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의학]"비위가 약하다"

조회수 7898 추천수 0 2011.02.01 10:37:16

우리말에는 ‘비위’(脾胃)라는 한의학의 오장육부에 해당하는 장부를 이용한 관용적인 말들이 많이 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비장과 위장은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표리관계를 이루는 장부다. 오행 중에 토(土)에 해당하며, 우리 인체의 정중앙에서 지나치고 모자란 것을 조절해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비위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소화를 담당하는 것이다. 비위가 음식물을 받아들이고 소화시켜 내보내는 것처럼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감정을 받아들이고 흘려 내보내는 상태를 예부터 조상들은 ‘비위’라는 장부를 이용해 표현하곤 했다. 따라서 ‘비위가 좋다’, ‘비위가 약하다’, ‘비위가 상했다’, ‘비위에 거슬리다’라는 말에는 직접적인 음식에 대한 표현은 물론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비위에 거슬리다’라는 말은 음식이 맞지 않아 소화기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뜻인데, 역시 감정적으로도 탐탁지 않거나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마음과 신체를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보는데 비장은 생각을 주관한다고 본다. 생각·의식의 상태를 비위라는 말을 사용해 표현한 건 이 때문이다. 따라서 비장의 기능이 좋지 못하면 기억과 사고활동의 장애를 초래하게 되고 지나친 생각은 비장의 기운을 뭉치게 하여 활동 장애를 유발한다. 우리가 평소 생각이 많거나 고민이 많을 때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의학에서도 이를 ‘소화불량의 심인성 형태’라는 상병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때로는 많은 생각이 병을 만들 수도 있다. 비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평소에 생각을 조금 줄이는 것이 좋다.  ‘비위 맞추다’라는 표현은 비장과 위장의 표리관계에서 말의 유래를 살펴볼 수 있다. 한의학에 있어 장부의 표리관계는 서로 반대되는 역할을 담당하며 상호보완적이고 협력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비위 맞추다’에서 비위의 뜻은 “어떤 음식물이나 일을 삭여내거나 상대하여 내는 성미”를 뜻한다. 비장과 위장이 서로 협력하여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이 어떤 일에 있어 서로 협력하여 잘되게 해서 남의 마음에 들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비위가 약해서 입이 짧은 것을 개선하려면 먼저 생리적으로 비위를 건강히 해야 한다. 비위가 약하면 비생리적인 체액인 담음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에 좋지 않다. 생강차를 잘 만들어 차로 마시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중완혈을 비롯한 주요 혈자리에 뜸치료를 장기간 받는 것도 비위를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다.  정치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한 것처럼 비위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소통이 중요하다. 건강한 비위가 모든 음식물을 가리지 않고 잘 소화시키는 것처럼 비위에 거슬리는 말들도 잘 듣고 넘겨야 비위가 좋아진다. 감정적으로도 더 넓은 포용력을 갖도록 노력해보자. 상대가 내 비위를 맞추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상대의 비위를 맞추어 주자. 비위가 소통되고 우리 사회도 소통의 시대가 되길 기원한다.



이창열/인의한의원(부평점) 원장·청년한의사회 학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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