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비속어 남발 어떻게 할까

청소년들만큼 비속어와 친한 이들도 없다. 한국교육개발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속어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청소년은 5.4%에 불과했다. 학생들의 비속어 사용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는 학교 현장을 찾아갔다.

“‘씨발’, ‘존나’, ‘지랄’ 같은 말을 계속 썼어요. 한 문장을 말하면 문장 안에 욕이 안 들어가는 경우가 없었죠.”

대구 달서공고 기계과 3학년 김영찬군의 이야기다. 김군은 또래 가운데서도 비속어를 많이 쓰는 편이었다. 한데 최근 들어 비속어를 사용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이유를 묻자 김군은 “학교에서 연 비속어 관련 토크콘서트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욕 듣는 사람 기분은 어떨까?
달서고의 이색 토크콘서트 현장
운전대 확 놓아버리고 싶다는
버스 기사 말에 학생들 화들짝
비속어 뜻 가르치니 사용빈도 ‘뚝’

스트레스 해소하는 효과 있지만
공격적 특성 강해 타인에게 상처
스트레스 덜 받는 교육환경도 중요

언어 관련 토크콘서트 여는 대구 달서공고

달서공고에서는 ‘말달리자’(말을 달서공고학생들이여 이쁘게 하자)라는 이름의 특별한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해 벌써 12회 정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비속어를 남발하는 언어생활을 돌아보게 하자는 뜻에서 마련한 이 행사에는 특별한 초대손님이 등장한다. 달서공고 학생들이 등·하교 때 이용하는 버스의 운전기사, 학교 인근 피시방 사장, 인근 학교 여학생, 인근 아파트 관리소장 등이 초대손님으로 나왔다.

00515089601_20141007.JPG » 대구 달서공고의 ‘말달리자 토크콘서트’ 모습. 초대손님으로 방문한 버스 운전기사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구 달서공고 제공

토크콘서트는 비속어가 많이 나오는 영화 <써니>의 한 장면이나 놀이터에서 욕을 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함께 보는 식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초대손님이 등장한다. 초대손님은 사회자인 교사의 진행에 따라 ‘학생들의 비속어가 섞인 대화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학생들의 대화가 내 일과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등의 질문에 답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가장 많이 쓰는 비속어, 비속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초대손님에게 묻고 싶은 말 등을 적은 활동지를 내야 콘서트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토크콘서트는 한번에 최대 1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다. 학교에서 참여할 학급을 지정하기도 하지만 방청하고 싶은 학생들은 활동지를 내면 누구나 올 수 있다. 형식은 매번 비슷하지만 초대하는 손님이나 시청하는 영상, 기타 세부 프로그램들은 늘 다르다.

김군은 지금까지 열 번 정도 토크콘서트에 방청객으로 참여했다. 여러 초대손님 중에서도 726번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기사의 이야기가 김군이 비속어 사용을 줄이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군은 “버스기사님이 ‘운전을 하다가 버스에 탄 학생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냥 운전대를 놓거나 브레이크를 밟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깜짝 놀랐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일상에서 하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 분이다. 한데 운전대를 놓고 싶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우리가 하는 비속어가 듣기 싫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죄송했다. 솔직히 그 정도로 듣기 싫은 말인지는 몰랐다. 말이라는 게 그냥 내뱉으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토크콘서트를 통해 비속어의 의미를 알게 된 학생들은 스스로 비속어 사용 빈도를 줄여가고 있다. 달서공고 전기과 3학년 이익준군은 지금까지 토크콘서트에 네 번 참여했다. 이군은 “비속어 가운데서도 ‘엠창’(상대방의 엄마를 창녀라고 욕하는 말) 같은 말들은 부모님을 욕하는 아주 나쁜 말인데 듣기 싫어도 애들이 다들 쓰니까 나도 모르게 썼었다.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친구들끼리 있으면 전보다 덜 쓰게 된다”고 했다.
토크콘서트에서는 초대손님과의 대화 말고도 순우리말 찾기 퀴즈, 비속어의 의미 맞히기, 비속어를 쓰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는 자유발언대, 우리말을 잘 살린 가사가 담긴 노래 부르기 등 매번 다양한 세부 프로그램들을 준비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학교가 이런 특별한 콘서트를 기획한 데는 배경이 있다. 달서공고 권기범 교사(한문)는 “아무래도 특성화고고 남학교다 보니 다른 학교들보다 아이들이 비속어를 더 자주 쓰는 경향이 있었다. 아이들이 즐겁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려다 이런 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평소 신경 쓰지 않았던 ‘청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콘서트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들어보라는 뜻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무조건 ‘쓰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권 교사는 매번 다른 초대손님을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짜느라 진땀을 뺀다. 토크콘서트에 피시방 사장을 섭외하기 위해 인근 피시방을 열세 군데나 돌았다.

피시방 사장님이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날, 방청석에 있던 한 학생은 “피시방 컴퓨터 모니터 밑에 바른말에 대한 명언이나 좋은 글귀를 붙여보면 어떨까요?”라는 흥미로운 제안도 했다. 권 교사는 “당시 피시방 사장님이 ‘시도해보겠다’는 약속을 하셨다. 토크콘서트가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걸 보며 언어 순화와 관련한 다른 교육 프로그램도 구상해보게 된다”고 했다.

‘비속어 수업’으로 낱말 어원 가르치기도

67개 비속어의 어원을 낱낱이 밝히고 대체어를 제시한 (네시간)의 저자 권희린 장충고 교사(국어·사서)는 ‘욕 가르치는 교사’다. 권 교사도 처음에는 단순히 ‘비속어를 쓰지 말라’고 가르치는 국어교사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왜 비속어를 쓰면 안 되는데요?”라고 묻는 말에 “우린 교양인이니까”라고 대답했다가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 뒤로 왜 비속어를 쓰지 말아야 하는지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비속어를 쓰려면 알고 쓰도록 가르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5분 비속어 수업’을 구상했다. 학생들이 자주 쓰는 비속어를 하나 정해서 권 교사가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면 학생들이 ‘단어가 주는 느낌’, ‘단어의 의미’, ‘단어의 의미를 알고 난 후의 느낌’, ‘대체할 만한 단어를 제안하기’ 등을 쓸 수 있는 활동지를 작성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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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에 담긴 뜻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썼던 학생들은 자신들이 쓰는 언어가 남을 심하게 비하하고 있거나 지나치게 성적인 뜻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찐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권 교사는 “‘찐따’라는 비속어에는 ‘6.25 전쟁 당시 지뢰를 밟아 다리를 못 쓰게 된 사람들’이라는 뜻이 있다. 나도 몰랐었다”며 “오히려 ‘씨발’이나 ‘좆같다’라는 말보다 훨씬 귀여운 어감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비속어 수업을 한 뒤 장충고 학생들의 언어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수업시간에 쓰는 비속어가 절반 이상 줄었고, 다른 교사들이 무심코 자신에게 비속어를 쓰면 “선생님, 그거 무슨 뜻인지 아세요?”라고 반문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학생들 스스로 ‘욕 많이 하는 사람이 빵 사오기’ 등의 규칙을 만들어 비속어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했다.

변화한 것은 학생들뿐이 아니었다. 비속어 어원을 연구했던 권 교사도 학생들처럼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평소 ‘거지 같다’는 말을 많이 썼다. 딱히 욕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나중에 한 학생이 교원평가에 ‘선생님, 저희 집이 좀 가난합니다. ‘거지 같다’는 말씀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던 게 잊히질 않는다. 그 뒤로는 ‘거지 같다’는 말도 잘 하지 않는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내 언어를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다.”

권 교사는 교사들에게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티처빌원격교육연수원(teacherville.co.kr)에서 ‘까칠한 권쌤의 비속어 수업 이야기’라는 수업을 하며 비속어 수업 사례를 다른 교사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욕 나오게’ 하는 환경도 문제

청소년들이 유독 비속어를 많이 쓰는 이유는 뭘까? 동아대 교육학과 강기수 교수는 비속어의 교육적 기능에 주목한다. 강 교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비속어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고 말한다. 억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비속어를 많이 쓰고, 그것을 통해 정신건강에 도움을 얻는다. 청소년들이 비속어를 많이 쓰는 것은 그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티브이(TV) 등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언어에도 비속어가 많다. 또 권위적인 학교·가정 분위기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 또한 언어습관에 악영향을 준다.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비속어를 가르치고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강 교수 역시 비속어를 무조건 긍정하지는 않는다. 비속어를 쓰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친밀감도 형성되는 등의 장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공격적인 성격이 많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크다.

강 교수가 책임연구자로 한국교육개발원의 수탁을 받아 수행한 연구보고서 <비교육적 언어 사용 근절을 통한 바람직한 언어문화생활 제고 방안>(2012)을 보면, 청소년들은 비속어의 의미를 모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향(32.6%)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강 교수는 “학생들의 비속어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속어의 의미를 배우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비속어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이 좋다”며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예체능 과목을 활용해 자신들의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속어에 쉽게 노출되는 유해환경(영화·게임 등 영상매체)을 개선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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