔 수 없는’ 경제 변화를 한꺼풀 벗겨보면 이익을 보는 사람(또는 손해를 덜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갑’인 집주인은 월세 전환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지만, 세입자는 주거비용의 가파른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월세 수준에서는 전세에 반전세로, 반전세에서 완전월세로 바뀔수록 주거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월세 비중이 높아 부담이 더 크다. 중산층 세입자라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한 고소득층이 아니고서는 버거운 수준이다.

20~30대 젊은층의 좌절감은 더 클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훌쩍 올라버린 집값 때문에 부모 도움 없이 집 사기가 힘들어진 현실에서, 내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을 모으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들린다. “그러니까 집을 사세요. 요즘 금리도 싸고 대출도 많이 해주잖아요.” 아무리 대출금리가 싸다고 해도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를 사려면 매달 100만~200만원의 원리금을 20년 이상 갚아야 한다. 비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앞으로 20년 넘게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에 하나 집값이 내려간다면? 내 돈 30%에 은행 대출 70%를 받아 집을 산 뒤, 집값이 30% 내리면, 내 순자산은 0원이 된다. 은행 빚만 고스란히 남는다. 현재의 주택담보대출은 집값 하락의 위험을 모두 대출자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 모두 피하고 싶은 선택지다.

월세시대 도래는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입자들의 가처분소득이 크게 감소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내수경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각종 지표를 보면 가계소득 부족으로 인한 소비 침체를 빚으로 가까스로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전세제도를 억지로 유지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경제의 변화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과 부담을 경제주체들이 되도록 공평하게 나눠 지도록 도울 수는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한편, 세입자를 보호하고 월세 수준을 낮출 수 있도록 민간임대시장의 각종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은행 중심적 대출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가 <빚으로 지은 집>에서 제안한, 집값이 떨어질 경우 은행과 대출자가 집값 하락분을 나눠서 부담하는 ‘책임분담 모기지’(shared-responsibility mortgage) 같은 것 말이다. 무엇보다 집값이 더 오르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그만둬야 한다. 무조건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다주택자와 건설업체, 은행(금융자본)의 입장에서 벗어나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선희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shan@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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