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누굴까? 하고, 남일처럼 여기고 있다 화들짝^^ 제 차례가 되었네요. 요즘 아이들 학교와 유치원 일땜에 눈썹 휘날리게 바쁘답니다. 가을은 엄마를 혹사시키는 계절;;

이런 와중에 또 일을 하나 벌여놨는데, 아주 즐거울 수 있는 이 일을 앞두고도 더 정신없어지기만 하니 좀 괴로워요.(이 이야기는 2,3주 후 생생육아에서 공개됩니다ㅋ)

그래도, 그동안 내 인생의 책10권에 대해 써주신 분들의 글과 살구님 글까지, 너무 즐겁고 유익하게 읽고있던 터라 미룰 수가 없네요. 살구님은 어린이 책을 읽고 그쪽 일을 하신 경험을 하셔서 그동안의 글이 그랬구나! 하는 반가움이 앞섰는데, 저 역시 1318청소년문고 탄생을 감격스러워하며 읽고 그랬거든요. 많은 책들을 다 꼽을 순 없으니, 그냥 직감으로 선택한 책들 중심으로 써 보겠습니다.


1. 토지 / 박경리

첫아이를 임신한 걸 알게 됐을 때, '아 대하소설을 읽을 때구나'싶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이런 대하소설을 읽는 건 당분간 어렵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너무 좋았죠. 글로 읽는 경상도사투리가 온 몸 속에 구불구불 흘러들어와 스며드는 듯한 희열이 느껴졌는데, 대하소설로 하는 태교도 참 좋구나 하는 걸 그때 알게 되었어요. 소설 속의 평범한 인물들의 삶 하나하나가 제각기 깊이와 무게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이 아무렇지않게 흘리는 한마디들이 한참을 생각하게 하곤 했답니다. 예를 들면, "사램(사람)이란 나믄서부터 적막강산이라."  커다란 어머니가 커다란 삶에 대해 들려주는 가슴벅찬 느낌이 있어요. 임신 초기에 읽기시작해 다 읽고 나니, 배가 부를대로 불러있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고 뱃속의 아기랑 조촐하게 완독기념으로 비빔밥을 먹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지금도 아이를 키우다 <토지>에 나오던 한구절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따뜻한 밥상에 대한 묘사를 참고해 우리집 밥상을 차리기도 하는데.. 문학이면서 역사책이자, 제겐 훌륭한 육아서같아요.


2.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20대 때 소로우 책은 뭐든 다 좋아해 교과서처럼 들고 다니곤 했어요. 언젠가는 그처럼 혼자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보고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는데, 헬렌/스콧니어링 부부의 책들도 함께 읽으며 일상에 대한 철학이랄까. 그런 걸 다지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에요. 가장 최근에 읽은 소로우의 책은

<씨앗의 희망>인데, "자연은 부스러기만으로도 목적을 이룬다." 이 한 구절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있다고봐요. 정말 소로우다운 표현이죠.^^


3. 동의보감(몸과 삶의 비전을 찾아서) / 고미숙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대한 지성인들이 서로의 분야가 달라도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거의 공통되는 부분이 많잖아요. 소로우가 숲과 자연을 사람과 사회에 비유하면서 하는 이야기들이, 고미숙의 글과 상통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제가 고미숙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의 고전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와 삶의 대안을 제시해준다는 점이거든요. 외국 작가는 쓸 수 없는 우리만이 아는 삶의 디테일한 부분을 건드려줘서 구체적이고 속이 시원할 때가 많았어요. 한국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사회에 대한 이상과 자신의 삶과 일상을 별개로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에 대한 지적에 무척 공감했어요. "자기자신과 소통하는 힘"이 우리에게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라는 것.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어른이 있어 참 다행이다. 싶었죠. 


4. 생각의 좌표 / 홍세화

"'그렇게 싸워왔는데 여기까지밖에 오지 못 했나'라고 말하기보다 '소수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나마 덜 비인간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는 편에 서려고 한다." - 이 글을 읽으며 그래도 희망을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책이었죠. 그런데 참 마음이 아픈건, 이 책이 나온게 2009년이었는데 지난5년동안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면 작가가 책 속에서 걱정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 같아 .. 안타까워요. 지금도 부단한 노력을 하고있는 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이분의 글은 한국 밖에서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어 새로웠어요.


5. 책으로 가는 문 / 미야자키 하야오

이 애니메이션의 거장의 평생 창의력의 창고는 바로 '어린이책'이었다고 합니다. 일본 티비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는데, 그가 어린이들에게 권하고싶은 추천도서50권에 대한 이야기에요. 자신이 젊은시절 읽었던 책들이라 고전적인 세계명작이 주인데, 혹시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고싶다면 아이와 함께 어린이문학작품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책이죠. 감동적인 명구절은..

"어린이문학이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하고 아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6. 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미야자키 하야오가 표현한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라고 느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감동은 너무 쉽게 받지만 책을 읽으면서 우는 일은 드물었던 20대 때, 펑펑 울면서 읽었던 동화예요. 겨울밤 이불 속에서 엎드려 읽으며 많이 울었는데, 이 책을 읽고 결심했죠. 어린이책을 위해 내 삶을 바치리라.ㅋㅋ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습기도 한데, 그때는 정말 심각하게 결혼도 포기하고 평생 그 길을 갈까 고민할 정도로 감동을 많이 받았답니다. 제 이메일도 이 작가의 이름에서 따온걸 아직 쓸정도^^


7. 한줄로 사랑했다 / 윤수정

음.. 감성의 계보를 잇는다면, 오소희씨의 글 계열이랄까요. 영화 카피라이터로 유명한 분의 책인데, 굉장히 따뜻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좋았답니다. 작가가 굉장히 감성적이고 여린 사람이구나 싶으면서도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는게 독특했지요. 아마 이 10권의 작가 중에서 가장 친구로 삼고싶은 사람은? 하고 묻는다면 바로 이 작가일 것 같아요. 생전 모르는 남이 쓴 글인데도 내 일기장을 열어본 듯한 느낌이 문득문득 들어 신기하기도 했던^^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인데, 베이비트리의 살구님 글을 읽을 때 느낌이 들기도 했던 책.ㅎㅎ


8. 행복의 건축 / 알랭 드 보통

집에 한참 관심이 많을 때 찾아서 읽었던 책인데, 집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얻을 수 있었어요. "우리가 건축 작품에서 찾는 것은 결국 친구에게서 찾는 것과 그리 멀지 않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묘사하는 대상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른 모습인 셈이다." 식의 글들이 집이나 공간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가 하는, 집을 통해 나의 본질적인 부분들을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결국 주택으로 옮겨오게 된 물꼬를 터준 책이었어요.


9. 아직도 가야할 길 / 스캇 펙

<끝나지 않은 여행><그리고 저 너머에>까지 3부작을 소름돋는 기분으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둘째 낳고 난 뒤, 뭐든 가장 본질적인 걸 알고 싶은 욕구가 엄청 강했을 때 알게 된 책이었는데 제가 가진 질문들에 대한 답을 딱딱 던져주는 것 같아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산다는 것과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뿌리를 캐보고 확인해 본 느낌이랄까. 아 이제 조금 알겠다. 편안해졌다.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육아서로도 느껴졌는데, "부분적인 훈육으로는 일부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 온전한 훈육이 있어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진정한 훈육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네요.


10. 그림책 / 개구쟁이 아치 시리즈(일본어 원작제목은 <논탕>)

일본 육아용품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이 그림책을 꼽을 거 같아요. 1976년부터 출간됐는데 30년동안 2800만부가 팔렸다네요. 2800만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삼둥이들이 아빠가 이책 읽어준다 하면, 만사제치고 달려오는데 일본 유아들도 그렇답니다.^^ 유아들의 일상과 심리를 귀신처럼 반영한 그림책인데요, 작품 수도 워낙 다양해서 유아의 삶의 모든 것이 다 담겨있을 정도.

한국어 번역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원작에선 노래하듯 리듬감이 있고 쉽고 간단하고 재밌는 언어가 매력이거든요. 혹시 아이랑 뭐가 안 풀린다 싶으면, 지금 아이 상황에 맞는 내용을

골라 읽어줘보세요. 긴 말 필요없이 "닥치고 이책" 이라 말하고 싶을만큼 아이들이 좋아하고,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어른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답니다. 저는 30대내내 이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그만큼 아이와 부모인 저 사이에 큰 역할을 한 책이네요. 작가도 참 매력적인 사람인데, 언제 한번 따로 글 써볼께요.


너무 길었지요^^ 케이티님이 외할머님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많이 힘드실텐데, 이런 부탁을 드려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렇게 책정리를 하다보니, 우리 이전 세대가 치열하게 살아준 덕분에 얻게 된 성과 속에서 누린 것들도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를 열심히 사는 것이 수고한 윗세대들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싶어요. 슬픔 충분히 다독이시고, 천천히 들려주시길 바랄께요. 케이티님 추억의 책장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있을까요~ 미국 케이티네 서가로 놀러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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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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