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풍물

자유글 조회수 3092 추천수 0 2014.10.09 07:02:14

-어허, 여기는 지금 풍물판이라니까. 북을 메고 있는데 타작을 우예하는고. 담에 하세.

 

바야흐로 꽃보다 풍물이다. 콤바인이 이웃 논을 베고 있는 참에 오늘 타작을 하자는 형수 전화를 그렇게 끊고 대수형님은 흥이 났다. 덩더쿵 얼쑤. 가을이니 할 일은 산더미. 참깨도 털어야하고 수수는 또 언제 베나. 사과원에 반사필름도 깔아야하고 무엇보다 타작이 급한데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풍물이 급하지.

 

봉화송이축제를 열흘 앞두고 급조된 풍물패의 리더는 산 너머 이웃 하늘이 아빠. 대학가요제 본선 진출의 화려했던 과거가 꽹과리를 만나 다시 빛나는데 20년 만에 북채를 잡은 나는 20년 전의 청춘만 생각하고 자발없이 뛰다가 20년 세월을 근육통으로 실감중. 상호네는 내외 모두 북을 메고 주용이는 새파란 마흔이니 무거운 징을 들었는데 열흘의 연습 결과 익힌 장단은 자진모리 휘모리 달랑 두 개. 두 개 장단으로 10분 공연을 어떻게 때우나.

 

-남들이 뭐라든 우리만 재미있으면 안될니껴.

 

뒤뜰 아지매는 환갑 나이에 생전 처음 장구를 멨다지. 카센터 아지매는 긴장할까봐 아침부터 머루주를 권하는데 아무렴, 우리끼리 즐거우면 족하지. 자진모리 한 자락이면 호박 따낼 걱정은 잊혀지고 휘모리 한 자락이면 고추밭 설거지 따위 나 몰라라지. 필부필부된 처지에 오늘 즐거울 일을 왜 내일로 미루나. 평생을 그렇게 미루며 살았더니 요모양 요꼴인데 내일 꽃상여를 타더라도 오늘만은 가락을 타보세. 옳거니, 조금만 쪽팔리면 인생이 즐겁다지. 자, 제대로 놀아보세나. 덩더쿵 얼쑤.

 

읍면 단위 7개팀 중 다섯 번째 팀으로 출전, 준비했던 진도 엉키고 마지막 휘모리 한 판도 빼먹었지만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거방지게 자알 놀았다. 면장도 잡색으로 출연한 타 읍면 풍물패에 비해 준비가 부족했다는, 하나마나한 심사평 끝에 법전면 풍물패 '신명'은 무려 상금이 10만원이나 걸린 '장려상' 수상. 지화자로구나. 그런데 알고보니 꼴찌가 장려상인데 그나마의 상금도 '온라인으로 입금해드립니다'라지. 거참, 어절씨구로세.

 

-농부 통신 43

놈부통신 4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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