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는 책의 매력에 빠진 날보다 강의의 매력에 빠진 날이 더 많았군.
9월 초부터 어제까지 들은 강의가
양육코칭 - 엄마의 감정코칭 (강은숙)
참 좋은 부모되기 (이태영)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고미숙)
인성이 바른 따뜻한 아이 20년 후에 성공한다.(정혜원)
이렇게 네 번이다.
강의를 들을 때 나의 경우엔 큰 기대를 안하고 간다.
그런 강의를 왜 가냐면 가야할 때가 있다.
품앗이 활동을 하기에 품앗이 교육으로,
둘째 아이 유치원 학부모운영위원을 맡고 있기에,
가끔 일과 관련하여 들어야하기에 간다.
정말 간혹 내 발로 찾아가서 듣는 강의도 있다. 먼저 글에서 처럼.
강의 제목을 봐서는 무슨 얘길할지 정확히 모른다.
또한 다 비슷비슷한 얘길 하겠지 싶어도 강의하는 분이 달라서 모두 달랐다는 것.
그러나 이 최근에 들은 강의에 공통점이 있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것이다. 그냥 공감이 간다.
학교에서도 제 자리에 앉아있기, 학원 가서도 앉아있기, 집에 와서도 앉아서 숙제하기
어떤 분은 그러셨다. 알 낳는 닭장 속에 닭같이 우리 아이들이 갇힌 공간에 앉아있다고.
좀 거슬리는 표현이지만 그렇게 보인다고 말이다.
자, 여길 잠깐 보자.
1. 95%가 실패한 곳에 투자한다.
2. 100%가 성공한 곳에 투자한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곳에 투자를 할 것인가?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온다. 100%가 성공한 곳에 투자하는 거라고.
그런데, 공부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 엄마들이 1번에 투자를 한다고 했다.
95%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곳으로 달려간다.
즉 상위 5%가 간다는 대학교에 모두가 목매단다는 얘기다.
공부! 공부!
이 공부의 의미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가운데 욕망을 줄이려고 공부를 했는데
요즘 세상에서 공부는 욕망을 쫓으려는 수단의 공부가 되버렸다고 했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가서, 좋은 차 사고 집 사고, 잘 생기고 남자 예쁜 여자 만나서 결혼하고 그리고 나서 그리고 나서......
요즘 사회 고위층의 이상한 행동들, 이렇게 간다면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거라고 한다.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럼,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공통된 이야기.
일단,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냅두라는 거다.
사실 1, 2학년 때 받아쓰기 점수 생활기록부에 올라가지도 않는다.
고등학생 쯤 되면 다들 한글 술술 읽는다고
왜 그 하나하나에 부모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느냐고.
엄마들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결국 원인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엄마 자신 속에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우리 사회에서 아이가 이렇게 하면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그런 거 말이다. 아마 그 누구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지 않을까.
다음으로 아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라고 했다.
'들을 청 - 聽'
임금의 귀로, 열 개의 눈으로, 하나의 마음으로 듣는다란 의미의 들을 청,
즉, 진정한 듣기는 상대의 생각과 마음으로 읽는 것으로 상대와 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잘 들어준다면 미운 4살이 좀 더 수월하고, 미친 7살이 좀 더 수월하고
북한이 무서워한다는 중2, 사춘기 때가 더 수월해질거라고 한다.
또 중요한 하나는 아이가 실컷 놀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놀 줄 모른다'는 것은 '생존의 기술을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21세기 기업들은 놀이성이 뛰어난 사람을 선호한다는 귀 솔깃한 이야기도 들었다.
상반기에 놀이교육 때 들었던 이야기도 생각난다.
요즘 아이들은 본론에서만 논다고.
부모들이 놀이 준비 다해주고 판을 깔아주면 그제서야 아이들은 논다.
아이들이 놀고나면 정리는 또 부모들이 한다고.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떻게 판을 만들고 진행하고 마무리 짓겠냐고.
그 이야기에 '맞아! 맞아!'했었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밖에서 비석치기-나는 '벽돌치기'라고 하면서 놀았다.-를 하려고
직접 자신이 돌을 찾고 그려서 놀았는데 요즘 애들 체험학습, 방과 후 수업에서 보면
잘 세팅된 자리에 아이가 소옥 들어가 놀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놀이터에서 놀 때도 가능하면 부모가 놀이에서 빠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 다르다는 거다. 차라리 널린 육아서와 유명하다는 블로그를 보지 말라고 한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낳은 아이끼리도 다른데, 쟤는 잘 하는데 얘는 왜 안되지? 이러지 말라고.
사실 육아서마다 등장하는 부모의 일관성, 이것 참 어려운 말인데 역시나 강의에서도 강조됐다.
그런데, 이 또한 누구나 못하고 있는 일이다.
다만 일관성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할 뿐이다.
요즘 엄마들은 너무 자책한다고, 뭘 그리 못해준게 많은지.
어떤 사람도 엄마라는 역할을 배우고나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고.
자, 자책하지 말자. 차라리 그 시간에 수고했다고 자신을 다독여주자했다..
이렇게 강의 듣고 글쓰고 아이들 놀이터에 매 주 데려가는 나도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혹시 완벽한 엄마 계신가요?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엄마는 있겠죠.
이렇게 들은 강의를 뒤죽박죽 섞어보니 위와 같은 내용이었다.
강의를 듣고나서든 책을 읽고나서든 요런 걸 해보면 어떨까? 강사님이 제안하신 거다.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가 아닌 구체적 실천을 정해보는 것이다. 내 경우엔,
'아이가 그림 그릴 때 그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지말자, 아이가 그리고 싶은대로 냅두자'라고.
정했다. 실은 지난 달 어디서 그림공모를 하는데 아이가 그림을 제출하고 싶대서 그리라고 했다.
다 그렸다면서 내게 준 그림을 보니 색칠하지 않고 하얗게 남겨놓은 부분이 많았다.
여백이 왜이리 많냐고, 아스팔트길이 왜 하늘과 구분 안되게 하늘색이냐며 한 소리했다.
결국, 아이를 울리고 말았다.
"엄만 왜 내 그림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데, 내가 그리고 싶은대로 그릴거라구."라며
아이의 울먹이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엄마가 잘못 말했어라고 사과하고나서야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
그 날 일도 있고 강의를 듣고나서 아이 그림에 엄마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아야지라고 구체적 실천을 세워봤다.
그러면서 또하나 든 생각이 있다.
[이어가는 프로젝트]처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해본다.
[함께 책 읽기 프로젝트]이다.
여기 속닥속닥에서 함께 읽을 책을 정하면(정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열어놓는다)
그 책을 함께 읽고 소감을 쓰는거다.
함께 책을 읽을 사람은 자신의 뜻에 따라 덧글로 함께 하겠다고 미리 공지를 한다.
그러면 좀 더 책을 읽을 확률이 높아질테니까.
책은 사든 빌려서 읽든 그건 각자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서.
다 읽은 후 각자 책 후기를 올리면 어떨까
책 종류는 [이어가는프로젝트]에 올라온 책 중에 골라서 함께 읽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여기까지만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