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에게 전래동화를 읽어 주었다. 오래 살기가 소원인 영감이 넘어지면 3년 밖에 못산다는 3년 고개에서 넘어져 걱정 끝에 병을 얻었는데 손자가 꾀를 내길 '3년 고개에서 한 번 넘어지면 3년이지만 열 번 넘어지면 30년, 백 번 넘어지면 300년 사시잖아요' 하여 그 영감, 매번 고개를 데굴데굴 굴러 넘었다는 내용.
2. 장인 어른 성묘차 상경했다. '워낭소리'로 유명한 시골의 촌부는 교통체증조차 새삼스러운데 눈이 아프게 빽빽한 아파트를 보노라니 문득 고이는 서글픔. 저 아파트 한칸을 마련하기 위해 견뎌야했던 지루하고 비루한 시간들. 300년 아니라 30년도 버티지 못할 지상의 방 한 칸을 위해 내가 굴러 넘어야 했던 고개는 또 얼마나 가파르던지. 24평이거나 33평이 고작일 지상의 방 한 칸을 포기하고 고개를 내려와 6000평 밭에 콩을 심는 처지가 되었는데도 저 아파트의 숲은 서글프다.
3. "형민아, 사람들은 영원히 살 수 없는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도 언젠가는 돌아가실 테고 아빠 엄마도 나중에 하늘 나라로 가야해. 그러니까 나중에 형민이도 저렇게 엄마가 외할아버지를 기억하는 것처럼 엄마 아빠가 죽은 뒤에 엄마 아빠를 기억해줘"
아내가 장인 어른의 납골 앞에 잠시 서 있는 동안 아이와 밖으로 나와 엄마가 눈물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한참을 조용히 듣고 있던 아들이 물었다.
"외할아버지는 왜 3년 고개에서 안구르셨어?"
- 농부 통신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