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유글 조회수 5894 추천수 0 2014.09.19 01:28:29

안녕하세요?

폰으로 가끔 베이비트리에 올라온 글을 확인하는 정도였는데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들렀어요.

일기를 쓰든 어디에든 끄적대야지만 할 것 같은 날이네요.

슬픔도 기쁨도 나누면 배가 된다기에 오늘은 제 기쁨을 나누러 왔어요.

 

혹시, 자신의 다음 일정이 주욱 적힌 수첩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드세요?

참, 신기하죠. 언제 이런적이 있었던가(아마 있었겠죠) 싶게 요즘 저는 제 수첩에 적힌

일정을 보면서 흐믓해한답니다.

지금 하는 일이 제게 딱 맞나봐요. 보람 팍팍! 자신감까지 상승!

 

어제만 하더라도 제가 서울시 사업으로 '녹색장터'를 올 6월에 시작해서

4회째 여는 날이었어요.

첫 회 시작할 때는 5명의 주민이 장터에 판매분으로 참여하셨는데

어제 장터엔 41명이 판매자로 참여해주셨고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의 벼룩시장이지만 왁자지껄, 복작복작했어요.

참여하신 많은 분들이 흐믓해하셔서 그 모습을 보면서 함께 기뻤답니다.

제 자신감도 쭉쭉, 기분은 완전 업됐죠.

장터 모니터 하러 오신 분이 구에서 우수사례로 저희 장터를 발표하셔서

다른 구에서 모니터 하시는 분이 확인오셨더라구요.

그 분이 "내가 생각했던 장터가 이런 거라고." 하셨대요.(함께 한 동료가 전해줌)

구청 담당자분도 직접 "이건 작은 장터가 아닌데요!"라며 처음 오셨는데

놀라시더라구요.

그 동안 장터 자리 물색하고 홍보 글 올리고 판매 신청 받고 했던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9월 초와 이번 주엔 출산가정(올 3월 이후 출생한 아이를 둔) 엄마들의 모임도

처음 가졌어요. 역시 제가 기획하고 준비했죠.

3월 이후에 출생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이제 아기와 함께 밖에

나와도 될 시기인데다 요맘 때 저도 누군가 만나고 싶은 맘이 컸었거든요.

그래서 만 4,5 6개월 된 아기를 둔 출산가정 엄마들의 모임을 가졌어요.

1시간 남짓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참여하신 분들이 한결같이

모임에 나왔더니 답답함이 좀 풀렸다. 기분이 좋아졌다.

이 모임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분은 'OO구의 팬됐어요. 친구들보고 OO구로 이사와서 출산하라고 하고 있어요.'

라고 모임 이후에 만든 밴드에 이런 댓글을 올리셨더라구요.

사실 제가 바라는 게 이런 거였어요.

'계속 살고 싶은 곳, 이사 오고 싶은 곳'이 내가 사는 이 곳이길.

엄마들에게 모임을 만들어드린 것 뿐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시니

아기 엄마들이 절실히 또래 엄마들과의 소통을 원하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사실 3월부터 출산가정에 꾸준히 보육정보 드리고 상담하고 했던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야겠죠.

앞으로 제가 할 일들이 더 많아지겠죠?

할 일이 많아질거라는 게 싫지 않고 기다려지네요.

 

이렇게 제가 기획한 장터와 모임에서 함께 한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사실 그 모습을 보기 전부터 이런 자리를 상상하면서 저는 흐믓해 했었나봐요.

제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지만 그건 그 일대로 '나'의 일부일뿐

나를 차지하는 더 큰 부분에서 행복해하고 있으니

그래서 뭔가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시간제이지만 일도 하고

아직 엄마손이 가야하는 애들도 챙기고

온라인으로 수업도 듣고 동네에선 아는 엄마들과 품앗이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걸 제 역량에 맞게 하려고 수위조절도 해가며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감 만빵이네요.

이 기쁨이 다음에 제가 힘들 때 저를 버틸 수 있게 해주겠죠?

2014.9.19.jpg

 

위 포스터는 제가 직접 쓰고 그려서 만든 포스터랍니다.

아는 분이 한 프로그램에서 신문제작 할 때 제 손글씨를 보시고는

제 손글씨로 만들어달라고 하셨어요.

확실한 제안은 그 다음 날 밤 9시에 받았어요.  

제안을 받자마자 문구점 문닫기 전에 가서 재료 구입하고

집에 오는 길에 떨어진 낙엽도 주워다가

총 4시간 30분에 걸쳐 뚝딱뚝딱 만들었어요.

종이 크기를 보니 제 둘째녀석 손바닥 크기면 딱이겠더라구요.

아이가 자기전에 손도장부터 꾹꾹 눌러 찍게 하고

엄마가 이거 만들어야하니 잘 준비하고 방에 들어가 먼저 자랬더니 

두 녀석이 얼마나 말을 잘 듣던지

'엄마가 포스터 만든다고 알아서 씻고 잠자리에 들어준 애들에게 감사하다'고

글을 남길 만큼 애들한테 감동 받았어요. 

포스터를 구상하고 만들고, 이후 볼 때마다 저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어요.

살짝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함 같은 저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것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고 '이 정도면 잘했어.' 최선을 다한 후의 만족감이랄까.

 

다음 주 제 일정도 기대가 되요.

출산가정 모임에 참여하셨던 한 분이 장소를 제공해주시고

또 한 분이 베이비마사지를 가르쳐주시기로 하셔서 

아기엄마들과 함께하는 모임을 담 주에 잡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그 날 만날 아기 엄마들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책임감도 커지지만 벅찬거 있죠. 

아참, 제가 만든 포스터도 여기 저기 붙겠네요.

온라인 수업 듣는 거는 레포트며 제출해얄 게 많은데 더 미루지 말고 해야겠어요.

 

'생각은 크게! 실천은 내 주변부터!'

 

세월호 이후 떨어진 이 사회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고 있어요.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해봐요. 우리 아이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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