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부재를 생각하다?

가족 조회수 4796 추천수 0 2014.09.18 14:24:17

우리 딸은 항상 잠들기 전에, 자는가 싶으면, 뜬금없는 질문과 어린이집에서의 일을 고발하곤 합니다. 그러느라 한시간은 걸리죠. 못말리는 수다쟁이입니다. 언제나 마지막은 "그만, 조용. 엄마 잔다." 의 멘트와 "잉 ~엥~"하는 두마디정도의 앙탈이 오고갑니다.

며칠 전도 잠이 솔솔오는 저에게 던진 질문은,

"엄마 엄마가 돌아가시면(하늘나라에 간다..는 표현이 '돌아가시다 

'는 표현으로 바뀌었더군요.) 누가 나를 키워줘?"

"아빠"

"아빠? 그럼 아빠가 돌아가시면?"

"아빠가 돌아가시면 글쎄 그럼 누가 키울까?" -심오한 질문에 제 잠이 싹 달아났죠.

"동네 아줌마"(너무나 밝고 경쾌하게 말입니다)

"동네 아줌마?"

"응, 동네 아줌마들이 레아에게 먹을 것도 주고, 목욕도 시키고, 잠도 재워주고."

"음.. 그럼 좋겠지..근데, 그러긴 힘들거야."

"왜?" (그 천진한 질문에. 정말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부모가 없어도 걱정없는 세상. 순간 그런 세상이면 참 좋으련만 하는 생각과 아이의 티없는 그 시선 앞에 부끄럽더군요.)

"아줌마들도 딸, 아들이 있쟎아. 그러니까 자기가 낳은 딸, 아들 돌보느라 힘들거야."

(물론, 낳지 않아도 잘 키우는 사람이 있고, 낳아도 잘 못 돌보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예는 낮에 하기로 미뤘습니다. 잘 시간이니까요 ㅎㅎ)

"낳은 게 뭐야?"

"배속에 있다가 응애 하고 태어나는 거. "

"그럼 나는 엄마가 낳은 거지."

"응"

(여기서 한참동안 낳는 것에 대해 묻고, 왜 누구는 하나를 낳고, 또 누구는 둘을 낳는지..등에 관해 물었습니다... 항상 질문은 꼬리를 뭅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키우지 않음 누가 날 키워? 누가 나 밥 주고, 목욕시켜주고, 잠잘때 있어줘?"

(그 질문이 왜이리 쨘하던지요..)

"엄마 아빠 다음으로 레아를 많이 사랑하는 분이어야겠지. 누굴까. 레안 누구일것 같아."

(짐짓 심각하게 생각하더니)

"할머니 할아버지"

"그래 맞아. 할머니 할아버지가 레아를 엄마 아빠 대신 돌봐주실거야."

그제야 아이는 안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질문에 답을 얻고서야 잠이 들었죠.

동화 속에서는 언제나 엄마가 죽고, 아이들은 혼자 되죠. 못된 새엄마가 와서 못살게 굴고요.

매번 읽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 새엄마는 아이를 괴롭히는지. 왜 미워하는지.

사랑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냥 말입니다.

그게 당연한 아이들의 권리인데, 그걸 지켜줄 수 있는 어른이 부모 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슴 먹먹하기도 하죠.

아이는 그렇게 부모의 부재라는 주제를 책 속에서 느끼고배우는 듯 보였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2194 [자유글] 함께 imagefile [10] 난엄마다 2014-09-19 5895
2193 [자유글] 시 읽는 엄마 -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imagefile [5] 살구 2014-09-18 8625
» [가족] 부모의 부재를 생각하다? [5] mojing 2014-09-18 4796
2191 [자유글] 카카오 부사장 강연 그리고 오랜만에 후배랑 노래방 [6] 양선아 2014-09-18 6342
2190 [나들이] 월미도에서 배만 타면 아깝지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9-18 7836
2189 [나들이] 아시아인의 축제마당 인천의 재발견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9-18 5576
2188 [요리] 가을 하늘 머금은 산사의 계절밥상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9-18 6821
2187 [자유글] 3년 고개 imagefile [2] 농부우경 2014-09-18 4346
2186 [자유글] 초1 하루일과 [6] ILLUON 2014-09-17 4487
2185 [건강] 명절 뒤 손목이 찌릿찌릿…혹시 손목터널증후군?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9-17 4550
2184 [직장맘] 잘 잡힌 독서교육습관에 흐뭇하네요^^ imagefile kelly7972 2014-09-17 6820
2183 [자유글] [당첨자발표] 내 생애 최고의 육아서는? imagefile [8] 베이비트리 2014-09-16 6886
2182 [자유글] 내 몸 안전이 행복 시작…세월호 참사 보며 깨달았죠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9-16 9002
2181 [선배맘에게물어봐] 푸룬주스 먹여보신 분~ [5] 양선아 2014-09-15 6242
2180 [자유글] 여성가족부에 추석사진공모전이 올라와서 공유합니다^^ file jess123 2014-09-15 4245
2179 [가족] [토토로네 미국집] 아이처럼 한번쯤은 "왜"라고 묻자 imagefile pororo0308 2014-09-14 4964
2178 [자유글] 시 읽는 엄마 - 꽃들 imagefile [2] 살구 2014-09-14 4171
2177 [자유글] 미생 [2] 겸뎅쓰마미 2014-09-13 4074
2176 [자유글] 괜찮아 마지막편을 기다리며 image [6] anna8078 2014-09-11 5552
2175 [건강] 물티슈 논란 관련 발암물질 국민행동의 논평 내용/보도자료 양선아 2014-09-11 6270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