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육아서 속에서 내게 딱 맞는 책을 찾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다지 많은 책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제목만 봐도 감이 오는 책들도 많더군요.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발랄한 육아담부터 타이거 맘 스타일의 훈육담, 자신만만한 육아성공담 등 참 다양합니다.

 

처음으로 읽어본 육아서는 <부모라면 유대인처럼><부모와 아이 사이> 였습니다. 지인이 추천했기에 끝까지 읽어보긴 했는데 너무 딱딱한데다 일방적으로 엄마를 가르치려고만 하는 통에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이렇게 해야 아이를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 이렇게 해라, 이것은 안 된다. 줄곧 꾸짖는 느낌이 들었죠.

그에 반해 법륜 스님의 <엄마 수업>이나 서천석의 <하루 10, 내 아이를 생각하다>는 제 마음을 위무해줘 어느 구절은 몇 번이고 되짚어 읽기도 했습니다.

헌데 책이 좋고 나쁘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결국은 엄마의 성향,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마음에 와 닿기도 하고 도무지 납득할 수 없기도 한 거겠죠.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 준 것들>은 참으로 모처럼 읽은 육아서입니다. 다른 많은 책들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고 갸우뚱하게도 하는 부분들이 제법 교차했지요.

아기들을 밤에 따로 재움으로써 진정한 독립심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 양육의 오류나 아이의 자존감을 지나치게 존중해, 모든 것의 중심에 아기를 두는 생활의 문제점은 스스로 충분히 경험했기에 저자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퍽 유행하던 베이비 위스퍼 식 수면교육을 따라했다가 나름의 대가를 치러야 했거든요. 시간이 되면 아기를 잠자리에 누이고 울어도 절대 들어가 보지 않는 식으로 수면 교육을 패턴화하려 했죠. 덕분에 아기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들었지만 엄마와의 애착에 문제를 겪게 됐습니다.

그때, 아기는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놀게 두는 게 옳다는 믿음이 있었다면 아기의 저항을 무릅쓰고 강경하게 수면 교육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뒤늦은 후회가 있었죠.

지나친 자존감은 요즘 아이들이 자라면서 많이 부딪치게 될 문제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다른 나라 부모들은 어떤 식으로 아이를 대하는지 읽어보고 여러 가지로 느낍니다.

 

하지만 몇 가지 주제로 챕터를 나눠 나라별 양육법을 소개한 이 책에서 납득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식습관 같은 부분 말이죠. 한국은 이렇다고 소개된 부분을 보면 정말 한국이 그런가? 고개를 갸웃갸웃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저자가 소개한 세계 각국의 양육법이란 그 나라의 다양한 엄마를 만나보고 내린 결론이 아니라 가깝게 지내는 몇몇 엄마들을 통해 얻은 정보가 아닌가 싶거든요. 그리하여 넓이는 넓되 깊이가 좀 얕다고나 할까요.

특히 저자는 자신이 속한 미국의 양육법이 잘못됐다는 전제를 갖고 출발한 탓에 다른 나라의 양육법이 미국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직하게 말해 이런 시각이 좀 불편했습니다. 어떤 양육법이나 좋은 점이 있고 나쁜 점이 있을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문화 비교학적인 관점에서 여러 나라를 둘러본 덕에 궁극의 양육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자주 생각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록커 세바스찬 바하가 있습니다. 허리까지 늘어지는 긴 머리를 한 이 남자에게는 군인 아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남자는 씩씩해야 한다며 늘 머리를 짧게 다듬게 한 아빠에 대한 반항으로 소년은 자라서 머리를 길게 길렀다는군요. 그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습니다. 그는 자신처럼 아들의 머리도 길게 기르도록 했죠.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계집애처럼 보여.”

결국 그런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 반항해가며 나름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나면 자녀 세대는 내 가치관을 부정해 다시 나와 반대편에 섬으로써, 결국 내 부모의 가치관을 따라갑니다. 그리하여 역사가 반복되는 모양입니다.

예전 우리 부모의 양육법을 부정하며 우리가 선택한 서양식-미국식 양육법을 최근 미국이 부정하고 우리식 양육법을 도입하려는 흐름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니 다른 문화권의 양육법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보다 우리가 처한 환경에 적합한 양육법을 잘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깨달음을 또 얻습니다.

 

사실 옆집 양육법만 해도 제 양육법과 다른 걸요, .

아주 상냥한 이웃 엄마를 보면서 아이는 좋은 엄마를 만나 참 좋겠다, 했더니 그 이웃이 그럽니다. 자신의 아들에게는 자신이 가장 좋은 엄마고, 제 아들에게는 제가 가장 좋은 엄마라고요.

그런 믿음으로 중심을 잡고, 수많은 양육서의 가장 좋은 부분만 수용하면 최고 아니겠습니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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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나이 마흔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남들 한 마디 할 동안 열 마디 한다며 타박 받을만큼 급하고 남 이야기 들을 줄 모르는 성격이었거늘, 걷고 말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늦된 아이를 만나고 변해갑니다. 이제야 겨우 기다리고, 세상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에게 처음 다가온 특별함, 아이와 함께 하는 날들의 이야기가 따뜻함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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