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불꽃-뉴욕의 빈민가 아이들과 함께 한 25년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며

 

 

  일단 제목이야말로 희망적이었다. '희망의 불꽃'이라니. 그리고 책을 다 덮은 후, 내 마음 한 구석에서 '희망의 불꽃'이 조금은 일어났음을, 그래도 세상에는 '희망의 불꽃'이 존재함을 느낀다. 환하다.


  임신 이후, 3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처음으로 오롯이 나와 태아와 남편만을 지내는 생을 살게 된지 9개월쯤 된 이 즈음에 베이비트리 '책 읽는 부모'로 선정되어 읽게 된 이 책은 크게 2부로 진행이 됐다. 1부는 과거의 그림자, 2부의 찬란한 빛, 이었다. 임산부가 되어 '세상을 만나는 것' 자체를 약간 따지게 됐는데-----여기서 세상은, 음식, 언론 등 감각적인 모든 것들이다-----세월호 사건도 한참 마주하다 일부러 외면하고, 무서운 영화도 피하던 나는 사실 이 책의 1부를 읽다가 그만, 책을 '외면'하고 싶었다. 끔찍했다. 책의 제목과 달리, 전혀, '희망의 불꽃'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불행한 아이들이 등장하여 희망의 불꽃을 위해 움직였으나 결국 선생님의 관심, 엄마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혹은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사회 복지적 시스템 속에서는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힘겨워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이래서 어디 책 제목과 관련된 '희망'은 나올는지, 이래서 어디 책 읽으며 '태교'가 될는지 걱정이 됐다.


  다행히 2부 찬란한 빛, 부터는 읽으며 안심이 되고 마음이 따뜻했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했는데 각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책 구절을 싣는다. 이 인물들-아니 이 학생들은 모두 힘겨움 속에서도 주위 어른들과 소통하고 꿈을 키워나가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나갔다. 아마, 지금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는'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으리라.


  파인애플 이야기
  205쪽,  파티가 끝날 무렵 부엌에서 파인애플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그 가족의 어려운 사정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파인애플의 집을 방문한 기억을 돌이킬 때마다 나는 부모와 친척들이 뿜어내는 활기와 기쁨, 그리고 집단 체험이 파인애플의 긍정적인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곤 했다. 음침한 건물과 주위 환경에도 불구하고 파인애플의 부모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정서적인 안정감과 따스한 친밀감이 넘치는 가정을 구축하고 있었다.

 

 제레미 이야기

  297쪽, "저는 그분께 이렇게 물었어요. 그분이 쓰고 있는 소설 속 인물, 미시시피 주에 사는 루비 브리지스라는 여자아이가 죽기 전에 목표를 이루었냐, 그리고 그 인물 스스로 소망을 이루었다고 느꼈느냐고요. 그분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인생의 목표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 걸었던 인생의 여정을 동떨어진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요. <중요한 건 특정한 지점이 아니라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야. 목표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이지> 제 기억에 이렇게 새겨져 있어요. 저는 아직도 그 여정이 제 앞에 펼쳐져 있다고 믿고 있어요."

 

  사실을 고백하자면, 책을 읽으며 나는 마음이 계속 뜨끔뜨끔했다. 너는 과연 조너선 선생님처럼, 마사 신부님처럼 아이들을 지켜보았느냐, 물음을 던지게 됐다. 3년 간 나의 직업은 중고교 교사였기에, 그간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했느냐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름은 애썼다. 골고루 사랑하기 위해 애썼고, 마음이 아파 보이는 아이가 있으면 불러다 한 번은 더 얘기해보기도 했고, 어떤 아이와는 한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얘기해보기도 했고 그랬다. 그러나, 욕심이 많아 일만 벌리다 아이들의 아픈 사정을 파악하고도 손 내밀지 못한 작년의 일이 생각나, 그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멀쩡한 듯, 조용하게, 졸지 않고, 수업은 듣고 있지만 그야말로 '듣고'만 있고, 선생님 말씀(?)을 '받아 적기'만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은 어디로 여행을 가는 것인지, 희망을 찾아 여행을 가면 좋겠지만 우울한 기억 속으로 들어가 좌절하고 힘들어하며 학업성취도 낮고 꿈도 없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이 아이들이 모두 조너선 선생님 같은, 마사 신부님 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결코 쉽지가 않다. 제도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도 같은데, 이는 조너선 선생님의 책 말미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라 더 답답하기만 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언제쯤 다시, 학교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에도 전처럼 내가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전보다 더 많이 사랑해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덜하지 않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우리 애들이 행복하게, 마음과 몸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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